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과목은 암기 과목이 아니다”
“역사 과목은 암기 과목이 아니다”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3.07.03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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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일고등학교 김해용 교사

편집자 주=최근 역사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7·8월호 <대학저널>에서는 수험생들이 역사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효과적인 역사 공부법을 익힐 수 있도록 영동일고등학교 김해용 역사교사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인터뷰는 수험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교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얘기로 재구성해 봤다.

“역사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른 사회 과목에 비해 5배 정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얘기하지만 공부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다면 제일 재미있는 과목이 바로 역사이기도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는 탐구하는 과목이 돼야 하고 당시의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수업 방식으로 점차 바꿔져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청소년들의 역사 의식 부재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영동일고등학교에서 역사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김해용 (42) 교사는 역사의 의미와 역사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이어 김 교사는 현 역사교육의 문제점으로 대학 입시와 학교 교육을 지목했다.

“대입 수능에서 지엽적인 부분까지 시험에서 출제되므로 그런 부분까지 교사들이 가르쳐야 하고 학생들은 세세한 내용을 모두 기억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어요.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역사 과목에 대한 흥미를 끌 수 있게 하려면 너무 많은 내용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재미 있고 관심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 관련된 부분으로 확장해 가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하나, 청소년들은 역사에 관심이 낮다?
그렇지 않다.
김 교사는 “최근 언론에서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한다”면서 “언론에서 (역사에 대해) 지식적인 측면으로 물어보거나 전체 맥락에서 앞뒤를 끊고서 언론이 보고 싶은 부분만 부각시킨 게 아닌가”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김 교사는 청소년들이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로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과목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하고 있어요. 사회탐구 영역 11개 과목 중에서 역사는 항상 3~4위권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역사에 대해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지요.” 김 교사는 “진짜 문제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대입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사 교육 때문에 역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둘, 역사는 암기 과목이다?
오해다.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암기식 위주의 교육체제로 돼 있다는 것이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학창시절 조선시대 왕 시호를 첫 단어로 암기하 는 방법 중의 하나다. 역사 과목을 공부할 때 얼마나 외울 게 많았으면 이런 식으로 암기를 해야 할까라는 안타까운 생각도 드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역사 과목을 정말 암기 과목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김 교사는 “물론 기본적인 암기능력도 필요하겠지만 암기 위주의 단편적 지식을 전달하는 역사교육은 지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역사라고 하는 교과내용은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고구마 줄기를 캐면 다른 고구마가 쭉 따라오듯이 역사적 사건 하나하나를 개별화돼 있는 것처럼 인식하지 말고, 사건의 연관성을 잘 파악한 후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는 게 역사 공부방법의 핵심이죠.”

셋, 역사와 언어실력은 별개다?
틀린 말이다.
역사공부는 한자어를 비롯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실력이 요구된다. 김 교사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게 되면 동아시아 역사, 근현대사, 영어원서강독 등을 공부한다”면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심지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 실력을 갖춰야 입체적이고 창의적인 역사 공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역사는 옛날 사료를 기반으로 한 학문이기 때문에 한자어가 굉장히 많다. 따라서 한자어 실력이 높으면 역사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빠르다. 김 교사도 “한자어에 대한 감각이 있으면 용어 이해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자어 이해를 통한 역사 공부란 어떤 것일까?

김 교사는 동학농민운동의 ‘폐정개혁안(弊政改革案)’을 가지고 예를 들었다. “‘폐정’이란 ‘잘못된 정치’를 가리키는 말이죠. 그렇다면 ‘농민들에게 잘못된 정치는 무엇일까’라고 역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농민들 입장에서 보면 탐관오리의 수탈, 양반들이 괴롭히는 것, 신분적 차별로 억압받는 태도, 농사를 지으면서 자신의 땅이 없는 상황 등이 모두 ‘폐정’에 해당되는 것이죠.” 즉 ‘폐정’이라는 한자어를 이해하면 폐정개혁안 12조에 들어가는 조항들을 굳이 외우지 않고서도 유추가 가능하다는 게 김 교사의 주장이다.

넷, 역사교육에서 글쓰기가 중요하다?
정답이다.
김 교사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언어와 생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역사교육의 일환으로 글쓰기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행평가’를 통해 그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있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강화하는 한편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르치고 있는 1학년 한국사 과목은 1주일에 한 시간씩 수행평가를 해요. 학생들에게 사료나 관련 자료를 나눠 주고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작성하게 하는 거예요. 30분 글쓰기, 20분 발표 시간을 주는데 학생들의 호응도가 꽤 높죠.”

수행평가의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학생들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데 있다. 예컨대 흥선대원군에 대한 평가를 한다고 치자. 김 교사가 학생들에게 ‘흥선대원군의 내정개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라고 질문하면 대다수 학생들은 왕권강화 등을 근거로 ‘잘했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면 김 교사는 ‘조선시대 군주 중 연산군의 왕권이 가장 강했는데 당시 백성들이 정말 잘 살았을까?’라고 되묻는다.

“연산군은 당시 교육기관이면서 선현들을 제사지내는 곳인 서원을 철폐했어요. 쉽게 얘기하자면 오늘날 학교의 역할을 하는 서원을 문제가 있다고 무작정 학교 문을 닫게 하는 게 옳은 것인지를 지적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문제 제기를 하는 거예요.” 김 교사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교과서적인 틀에서 벗어나 과거 역사의 모습을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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