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공부법의 비밀은?
교과서에서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공부법의 비밀은?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3.04.29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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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계열학부 1학년 김근우 씨

‘창의학술잡지부 편집장’, ‘벌집한담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과학프로젝트 연구자’, ‘YDMUN 베네수엘라 대사’, ‘학생회 임원’.

올해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김근우 씨는 지난해 ‘고3 수험생’이라는 타이틀 외에도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고교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내내 김 씨의 가장 큰 고민은 대학을 가기 위해 단순히 성적만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친구들과 달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학업 활동을 병행할 것인가였다. 결국 김 씨가 더 비중을 뒀던 부분은 후자였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최고 명문사학으로 꼽히는 고려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김 씨가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다양하게 하면서도 당당히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고등학교 1학년 때 접한 몇 권의 책들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제게 스승과도 같은 책들인 ‘오래된 연장통(전중환 著)’,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최재천 著)’, ‘정재승+진중권 크로스(정재승 ·진중권 著)’를 만난 것은 제게 굉장한 축복이나 다름 없었어요. 이 책들을 통해 ‘통섭’, ‘집단지성’, ‘학문적 수양을 위한 글쓰기’에 대해 배울 수 있었거든요. 책에서 얻은 교훈들을 바탕으로 학교 생활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제가 추구하고 싶은 학문의 행로를 개척해 나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에 따라 김 씨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고 이종 학문 간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한 ‘창의학술잡지부’라는 동아리를 기획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과학동아> 잡지사 탐방, 골드버그 장치 만들기 대회 개최 ·운영, 창의적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 창의학술잡지 1호 발간 등 고교생으로 하기 힘든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차곡차곡 이뤄냈다. 이 같이 김 씨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겪은 숱한 과정과 노력들은 교과서에서는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공부법이기도 하다.

고교 지식인들의 생각융합 ‘벌집한담’
집단지성을 공부법에 적용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 그 전에 집단지성(集團知性)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일까? 위키백과사전에 따르면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해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이다. 1910년대 하버드대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가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처음으로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사회학자 피에르 레비(Pierre Levy)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지성 개념을 정리하면서 최근에는 사회, 정치, 과학, 경제, 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집단지성은 일견 단순해 보이는 개념이지만 이를 현실에 활용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특히 입시 교육에 갇힌 학생들이 집단지성과 같은 지식활동을 공부법에 적용한다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 씨는 고등학교 시절 집단지성을 공부 방식에 적용하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구체적으로 ‘벌집한담’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집단지성’을 공부법에 적극 활용했던 것이다.

“고교 시절 다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매월 한 가지의 주제를 다루면서 각자의 생각들을 융합해 집대성한 것이 바로 ‘벌집한담’이에요. ‘벌집한담’에서 ‘벌집’은 육각형의 매우 견고한 건축물과 같이 여섯 명의 생각이 단단히 뭉쳤다는 거예요. 그리고 ‘한담’은 말 그대로 이야기를 나누자는 거지요.” 김 씨는 책을 출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생각을 읽는 고등학생이 아닌 생각을 쓰는 고등학생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부법이 지금과 같은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정답이라고 하기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실제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대학 입시가 코앞인데 시간 아깝게 뭐하는 거야’, ‘이런 거 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학교에서 공부는 안 하고 다른 데 정신 팔리면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등 속상한 얘기들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를 지향하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공부 방식으로 우리의 생각을 체계화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확신했죠.”

‘집단지성’의 힘으로 학습능력 향상
김 씨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공부방식, 이른바 협업 과정을 통한 공부 방식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첫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프로젝트 기반의 작업(공부)을 하다 보면 내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어요. 한 가지 큰 주제를 잡게 되고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관심 사항이 계속 나와요. 저는 진화생물학, 인지과학에 관심이 생겼고, 관련된 공부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대학 진학 시 생물 분야와 연계된 학과를 선택할 때 큰 도움을 받았죠.”

둘째, 논술이나 심층면접에 도움이 된다. “고려대 OKU미래인재전형으로 들어왔는데 면접 볼 때 이 같은 학습법 덕분에 그 효과를 톡톡히 봤어요. 30분 동안 진행된 면접에서 ‘호메오박스 유전자(체절결정유전자나 일군의 분절유전자의 유전자, 축형성(軸形成) 유전자 등에서 발견된 서로 상동성이 높은 180염기쌍으로 이루어지는 염기배열)’, ‘센트럴도그마(유전 정보의 전달과 발현에 관한 분자생물학의 일반 원리)’ 등 대학 수준의 문제가 나왔어요. 평소에 친구들과 모여 관심 있게 얘기한 내용이라서 막힘없이 답변할 수 있었어요. 심층 면접에 대해 완벽한 대비를 할 수 있었던 셈이죠.”

셋째, 수학능력시험 풀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 “수학능력시험 유형 가운데 ㄱ, ㄴ, ㄷ 등을 선택하는 ‘합당형’ 문제가 있어요. 이런 유형의 문제는 진위 판별을 정확히 하는 게 관건이에요. 대다수 수험생들이 근접하게 답을 찾긴 하지만 긴가민가 할 때가 더러 있어요. 이럴 때 제가 했던 공부 방식이 빛을 발하게 돼요. 왜냐햐면 공부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근원적인 이유를 찾는 한편 원론적인 물음에도 답할 수 있는 고민이 수반되기 때문에 답을 정확히 찾을 수 있어요. 소위 말하는 한번 꼰 문제에 대해서도 핵심 원리를 알고 있기에 답을 확신할 수 있죠.”

지적 호기심, 공부의 출발점!
혹자는 공부란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며 지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호기심은 공부의 출발점이자 상상력과 창의력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된다. 김 씨의 학창 시절은 온갖 호기심으로 점철돼 있었다. 김 씨는 “어렸을 적부터 남들이 소위 말하는 ‘별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생각도 많았다”며 “한때 초등학교 조기입학 문제로 아동 우울증 수준까지 갔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을 인지하는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인지과학자를 꿈꾸고 있는 그는 ‘생물’에 대한 호기 심이 남달랐다.

“중학교 1학년 즈음이었어요. 당시 우리집 수건들에서 간혹 이상한 냄새가 나곤 했어요. 그래서 제가 사용하고 있는 수건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 방법을 검색해보다 세균 배양 로닥플레이트 60여 개를 구입해 방구석에 잔뜩 늘어놓고 여러 보관 조건에 따른 세균의 양을 비교해 봤어요. 그리하여 ‘락앤락’과 같은 밀폐용기에 수건을 보관하는 게 가장 깨끗이 보관하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었죠.”

김 씨의 사소한 호기심은 궁금증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정리해 생물 선생님께 제출했다. 당시 선생님은 ‘생물올림피아드’에 참가해 보라고 용기를 북돋워줬다. 이후 김 씨의 생물 실력은 대학교 일반생물학 책을 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김 씨는 “지금까지도 생물 과목에 대한 학문적 열정이 뜨거운 것은 지적 호기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그의 학문적 호기심은 이뿐만이 아니다. ‘펜으로 몸에 글씨를 쓴다면 건강에 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직접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필기구 개발을 시도한 적도 있다. 당시 팀을 구성해 ‘한국과학영재학교 과학축전 KSASF 2008’에 출전, 주제탐구 부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재는 호기심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김 씨 역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심 있는 분야를 찾고 궁금한 것을 하나씩 채워나갈 때 자신만의 영재성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첫 단추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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