“문제 풀이도 계획된 상태에서 진행될 때 수학 실력 향상으로 이어져”
“문제 풀이도 계획된 상태에서 진행될 때 수학 실력 향상으로 이어져”
  • 대학저널
  • 승인 2015.04.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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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달인] 왜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는가?, 제2탄 계획 없는 문제 풀이

문제를 열심히 많이 풀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몇 년 전의 경험이다. 부산 가는 길에 동대구역에 잠깐 들러 수학 학습 상담 때문에 재수생을 만났던 적이 있다. 이 학생은 등에 멘 가방과 양 손에 든 에코백에 공부했던 연습장을 한가득 가지고 나왔다. 마치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재수를 하게 됐다는 식으로 시위를 하는 듯이 말이다.

물론 그런 감도 없잖아 느껴졌지만 실제로 이 학생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더 고민이 많았다. 수학 문제를 아무리 풀어도 성적이 오를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으니 선생님과 친구들은 너무나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 재수생의 어머니도 처음에는 안타까워하다 어느 순간엔가는 공부하는 척하지 실제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1. 문제도 종류가 있다. 그 이유는?
예제, 유제, Level 1 기초연습, Level 2 기본연습, Level 3 실력 완성, 대표 기출 문제.
이것은 ‘EBS 수능특강’ 교재에 실린 문제 분류다. 예제부터 실력 완성 문제, 그리고 대표 기출 문제까지 6가지 종류의 문제가 실려 있다. 이 문제들은 난이도도 다르고, 그 존재 의미와 각각의 기능도 다르다. 그런데 그런 특성을 파악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학생들은 순서대로 문제를 전부 풀이한다. 물론 풀지 못하는 문제들도 있지만, 어쨌든지 그 문제도 실제로 풀이 시도는 해보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가 여러 형태의 종류가 있다는 것은 그 형태에 따른 의미가 있다는 사실인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부분에 심각하지 않다. 그나마 Level이 높아지면서 문제 수준이 높아진다는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는 듯하다.

수학 공부를 소홀히 하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비로소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해보려고 EBS 수능 특강이나 기타 교재를 펼쳐 들었다. 개념 강의를 듣고 예제부터 풀어나가다가 이내 한숨이 몰려든다. ‘Level 1 기초연습’ 단계의 기본적인 문제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난 역시 수학머리가 없는 모양 인가봐’라며 좌절하게 된다.

과연 수학머리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삐걱거리는 것이 당연하다.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수학문제가 막힘없이 풀리길 바라는가?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예제, 유제, Level 1 기초연습’ 정도의 문제풀이 연습 정도면 된다. ‘Level 1 기초연습’ 문제가 막힘없이 풀리지 않아도 된다. 풀리지도 않는 ‘Level 2 기본연습’ 문제에 좌절하며 머리를 탓할 필요가 없다. ‘Level 2 기본연습’ 문제는 EBS 수능 특강 교재를 한번 다 본 이후에 다시 와서 보게 될 때 풀어도 문제 없다. 문제의 종류가 있는 이유는 지금 자신의 실력에 맞게 선택해서 풀도록 구분해 놓은 것이다. 반드시 모든 과정에 등장하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풀 필요가 없다.

2. 문제가 아깝다. 다 풀자?
문제마다 빨간색 원이 그려진 채점 결과를 보며 뿌듯해 하는 학생들이 있다. 물론 대견한 일이다. 그런데 빨간색 원이 그려진 문제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렇게 뿌듯할 만한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연산만 가능하면 충분히 맞출 수 있는 문제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모든 문제를 꼼꼼히 다 풀이하고 채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과 연산능력만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은 아무리 풀어도 실력과 점수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아깝고 왠지 모르게 풀지 않으면 불성실한 것 같고, 건너뛰면 왠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들고… 이 모든 것들은 스스로 느끼는 감정일 뿐이지 이 감정이 본인의 수학 실력을 높이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인에게 지금 당장 반드시 필요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수학 성적이 90점대 중반인 학생이 ‘예제 문제’와 ‘유제 문제’를 시도 때도 없이 푸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짓이다. 특히, 고3 수험생들은 더더욱 자신이 약한 단원의 문제와 매번 오답이 발생하는 유형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

수학 문제를 많이 푸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문제를 선별적으로 풀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3. 문제를 순서대로 풀자? 천만에!
지금쯤 재수 생활이 한창일 시점인데, 독설을 내뱉자면 2월과 3월에 공부하는 형태를 보면 그 해 수능을 잘 볼지 금방 판가름이 난다. 우선 작년에 치렀던 수능 과목에서 가장 점수가 나빴던 과목을 먼저 정리하는 친구가 있다. 가령, ‘생명과학 I’을 망쳤다고 하자. 그래서 생명과학 I을 인터넷강의와 학원 수업으로 정리하고 개념과 기출 문제를 꼼꼼히 정리하는 친구는 그 해에 생명과학 I 시험을 잘 볼 확률이 매우 높다. 수학을 공부할 때도, 제일 첫 단원이 아니라 자신이 없는 통계 단원이나 적분 단원을 제일 먼저 정리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 역시 그 해에 수학 시험을 잘 볼 확률이 높다. 여기서 우리는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처음 배울 때는 순서를 따르지 않으면 공부를 하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한번 정도 개념 공부를 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때는 순서를 지킬 필요가 ‘절대’ 없다.

이 점은 문제를 풀이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제를 순서대로 풀이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엔 대부분 제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지도 못해서 뒷단원이 구멍이 나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전 단원의 문제를 한 번 풀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므로 앞 단원의 내용은 금방 잊어 먹게 된다. 앞서 얘기했던 모든 문제를 다 풀 필요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수학 문제지에 있는 문제를 절대로 순서대로 풀이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당장 필요한 단원의 문제를 먼저 푸는 것이 중요하다. 그 문제가 책이 가장 뒷부분에 나와 있다면 당장 책의 뒷부분을 열어서 푸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처음에 얘기했던 그 학생이 재수생활을 하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계획된 형태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를 풀 때도 본인이 계획한 방식에 따라서 진행했고 그 날 풀어야 할 분량이 끝나면 더 이상 풀지를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계획이 일찍 완료되면 다른 친구들이 한창 공부하고 있을 시간에도 공부를 그만두고 집으로 향했다고 했다.

이처럼 계획된 학습이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냈다. 이 학생은 실제 수능에서 원점수로 394점을 받았다. 단 두 문제만 틀렸는데, 이 친구의 성공요인은 다름 아닌 계획된 재수생활을 유지했다는 데 있다. 문제 풀이도 이와 같이 계획된 상태에서 진행될 때 비로소 수학 실력을 올릴 수 있다. 계획 없는 문제풀이는 의미 없는 채점 동그라미만 가져다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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