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학가 성범죄 대책, 그 ‘데자뷰’
[기자수첩]대학가 성범죄 대책, 그 ‘데자뷰’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3.08.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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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대학팀 김준환 기자

 

지성인의 전당을 대표하는 상아탑에서 성추행 등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학 캠퍼스도 성범죄 사각지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고려대학교에서 최근 또다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캠퍼스 성범죄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시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 이후 학교 측은 성폭력에 관한 교칙을 지난해 개정한 바 있다. 하지만 2년이 조금 지난 고려대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학교 측과 경찰 등에 따르면 고려대 남학생 1명이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같은 학교 여학생 19명을 성폭행‧성추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오다 적발됐다. 피해 여학생들은 학교 측과 별도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이 남학생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2011년 고려대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을 때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학교 측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이번 사안이 불거질 경우 피해 여학생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이 우려됐지만 묵과하기엔 사안이 너무 심각해 학교 명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대는 지난 5월 경영학과 모교수가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소형카메라가 장착된 손목시계로 뒷자리에 앉은 여성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보건대학 소속 모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가 있다는 사실이 재단 이사회에 보고되면서 교원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성추행한 교수의 처벌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학가 성범죄가 비단 고려대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게 대학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같은 달 육군사관학교에서도 축제기간에 남자 상급생도가 여자 하급생도를 성폭행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축제 중 폭탄주를 마신 뒤 술에 취한 2학년 생도를 4학년 생도가 피해자 기숙사에 따라가 대낮에 성폭행이 이뤄진 것이다. 

기강과 규율이 엄격한 육사에서 성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은 대학가의 그릇된 음주문화가 성범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대학 구성원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성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급조된 대책을 내놓는 모습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흐지부지되곤 한다. 성범죄의 특성상 실효적 예방대책 수립과 함께 관련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학 캠퍼스에서 성범죄를 근절시키는 일은 요원한 것일까. 대학 내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대학 구성원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지성의 전당인 대학 캠퍼스에서 추악한 성범죄가 발생하고 으레 그랬듯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데자뷰(deja-vu)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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