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출제자의 시선을 포착하라"
"논술 출제자의 시선을 포착하라"
  • 대학저널
  • 승인 2010.03.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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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의 마인드를 이해해야 한다. 무생물인 논술고사에 무슨 마인드가 있으랴. 당연히 논제 뒤편에 숨은 출제자들의 시선을 이해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출제의도를 포착하여 글을 쓰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니 수많은 오답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짧은 논술 칼럼으로 천기를 다 누설해 보여줄 순 없는 노릇이니, 학생들에게 읽어서 도움이 되는 영양가 높은 글에 대해 고민 많이 해 보았다. 그래서 상반기에는 잘 만들어진 주요대 논제들 중에서 논술고사의 이면에 놓인 출제자들의 시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논제 들(혹은 일부)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진정으로 이 칼럼을 읽고 도움 받고자 하는 패기만 만한 학생이라면, 소개하는 논제와 분석글을 읽지만 말고, 직접 논제에 답하는 논술문을 작성하는 수고를 기울여보길 권한다. 어떻게 잘 썼는지 알 수 있냐고? 자신이 쓴 글을 논제 분석글을 참고하여 평가해보면 대충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게다.

타인의 글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관건
논술고사는 소수의 합격자만을 선별하기 위한, 대입 선발 시험이다. 그러니 철저히 객관적으로 논제와 제시문을 읽고, 이해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몇몇 출제교수들의 이야기를 빌어보자.
“수험생은 우선 논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빠짐없이 논술해야 한다. 글은 논제의 순서대로 구성하되 논술할 분량을 논제에 따라 적절하게 안배해야 한다”.“ 요지는 제시문의 내용을 충분하면서도 간결하게 반영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어서는 잘 된 요지가 되기 어렵다. 제시문의 내용을 포괄하고 압축하는 낱말이나 문구를 찾아서 글을 다시 써야 한다. 아울러 요지는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판단이 요지에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내 글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글을 압축하여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요지의 관건이다.

따라서 요지에는 전달자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논술의 성격상 특정한 정답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나 정답이 없다고 해서 오답도 없는 것은 아니다.”,“ 논제가 요구에 따라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자신 없는 부분이라고 빼놓고 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답안 전체의 평가를 심각하게 낮추게 될 것이다.”, “요구되는 항목에 대하여 분명한 답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위 인용구절들은 모두 주요대 출제자들의 말이다. 진지한 자세로 마음에 새겨두는 게 좋겠다. 기우삼아 모든 대학들에서 하는 상식적인 이야기 하나 하고 가자. 원고지 작성법,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의 정확성, 분량 등 글의 형식적 요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공공연한 비밀 하나 더 밝혀두는 게 좋겠다. 글씨도 예쁘고 깨끗하게 쓰도록 애써야 한다. 대개 심성 고운(?) 채점위원들은 악필도 꼼꼼히 검토하겠지만, 산더미 같은 답안지들을 넘겨가다 보면 고매한 인격도 안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가끔은 이런 섬뜩한 글도 만나게 된다. “가급적이면 글씨를 또박또박 바르게 써야 한다. 물론 필체와 무관하게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논술 채점의 기본 원칙이다.

채점위원들은 무성의하게 갈겨쓴 답안들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그 내용을 파악한다. 그러나 어지럽고 지저분한 답안은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려대 채점후기에서인용). 하나 더 보자.“ 원고지 작성법에 맞게 답안을 깨끗이 쓰도록 해야한다. 누가 원고를 읽게 되더라도 지저분한 원고, 원칙을 무시한 원고보다는 정성을 다하여 성의껏 깨끗하게 씌어진 글에 호감이 가게 마련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글쓴이에게는 손해가 될 것이다.”「( 논술고사에 대한 수험생 준비 지침」서울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건 인지상정이다. 제 글씨가 심히 어지럽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적어도 논술문 작성 때엔 이 말을 잊지 말고 주의를 기울이길 권한다.

이달의 미션
아래 논제를 읽고 짧은 논술문을 작성해보자. 상당한 변별력을 가지고 잘 만든 문제이다. 이화여대 모의 논술고사 문제들 중에서 추린 논제다. 원래는 규정자수가 없지만 편의상 적당한 자수를 지정해 보았다. 논술 능력은 남녀를 가리지 않으니, 여대 문제라고 쭈삣거리는 남학생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래의 논제 해설과 예시답안 평가를 보기 전에 다시 한 번 당부한다.직접 써 본 다음에 자기 글과 비교해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눈으로만 보면, 마음에 깊이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간곡한 당부를 무시해야 할 사정이 있는 학생이라면, 논제 해설을 읽기 전에 머리 속으로라도 답을 정리해보자. 과연 (가)의 주장은 타당할까? 자, 당신의 선택은?

간략한 논제 해설
출제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이렇게 말한다.
“제시문 [나]에 제시된 <표1>에서는 유년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노인인구는 증가하는 인구변화 추이를 통해 노인부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표2>의 자료는 노인 부양 주체에 대해연령층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체적으로 가족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젊은 층보다 주로 40대 이후의 연령층에서 가족의 부양을 더 지지하였고, 이와는 다르게 20~30대의 젊은 층은 가족뿐만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부양을 함께 담당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젊은 층일수록 가족과 정부와 사회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부와 사회가 노인 부양의 책임을 공동으로 져야한다는 의식이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지문 [가]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고령화 사회에서의 노인문제는 더 이상 유교적 가치관에 기초한 개별 가족의 문제로 간주하기보다는 국가의 적절한 사회보장제도에 의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다.”이게 출제교수의 시선이다. 주어진 도표 자료에서 읽어내야 할 의미를 함께 느껴보아야 한다. 흔히 비 텍스트 자료 중 표는 그래프에 비해 학구적인 분석력을 점검하기에 적당하다고 말한다. 대개 하나의 분명한 특
성을 보여주는 그래프 자료에 비해, 표는 두 개 이상의 의미 있는 데이터를 가질 수 있기에 독해능력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표2>에서 흔히들“가족이 담당해야 한다”라는 설문 응답 비율만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 표에서 더욱 중요한 항목은“가족과 정부와 사회가 담당해야 한다”라는 항목이다(이게 핵심 데이터다). 수치상 비중이 큰 항목만 일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럼 (가)의 주장은 어떻게 되지? 당연 타당한 주장이다. 여기서“가족이 담당해야 한다”라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것만 보고, (가)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오답의 길로 달려가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다시 한 번 (가)를 읽어보라. (가)의 필자도 “우리나라의 시민들이 서구에 비해 부모부양 의식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 학생의 답안1 >
<표1>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노인 구성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른 부양비 역시 높은 비율로 상승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부모 부양에 있어서 정부와 사회의 담당은 평균보다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가족 담당이 평균보다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노령화의 진전이 복지국가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역할 확대라는 결과가 아니라 가족이 책임져야 된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가 부모 부양을 당연시 여기는 유교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어서 이러한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양 주체에 스스로 해결한다는 노인들은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교적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을 뿐더러, 가족 의존성이 점차 줄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 평가
이 글을 쓴 학생은 이 논제 분석과 평가 과정에서 크게 배운 바가 있다. 논술문 작성 경험이 부족하여 출제자의 시선 포착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단 자료 해석 노력이 성실하다. 대체로 문장 표현도 간결하다. 그러나 (1) 논제의 요구에 충실히 답하지 않았다. (가)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 명시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이는 중대한 감점 요인이다. (2) <표2> 해석에서 기초적인 실수를 범했다. <표2>의 설문 내용은“현재 각 가정에서 누가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는가”를 물은 것이 아니다. “누가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것이다. 이 논제에 답한 학생들중 거의 60% 이상이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이 칼럼을 읽고 있는 학생은 어떻게 해석했는지 돌아보라. (3) 또한 <표2>의 핵심 데이터를 읽어내지 못했다(논제 해설 참조). (4) 평가하려는 주장에 대한 간략한 정리도 빠뜨렸다.


< 학생의 답안2 >
제시문 (가)에서는 현재 가족 구성원들도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그들이 자신들을 부양해주리라 기대하지 않고, 그나마 성장하는 복지제도에 의존하려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복지제도를 개선해야 노인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복지제도의 저성장의 요인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노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제시문 (나)의 <표2>를 보면, 노인들은 국가의 지원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가족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훨씬 더 강했다. 물론 가족의 경제 상황도 고려는 하겠지만, 고려를 하더라도 차라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쪽이 정부에 의존한다는 쪽보다도 강했다.
물론 <표1>과 같이, 노인의 수가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노인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노인들은 무엇보다도 가족의 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간과한 채, 너무 제도적으로만 노인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고령화 추세에 따른 이 사회적인 이슈는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 평가
이 답안은 어떨까? 일단, 외형상에서, 내용의 구분에 따른 문단 구성이 적절한 감각을 보여준다. 첫 번째 문단에서 평가 대상인 (가)의 내용을 간략히 자신의 언어로 요약한 것도 좋았다. “노인들은 국가의 지원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가족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훨씬 더 강했다”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표2>의 설문 내용에 대한 오해도 없다. 연령대를 특정하여 해석하는 세심한 눈길도 느껴진다. 자체로만 보면, 논지의 타당성도 높다. 그러나 <표2>의 핵심 데이터를 놓침으로써 제법 감점을 당한다. 즉 객관적으로 자료를 해석해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 학생의 답안3 >
제시문 (가)는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에서의 노인복지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시문은 노인소득에서 사적이전의 비율이 높은 이유가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은 제시문 (나)의 <표2>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 표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연령층이 노부모 부양 주체에 대해 가족의 의무를 가장 중요시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노인소득 중 사적이전이 차지하는 비중의 심각성을 보여주며, 제시문 (가)의 주장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편 제시문 (가)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의 타당성은 <표1>에서 찾을 수 있다. <표1>에서는 노년 인구수의 증가와 구성비의 증가를 볼 수 있으며, 동시에 2015년 이후로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도 알 수 있다. 이것은 미래에 노부모 부양에 대해 청년층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또한 국가의 책임이 절실하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두 개의 표는 모두 제시문 (나)의 주장을 충실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 평가
이 답안은 논제의 요구에 명료하게 응답하는 미덕을 갖고 있다. 배워야 할 장점이다. 명심하라. 평가 대상인 (가)의 내용을 역시 간결하게 요약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표1>과 <표2>를 고루 합리적으로 해석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논지 전개 과정이 매우 논리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글이다. 잘 쓴 글이다. 상위 5% 이내의 우수 답안이다.

< 학생의 답안4 >
제시문 (가)는 동아시아 국가들에서의 복지가 저성장 상태에 놓인 것은, 유교적 가치관이나 가족에 대한 의존성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미약한 사회보장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서 노인소득의 사적이전 비중이 높은 것은 국가가 노인부양 책임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지, 한국 자녀들의 부모부양 의식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제시된 (나)의 표를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으로 유년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경제성장으로 생활이 나아짐에 따라 평균수명이 늘어 노년인구는 점차 증가하는 것을 <표1>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령화로 인한 노부모 부양비를, 제시문 (나)가 주장한 것처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표2>를 보면, 응답자가 젊을수록 가족이 부양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줄어들고, 가족뿐만 아니라 정부와 사회 또한 담당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늘고 있다.
결국 동아시아 국가들의 복지 저성장은 그들의 전통적 관습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 불이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 평가
이 답안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약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좋은 글이다. 논제의 요구에 명료하게 응답하고 있으며, 제시문과 자료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가) 주장 요약으로 논지를 시작하여 <표1>, <표2>의 자료 해석을 거쳐 (가) 주장 평가에 이르는 논지 전개의 순서도 매우 논리적이다. 특히 <표1>, <표2>의 핵심 데이터를 정확하게 추출하고 있다. 상위 2% 이내의 우수 답안이다.


이 논제 분석과정에서 배운 핵심사항을 정리해보자
1. 논제의 요구사항에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2.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글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파악하여야 한다.
3. <표>를 해석할 땐, 다각도로 접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비중이 큰 수치만 바라보아선 안 된다.
<표>가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을 풍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4. 제시문들과 논제를 거듭 읽고, 출제자의 시선을 포착하려는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독해자세가 필요하다.

또 다른 핵심사항도 있다
1. 300자~600자 내외 정도의 분량을 요구하는 통합교과형 논제에 답할 때는 서론-본론-결론 구성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라. 기본적으로‘본론 위주의 답안 작성’이 바람직하다.
2. 제시문과 자료를 적절히 지시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는 것이 좋다. 실제 논술고사 결과를 보면, 제시문을 무시하고 쓰는 답안들 이 의외로 많다. 논술고사는 제시문과 자료들에 대한 정확한 독해, 해석 능력을 확인코자 하는 의도를 가진 시험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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