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비 대체 입법 정치논리로 풀지 말라"
"기성회비 대체 입법 정치논리로 풀지 말라"
  • 정성민 기자
  • 승인 2015.01.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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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의 눈] 정성민 편집팀장

국공립대들이 최악의 새해를 맞고 있다. 기성회비 대체 입법이 지연되면서 대혼란을 겪고 있는 것.

기성회비란 대학이 학교 운영 등을 위해 징수하는 학생 납입금의 일종이다. 통상 등록금에서 입학금과 수업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해당된다. 대학들은 1963년 제정된 '대학, 고·중학교 기성회 준칙(옛 문교부 훈령)'을 근거로 기성회비를 징수해 오고 있다. 단 사립대들은 1999년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시키면서 기성회비를 폐지했지만 국공립대들은 계속 기성회비를 받아 오고 있다.  

국공립대들이 사립대들과 달리 기성회비를 계속 징수한 것은 열악한 재정을 보완하자는 의미에서다. 즉 국공립대들은 국가 또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다. 이에 따라 등록금이 사립대들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국공립대라는 특성상 등록금 인상, 수익사업 등에서 사립대보다 제약도 많다. 따라서 국공립대들은 기성회비를 통해 열악한 재정을 보완해 왔다. 이와 관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대학의 기성회비는 국가의 재정이 어려웠던 1963년, 대학이 학생들로부터 기존 입학금·수업료 외에 기성회비란 항목으로 돈을 더 걷어 학교 시설 확충·수리비, 운영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정부가 훈령으로 도입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기성회비에 대한 시선이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기성회비가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 2010년 서울대와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등 국립대 학생들은 1인당 10만 원씩 기성회비를 반환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법원이 1심과 2심에서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자 국공립대들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만일 대법원 판결도 1심, 2심과 동일하다면 국공립대는 기성회비를 더 이상 징수할 수 없게 된다.

이에 국공립대들은 일찌감치 국회가 기성회비 대체 입법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해 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기성회비 대체 법안은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의 '국립대 재정·회계법안',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기성회 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 정진후 정의당 의원의 '국립대학법안' 등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기성회비 대체 입법을 위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국공립대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그 이유는 쟁점 법안에 묶여 기성회비 대체 입법이 국회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회장 지병문 전남대 총장)는  여당에 대해서는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책임 강화를 그토록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묻는 것과 동시에 야당에 대해서도 "기성회 회계 대체 법률을 다른 법률을 만들기 위한 부수 법안으로 전락시키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성회비 대체 입법은 결코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기성회비 대체 입법이 국공립대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교총에 따르면 기성회비 폐지로 인해 국립대 교직원 5500여 명의 신분이 전환되고 교직원 1인당 연간 990만 원 가량의 보수 삭감이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국립대 교수들의 급여는 기성회 회계 급여를 포함해도 사립대에 비해 열악한 실정이다. 또한 국공립대들은 대학운영과 학사업무 수행을 위한 직원이 부족, 기성회 회계 재원으로 직원을 충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성회비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공립대들은 대학 운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국회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기성회비 대체 입법을 미뤄서는 안 된다. 특히 야당이 기성회비 대체 입법을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앞서도 밝혔듯이 기성회비 대체 입법은 국공립대의 생존, 나아가 국공립대 학생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이 기성회비 대체 입법 지연으로 국공립대들이 지금 어떤 혼란을 겪고 있는지 현장에 가본다면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기성회비 대체 입법은 절대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오직 우리나라 대학교육 발전을 위한 시각에서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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