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학을 흔드는가"
"누가 대학을 흔드는가"
  • 정성민 기자
  • 승인 2015.01.08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저널의 눈] 정성민 편집팀장

2015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2015년은 '을미년(乙未年) 청양띠'의 해다. 일반적으로 양은 '성격이 착하고 유순하며, 화목하고 평화롭게 사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볼 때 '을미년, 청양띠'에는 우리 사회가 양처럼 화합하고 평화롭기를 희망하는 소망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학가에서는 새해 벽두를 즈음해 갈등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갑작스런 성적평가 방식 변경(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으로 한국외대와 홍익대 등에서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화여대는 졸업유예제 폐지와 등록금 인상을 두고 학교 측과 학생들이 충돌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과 논란의 시발점은 어디일까? 대학 스스로 문제를 야기하며, 자중지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바로 교육부發 '외풍'이 대학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입학 정원 감축을 골자로 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핵심 평가지표로 ▲전임교원 확보율 ▲교사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수업 관리 ▲학생 평가 ▲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을 제시했다. 그리고 대학들은 좋은 평가를 받아야 입학 정원 감축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모든 대학들은 평가지표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점 관리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대학들은 절대평가를 통해 학점을 부여해 왔다. 절대평가에서는 A학점 기준을 넘긴 학생에게 모두 A학점이 주어진다. 취업난 시대에 학생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학점 인플레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국회의원들도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학점 인플레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학점 분포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정했고 대학들은 성적평가 방식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 한 대학 기획처장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성적 분포 부문에서) 정성 평가가 2점에서 3점이 됐기 때문에 평가 제도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졸업유예제 폐지와 등록금 인상 또한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빚은 산물이다. 졸업유예제란 취업을 못한 졸업생들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취업 못한 졸업생'보다는 '재학생'이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졸업유예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재학생 수가 많아지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A대학의 전임교원 수가 200명, 재학생 수가 1000명이라고 하자. 이 때 재학생 대비 전임교원확보율은 20%다. 반면 재학생 수가 1500명으로 많아지면 13%대로 떨어진다. 전임교원확보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평가에 유리하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전임교원을 추가 충원하는 것보다 졸업유예생 같은 잉여 인력을 줄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등록금 인상도 입학 정원 감축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학들의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물론 학령인구감소 시대를 대비한 대학구조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대학들은 여전히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한 입학 정원 감축이라는 교육부의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속도 또한 급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대학들은 오는 3월 말까지 구조개혁에 관한 자체평가를 시행,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학들은 졸업유예제 폐지 등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지표 개선에 착수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불똥은 공교롭게도 학생들에게 튀고 있다. 만일 교육부가 대학들이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줬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이미 활시위를 떠났다. 교육부가 계획을 번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시기를 늦추는 것은 충분히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즉 최소 올 한 해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들 입장에서도 무리수를 두지 않고,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비할 수 있다. 교육부發 '외풍'으로 대학들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나서기를 촉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