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강성태의 '내가 공부한 이유' ①
공부의 신 강성태의 '내가 공부한 이유' ①
  • 대학저널
  • 승인 2010.03.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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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저는 굉장히 찌질한 학생이었답니다. 지금은 공신닷컴 사이트 덕분에‘공부의 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정반대에 가까운 학생이었습니다. 공부를 특별히 잘했던 것도 아니었고, 키가 크거나 운동을 잘 했던 것 도 아니었죠.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 뒤론 촌놈으로 놀림 받고 언제나 한껏 주눅이 들어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어떤 여학생을 좋아하는 것은 제게 사치라 생각했습니다. 제 주제에 다른 사람 좋아한다는 것은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습니다. 저 혼자 생각해봐도 좀 웃긴 일이었죠.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저는 제 주제를 알았고, 그렇게 쭉 학창시절을 지내왔습니다. 여자친구 사귀어 본 적 없었고 여학생들에게 말도 잘 걸지도 못했습니다. 제게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용기를 내는 유전자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학창시절 연애라는 것은 그저 방송이나 영화에 나올 다른 세상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루 만에 달라졌습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것 만큼은 꼭 지켜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머리 속에 그 생각이 밤낮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일은 공부와는 가장 먼 이야기기도 하지만 어쩌면 제겐 공부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내 삶을 바꾼 요리 동아리 후배
여학생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이었고 동아리 활동이 많았습니다. 저도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저는 요리부 동아리였습니다. 제가 가입할 때 처음 생긴 동아리라 지원자가 없어서, 다른 동아리 떨어지고 갈데없던 친구들이 온 동아리였습니다. 2학년이 되자 동아리에 1년 후배들이 새로 들어오게 되었고 저는 그 중에 한 여학생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예쁘진 않았지만, 착하고 상냥하고 궂은일도 앞장서서 하는 후배가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써클 활동시간에 그 아이가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너무 너무 설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한 여학생에게 반했어요. 설거지하는 모습에 반했죠. 이건 제게 굉장한 발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거든요, 그냥 제가 누굴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였습니다. 물론 그래봤자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고 표현도 한적 없지만요. 하지만 안타까운 시간이 자꾸만 흘러가고 있었죠.

이제 곧 고3이 되면 고3들은 동아리 활동을 못해요. 너무 슬펐습니다. ‘좀 더 일찍 만났다면 같이 있을 시간이 좀 더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제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고3이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공부하는 기계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떼를 쓰거나,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나, 꾀를 부리는 것 없이 그냥 밥 주면 돌아가는 기계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그리고 여기 저기 써 붙였습니다. 필통에도, 책상에도, 책 에도“나는 공부하는 기계다.”“나는 공부하는 기계다.” 공부로 유명한 분들 보면 다들 멋진 목표와 꿈과 관련된 멋진 좌우명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도 물론 그래 본 적이 있으나 다음날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곤 했습니다. 저는 유혹에 너무 약했고 잡념이 많아 계획을 세우면 3일을 못 넘겼습니다.

공부하는 기계가 되기로 마음먹다
고3 동안 나를 이끌어 줄 뭔가 멋진 말을 생각해 내려했지만 정말 마땅한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애초에 그런 의지력은 따위는 타고 나지 않은 인간이라 결론 내렸고, 무식하게 의지고 뭐고 상관없이, 그저 삭막한 기계가 되는 게 제일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방법 뿐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저는 정말 기계가 됐습니다. 과장하면 잠자는 시간 빼고는 전부 공부를 했어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요? 걸어 다닐 때도, 밥 먹을 때도, 잠시라도 시간이 생기면 공부했던 것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일어날 때 머리 속에 공부하는 내용을 넣어 일어났고, 계속 그것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고 3때 정말 깨어 있는 동안 쉬지 않고 머리를 굴렸습니다. 저는 사실 야자시간에 많이 졸던 학생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그 이유가 저녁식사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걸 발견했어요. 그 때 이후부터 딱 배고픔이 사라질 정도로만 먹었습니다. 배고픔이 사라졌다 느끼면 바로 수저 내려놓고 남은 음식은 버렸습니다. 놀고 싶거나 힘들면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다른 생각으로 돌렸습니다. 그런 생각 자체를 잊기 위해 영단어라도 미친 듯이 써내려 갔습니다.

이 땐 하루하루 제가 가진 에너지를 거의 다 쓸 때까지 한 것 같습니다. 누우면 기절이었죠. 그 당시 저는 항상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공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간만 되면 맨 뒷자리 창가 자리로 옮겼어요. 원래 맨 뒤 그 자리 앉던 친구에게는 빵을 사주고 며칠 전부터 부탁을 해서라도 바꿨었죠. 가끔“맨 앞 자리에서 더 공부 잘 된다”면서“한 번 앉아보라”고 친구를 꼬드기기도 했죠. 그 시간 동안엔 창밖만 봤습니다. 한 시간 내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창밖만 봤어요. 그 때가 제가 좋아하던 후배의 체육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후 배의 시간표를 가지고 있었고 외우고 있었어요. 4층 교실에서 운동장을 바라보며 그 후배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시간 중에 하나였습니다. 물론 나오지 않는 날도 있죠. 하지만 비가와도 눈이 와도 운동장에 아무도 없어도 바라보았습니다. 혹시라도 나오지 않을까. 한 시간 뒤 저는 다시 앞자리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만약 그 아이가 나와서 제가 볼 수 있었던 날에는 그 날 하루는 말 그대로 열불 같이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동아리 1년 선배들이 후배들 밥 사주러 찾아온 날이었습니다. 그 날 선배들이 피자를 사주고 대학생활 이야기를 했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같은 고등학생이었는데 선배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습니다. 머리는 하나 같이 염색을 했더군요. 멋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배들은 하나 같이 명문대였습니다. 재수를 하거나 좋지 못한 대학에 간 선배들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랬겠죠. 대입에 성공하지 못한 선배들은 후배들을 보러 다시 학교에 찾아 오지 못 했을 테니까요.

저는 불안했습니다. 내가 이 선배들처럼 좋은 대학 가서 제가 좋아하는 후배를 보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 아올 수 있을까? 답은‘NO’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갈 길이 멀게 느껴 졌지만 제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마음을 잡았던 겁니다. 결심했어요. 용기가 없어서 그 때까지 감히 생각도 하지 못했던 대학들, 내가 가겠노라고! 보잘 것 없는 내가 좋아한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으려면, 유일한 방법은 내가 공부라도 잘해서 멋진 대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좋은 대학에 가야만 했습니다.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야 했죠.

그 때부터 후배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체육시간 이외엔 모든 것을 절제했습니다. 절제보다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놀고 싶어지면 그 아이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에 말 한 마디도 안하고 미칠 듯 외로우면 그 아이 생각 한 번 했습니다. 하다하다 정말 미칠 것 같다, 이렇게 공부하다 죽겠다 싶으면 그 아이의 교실 주변을, 학교 마당을 어슬렁 거렸습니다. 혹시라도 만날까라는 기대로 좀비처럼 걸어 다녔습니다. 어쩌다 만나고 나면 다시 불같이 공 부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분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때 만큼은 나도 용감했었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치열했던 고3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비결, 공부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였습니다. 저는 지금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후배님이 계실 거라 믿습니다. 아마 누군가에게 향해 있는 마음 때문에 많이 힘든 후배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냥 호감일 수도 있고 저보다도 더한 짝사랑일 수 도 있습니다. 많이 고민되고 답답할 거라 생각됩니다. 그 마음 저는 조금은 알 것 같네요. 하지만 기운을 내세요. 제 경험을 비추어 본다면 여러분은 정말 행운이신 겁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누군가를 위한 공부가 삶의 원동력
여러분께 꼭 한가지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좋은 직장 얻기위해서?“ 배워서남주자”라는말이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고, 또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공신닷컴의 좌우명이
기도 하죠.
저는 이 말이 곧 공부를 잘하는 비결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만 잘 되려고 공부하면, 공부는 언제나 한계에 부딪힙니다. 공부가 힘들고 지겨운데, 힘들고 지겹게 할 바엔 그냥 나 잘 먹고 잘 사 는 것 좀 포기하고 그냥 좀 불편하게 살면 됩니다.
하지만 누군가 다른 이를 위해서라면 다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지켜줘야 하는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그들을 떠올려 보세요.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를 위해 머리가 다 희고 등골이 휘어져라 잠도 못 주무시고 일 하시는 부모님을 위해서, 헐 벗고 굶주리고 돈 없고 버림받은 아이들을 위해서, 산더미 같은 폐품 리어카를 끌고 연탄 값이라도 벌어볼까 헤매시는 꼬부랑 할머니 같이 힘 없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아니면 내가 꼭 지켜줘야 하는 단 한사람을 위해서......
공부를 하려면 여러분 스스로가 아니라 이들을 위해서 하십시오. 그렇다면 여러분은 그 어떤 기적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길이어도 여러분은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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