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사냥꾼을 잡아라!"
"기부금 사냥꾼을 잡아라!"
  • 이원지 기자
  • 승인 2013.07.15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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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편집국 대학팀 이원지 기자

며칠 전 지방 소재의 한 대학 홍보팀에서 기자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기자가 인터넷 뉴스에 올린 기사를 내려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해왔다. 

무슨 일인가, 설명을 들어보니 이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A기업에서 억대의 돈을 발전기금으로 학교에 기탁했는데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A기업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기사를 접한 몇몇 기관에서 “우리도 좀 도와달라”며 A기업에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는 것이다.  

반값등록금 문제가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던 얼마 전 함께 주목받았던 것이 바로 대학 기부금이었다. 반값등록금에 따른 재정 부담 완화를 국가 재정에만 의존할 수 없는 실정에서 대학기부금 활성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부금마저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상황이라 지방 소재 대학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재정 문제’라는 숙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지방 대학에서 개인 또는 기업을 통해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다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닐 텐데 이 전화를 받고 보니 기자는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A기업에 손을 내밀었다는 일부 기관들은 스스로 기부금 유치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일명 '기부금 사냥꾼' 노릇을 하고 있는 셈 아닌가? 뜻을 가진 곳에서 '좋은 의도'로 내놓은 기부금이 외부에 노출되면 '피곤한' 기부금이 돼버리는 현실에서 과연 대학 기부금 문화가 활성화되겠느냐고 기자는 되묻고 싶다.

더군다나 적은 액수의 기부금 조차도 절실한 지방소재 대학에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임에도 불구하고 베품을 실천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선한 기부' 마저도 사라져버리진 않을까? 우리 모두 진지하게 우려 섞인 고민을 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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