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등록금 동결인지 명심해야"
"누구를 위한 등록금 동결인지 명심해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5.01.21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편집국 김기연 기자

2015년 1월과 2월은 대학의 구성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또 민감한 시기이다. 그 해의 대학 등록금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학생 대표와 교직원 대표, 전문가와 학부모 등으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꾸려 등록금 인상 혹은 인하, 동결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등록금 심의 과정에서는 여러모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통령부터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 대학들에게 적극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대학의 등록금은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인상되어 오다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이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반값등록금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가계 부담을 이유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던 것. 이 같은 기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져 대학의 등록금은 매년 동결되거나 인하되는 형국이다.

서너 차례의 등심위를 거친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과 인하, 동결 여부를 발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등심위 결정을 발표한 50여 개 대학들 중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곳도 없다. 등심위에 대학 측은 인상안을, 학생회 측은 인하안을 들고 오지만 얼마 전 교육부의 2.4% 인상 한도만큼의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가 ‘교육부 장관 방문’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이화여대가 인상을 철회하고 동결하기로 결정한 이후 모든 대학이 몸을 사리고 있다.

올해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러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7~8년에 걸친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로 대학의 재정압박이 사실상 한계에 달해 있어 이번에는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과 국내 가계 소득 수준,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대학의 등록금은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 놓은 등록금에 정부가 나서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인상하면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우선은 ‘대학’이 가지는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재단 이사장의 전횡, 방만한 경영, 대학 내부의 비리 등이 언론을 통해 꾸준히 알려지면서 ‘대학’이 갖는 신뢰도가 예전보다 낮아졌고 대학 재정의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도 대학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정진후 국회의원(정의당)이 공개한 ‘전국 사립대학의 2013년 예·결산 자료’를 보면 사립대학 306개교(전문대 포함)의 이월금은 약 1조 1632억 원에 달했다. 아직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지대, 청주대 등 학내 분규를 겪고 있는 대학들과 학교 내 자금을 빼돌려 대학 총장이 구속된 호서대 등은 ‘대학’을 보는 시선을 차갑게 하고 있다.

반면 현재 대학 수입의 70%를 등록금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도한 등록금 인하는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대학에서 매년 쌓아두는 적립금은 대부분 사용항목이 정해져 있어 대학이 임의대로 사용할 수 없다. 즉 적립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부금의 경우 장학, 건축 등 기부 목적에 따라 사용돼야 한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국공립대는 기성회비를 반환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져 재정 압박을 부채질하고 있고 학생수 1만여 명 이상인 대학에 비해 등록금 의존도가 훨씬 높은 중·소규모 대학들은 7~8년여간 이어진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다. 재정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지원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의 기준을 맞추려면 신규 교원 충원과 각종 시설 투자가 필수적인데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시도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에서는 이번 등록금 동결 ‘권유’를 두고 ‘가계 부담 경감’을 내세운다.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진행되는 유럽의 선진 교육시스템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첫 사회생활을 ‘빚쟁이’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도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이 ‘대학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국가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대학이다.

교육부와 대학 모두는 이번 등록금 동결·인하 결정이 결과적으로 ‘학생’을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이 학생 장학금 축소, 편의복지 시설 감소와 같은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이 처한 현실과 미래를 정확히 살펴 대학이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