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도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대학가에도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 정성민 기자
  • 승인 2014.12.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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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의 눈] 정성민 편집팀장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처럼 되려고 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이 전문대학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말이다. 한 마디로 4년제 대학은 전문대학에,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이다. 

먼저 4년제 대학 입장에서 보자. 과거 전문대학의 장은 ‘학장’으로 불렸다. 그리고 전문대학은 교명에 ‘교’자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면서 전문대학의 장을 부르는 호칭이 ‘학장’에서 ‘총장’으로 변경됐으며 전문대학 교명에 ‘교’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간호과를 중심으로 전문대학에 4년제 과정이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대학은 위상이 향상됐다며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은 전문대학이 자신들과 동급화되는 것을 반기지 않고 있다.     
 
반면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4년제 대학의 전문대학 학과 베끼기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이 공개한 정책자료집 ‘전문대학 10년의 변화와 박근혜 정부 전문대학 정책 진단’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전문대학 학과 설치는 2004년 43개 교, 80개 학과에서 2015년 108개 교, 303개 학과로 증가했다. 분야별로 보면 전문대학의 대표 학과로 꼽히는 보건계열 학과가 급격히 늘어났다. 실용음악 관련 학과, 조리 관련 학과, 뷰티·미용·메이크업 관련 학과의 증가폭도 컸다.
 
현행 고등교육법에는 4년제 대학의 경우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 전문대학의 경우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즉 법적으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간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전문대학의 위상이 4년제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향상되고 있으며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4년제 대학이 전문대학의 실용교육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모호해지며 ‘윈-윈’이 아닌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게임이론)’ 양상을 띠고 있다면 부정적인 현상이다.
 
물론 시대와 사회가 변화하면 그에 맞춰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고유의 역할과 기능마저 퇴색할 경우 이는 국가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 전문대학 총장은 기자에게 “조리 관련 학과를 졸업한 4년제 대학생과 전문대학생이 있다면 누구를 고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정답은 ‘전문대학생’이다. 고용자 입장에서는 조리라는 기능 분야에서 인건비가 비싼 4년제 대학생을 굳이 고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은 어떻게 될까? 취업시장에서 미아가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대학가에도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4년제 대학이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고등직업교육’을 책임지는 전문대학이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고 보장해줘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와 국희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책적, 법적 기반 없이 대학가의 신사협정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취업률 평가를 앞세우면서 4년제 대학들이 취업에 유리한 전문대학 인기학과를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취업률 평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든지, 아니면 아예 제외하든지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또한 국회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이 고유의 영역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뒷받침될 때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간 상생발전이 가능하다. 

※이 칼럼은 한성대 신문에도 기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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