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면 ‘사회’가 쉬워진다
‘사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면 ‘사회’가 쉬워진다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3.05.29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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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경민고등학교 박효경 교사

유교의 경전 예기(禮記)에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이 나온다. ‘교사와 학생은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교학상장’이란 용어는 교육 얘기를 하다보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과연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교학상장’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와 학생은 얼마나 될까? 특히 요즘과 같이 치열해진 입시경쟁 사회에서 여기에 부합되는 케이스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9일 의정부 경민고등학교에서 ‘교학상장’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박효경(43) 교사를 만나 사회과목 교수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교사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학생들의 역량이 재작년보다 작년이 낫고,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수업에 임하고 있다. “내가 수업에 최선을 다하면 너희들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를 만드는 것은 너희들이고, 선생님을 멋진 교사로 만들고 싶으면 너희들이 그렇게 해줘야 한다.” 박 교사가 늘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얘기다.

박 교사의 수업 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논술고사와 면접고사에서 다뤄지는 시사적인 이슈를 정규 수업 시간에 교과서와 연계해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문만평 수업, 글쓰기 ·토론 ·프리젠테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봐야 할 점은 단순히 주의 환기용 소재나 가십성 이야기들로 채우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실질적인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 수업 방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진학과 연결될 수 있는 끈이 생긴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통해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스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만들어 준다거나 비교과활동으로 연계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예요.” 박 교사는 최근 자신의 제자 중 한 명을 외부 기자로 추천해 청소년경제교육신문 기자로도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만평 활용 수업… 학습 시너지 효과 ‘톡톡’
박 교사가 사회과목을 가르치면서 내내 고민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부분이었다. ‘어떻게 가르치면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으면서 모든 학생들이 웃고 재미를 느끼게 수업할 수 있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투영해 교과서 사회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생각해 낸 교수 방법이 바로 신문에 나온 ‘만평’을 활용한 수업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박 교사는 학창 시절 만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가 된 지금, 아이들의 입장에서 수업에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만화’만큼 좋은 학습 매개체도 없다는 게 박 교사의 판단이었다. 일단 학생들이 수업에 재미를 느껴야만 충분학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게다가 박 교사는 상위권은 물론 중하위권 학생들이 모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유달리 강했다. 이제 만평 수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8년째다. 수년째 접어든 만큼 만평 수업에 대한 남다른 노하우도 축적돼 있다. 몸이 아프더라도 자신의 수업을 다 듣고 난 뒤에야 조퇴를 신청하는 학생도 있다고 박 교사는 넌지시 얘기한다.

그렇다면 만평을 활용한 수업 방식은 어떻게 진행될까? “먼저 한 주간의 정치·경제·사회 분야 화제의 인물을 선정해 학생들에게 소개하죠. 그냥 단순한 소개에 그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주제들끼리 묶어서 보여줘요. 그런 다음 각각의 만평에 어떤 관점이 녹아 들어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서 설명하고 있어요.” 여기서 주의점 하나! 박 교사는 “만평은 작가의 주관적 가치 판단이 개입돼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객관적인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또 박 교사는 만평 수업을 통해 교과서 개념과 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되는 문제 유형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예컨대 사회탐구영역 중 ‘사회문화’의 경우 기능론과 갈등론,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 등을 다루게 되는데 첨예한 사회이슈들이 만평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수능 문제와 연관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박 교사의 수업은 학생과 부모 사이의 대화를 이끌어 내는 놀라운 변화도 가져왔다. 박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공부한 사회 이슈를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현안을 두고 부모와의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해졌다. “한 학부모와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만평을 활용한 수업 덕분에 학교 문제 이외에도 아이들과 얘기할 거리가 엄청나게 많아져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아울러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들이 만평에 소개된 이슈를 접한 뒤 더 자세한 뉴스를 알아보는 적극성을 띄었다. 학습태도 역시 수동적인 형태에서 능동적인 형태로 바뀐 것이다.

NIE 훈련 ·글쓰기 지도… 사고력 ·창의력 ‘쑥쑥’
학생들의 생각을 표현해 내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박 교사의 중요한 교수 지침이다. “요즘 학생들은 ‘마치 창고같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수업 시간에 전달받은 지식을 우격다짐으로 쟁여두고 시험점수만 잘
나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하나 안타까운 점은 ‘사회’과목을 공부하는데 정작 진짜 ‘사회’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훈련을 시키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하면 사고의 흐름과 구조를 체계적으로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박 교사는 판단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택했던 것은 신문을 활용한 교육이었다. 이른바 NIE(Newspaper In Education)로, 신문 읽기를 통해 사회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읽기·쓰기 등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뒀다.

박 교사는 만평 수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 교과 과정에서 알아둬야 하는 개념과 연계지어 글쓰기 주제를 내줬다. 가령 ‘헌법으로 보장하는 기본권’ 단원을 학습할 경우 ‘지적 재산권의 공유와 보호’라는 주제로 국제적 관심사였던 삼성-애플 간의 법적 공방전에 대해, 수능 사회탐구 문제에서 단골 소재인 환율 문제를 다룰 때에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격적 경기부양책)와 같은 따끈따끈한 이슈를 글쓰기 과제로 지정한다. “이러한 글쓰기 훈련을 통해 사회과목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를 이해하고 사회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고 믿어요.”

박 교사는 학생들의 지도를 위해 다양한 교수 능력 향상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러 대학에서 주최하는 입학사정관제 연수 프로그램, 독서지도자 과정 프로그램, 신문활용교육
지원 프로그램, 컴퓨터활용능력 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 연수 등 한 해에만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다. “솔직히 몇 년 전엔 학생들이 제 수업을 듣고 ‘재미있네’ 정도로 관심을 이끌어 내면 족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선생님의 개별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죠. 또 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정말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점을 고려한 측면도 있었고요.”

일대일 학습 멘토링… 정서적 지지 ‘유도’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들의 애정어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박 교사도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는 데 있어 교사와 학생 간 친밀한 접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개한 ‘전국 초·중·고 교원의 학생·학부모 상담실태’ 설문조사 결과, 교사 63%가 일주일 동안 총 학생 상담 시간이 ‘1시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업 및 수업준비와 공문서 처리 등 행정업무로 인해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교사도 예외가 아니다. 시청각 자료 등을 활용한 50분짜리 수업을 준비하고 학교에서 맡고 있는 행정업무까지 처리하려면 다른 교사보다 몇 배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대신 박 교사는 글쓰기 수업을 준비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개별 접촉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특정한 주제를 제시해 주고 글을 써 오면 일일이 확인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이슈와 관련된 글을 써 오라고 얘기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품은 얘기를 한다고 보여져요.

일전에 ‘청소년 성형규제 올바른가’라는 주제로 글을 써오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요… 어떤 남학생이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 때문이라는 요지로 성형규제법을 반대한다’는 글을 제출했어요. 저는 이 학생이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매사에 소극적이고 의기소침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학생의 입장에서 얘기해주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더니 이 학생의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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