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간, 학생 간 인사하기가 ‘인성교육’의 시작”
“사제 간, 학생 간 인사하기가 ‘인성교육’의 시작”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3.11.28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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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화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장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일단 서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사라는 행위가 단순한 매너이자 에티켓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사 한마디가 우리 네 교육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이하 ‘홍대사대부고’) 서정화(67) 교장은 학교를 운영하면서 ‘인사하기’를 생활하는 데 일차적인 역점을 뒀다. 즉 ‘인사하기’를 통해 전인교육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특히 학력 신장을 위한 수월성 교육보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인성교육에 더 방점을 뒀다. 왜냐하면 인성교육은 사회생활의 기본이 될 뿐 아니라 학력 신장을 위한 바탕이 된다는 점을 직시해서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로 근무할 때만 해도 학생들의 실력이 제일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중·고 교장으로 재직할 때는 학력(실력)과 인성이 동시에 강조돼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더군요. 그러다가 중·고등학교에서 교장직을 수행하면서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할까요. 특히 남자 고등학교인 홍대사대부고에 갓 부임했을 때 학생들이 교장을 봐도 인사를 하지 않는 게 이상했어요. 처음에는 얼굴을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여겼지만 시간이 갈수록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밝고 활기찬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인사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이후 서 교장은 지식교육에 앞서 기본적인 예절교육을 통해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상호 존중과 다른 사람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모든 학생들이 다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이제 서 교장은 홍대사대부고에 재직한 지 2년 반이 조금 지났다. 교육의 효과가 시나브로 나타난 것일까? 서 교장에 따르면 학교 내부적으로는 재학생 만족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 진학률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저학력 학생들의 실력 향상과 인성 함양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학력 수준이 낮거나 진로와 진학에 대한 고민이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상담활동을 강화하고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 아니라 ‘대학생 교사 봉사자 수업’을 운영한 것이 주효했다. 대학과 고교 교육 현장 경험을 통해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체득한 서 교장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보자.

‘인사하기’는 인성교육의 ‘첫 걸음’
서 교장은 교육계에 34년 동안 몸 담으면서 칼럼이나 사설을 통해 ‘교육’에 관한 자신의 소신과 견해를 꾸준히 밝혀왔다. 그런데 서 교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인성교육에 대한 정의란 무엇일까.

서 교장은 “‘인성교육’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학생들로 하여금 ‘바람직한 행동들을 습득하도록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육 활동’이라고 볼 수 있고, 이는 바로 교육의 본질 구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바람직한 행동특성은 보는 이의 관점이나 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거예요. 허나 바람직한 인성과 자질은 학교에서는 교훈이라든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급훈에 담겨져 있다고 봐요.”

인성교육에서 서 교장이 가장 첫 번째로 꼽은 것은 바로 ‘인사하기’다. 인사는 바른 인성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학생과 교사는 모두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인사를 잘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인성교육을 위해 지식 중심의 교과지도 못지않게 생활교육, 훈화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학교장을 비롯해 담임교사, 모든 교사들이 정성 어린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조회, 종례 때 수시로 학생들을 안내하고 조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아울러 학교에서의 학생 지도상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교육 관련 기관에서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일이죠. 특히 우울증, 주의력결핍행동장애, 게임중독 등에 빠져든 학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이러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지침서를 일선 학교에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줬으면 해요.”

서 교장은 ‘인사하기’와 관련해 “학생이 교사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서로 반갑게 인사를 교환한다면 우리 학교는 훨씬 따뜻하고 밝은 공동체가 될 것”이라며 “인사를 통해 서로 존중해 주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거듭 당부했다.

고운말 사용으로 즐거운 학교 분위기 조성
서 교장이 인성교육을 위해 두 번째로 꼽은 것은 ‘고운말 쓰기’다. 사실 청소년들이 일상 언어에서 욕설·비속어 사용이 갈수록 심각해져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청소년 시기의 일시적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많다.

일례로 한국교총이 최근 초중고 교사 2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이 교사에게 비속어로 조롱하거나 욕설하는 것을 들었다는 교사가 78%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장도 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했다. “욕설이 포함되지 않으면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은 학생들의 대화를 들으면 걱정이 많이 돼요. 사려 깊지 못한 일부 얼치기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구사하는 거친 욕설을 흉내 내는 듯한 현재의 세태와 분위기를 느낀다고 할까요?”

서 교장은 부임하고 나서 줄곧 교실, 화장실, 복도, 계단 등 학교 곳곳에서 언어순화 관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갔다. 예상보다 빨리 가시적 성과도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홍대사대부고가 교육부에서 지원하고 한국교총에서 추진한 언어문화개선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서 교장은 “사실 대다수 학생들은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래 집단 분위기에 휩쓸려 거친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첫 부임했을 때보다 학생들이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고운말 사용에도 적극 동참해 줘서 학교 분위기도 상당히 부드러워진 것 같아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청결·절약 습관 길러줘야
마지막으로 서 교장이 강조한 것은 ‘청결’과 ‘절약’이다. 이는 학교교육 행복지수(Educational Happiness Quotient: EHQ)와 관련이 있는데 쾌적한 시설의 확보와 생활지도 강화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진다. 학교교육 행복지수는 서 교장이 2006년 대학교수 시절 학생들이 학교에서 행복한 경험을 갖도록 하기 위해 교육 분야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처음 활용한 용어(term)다. 연구 결과 학급이나 운동장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학교교육 행복지수를 높이는 상관이 가장 높은 변인(factor)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아무 데나 휴지를 버린다거나 침을 뱉고 지저분한 주변을 방치하는 것은 면학 분위기를 해치게 되죠. 깨끗한 환경과 더러운 환경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금세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아울러 서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절약하는 습관을 갖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는 공동체 생활이기 때문에 절약하는 것도 몸에 배어 있어야 해요. 화장실에서 휴지를 사용하는 일이라든지 냉·난방, 전기 사용 등과 같이 하찮아 보이는 것도 항상 아끼는 자세가 필요해요. 1000원을 가지면 아프리카 사람들의 하루 생활비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니 우리 학생들이 ‘낭비는 죄악’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서 교장이 인성교육의 덕목으로 제시한 ‘청결’과 ‘절약’은 인성교육에서 기본적인 내용들이다. 말로만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조그마하게 보이는 것일지라도 학교, 가정, 자신의 주변부터 조금씩 실천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인성교육의 문제는 실천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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