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달인]제2탄 장수생
[수학의 달인]제2탄 장수생
  • 대학저널
  • 승인 2013.03.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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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한 카페 질문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저는 재수를 한 학생입니다. 이번에도 수학 때문에 결국 수능을 망쳤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한편으로는 한심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해요. 웬만한 인강과 문제지는 거의 다 봤고, EBS 교재는 심지어 4번이나 반복했어요. 이 정도 는 꽤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공부 양이 모자란 걸까요?


장수생
가끔씩 보면 일명 장수생이라 불리는 수험생들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보통은 삼수 이상이 되면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홈즈는 불현듯 이 친구가 삼수를 할 결심으로 글을 썼다는 사실과 삼수를 해도 그 결과가 썩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지금 상태로 다시 삼수를 한다면) 오래 사는 것, 즉 장수가 대부분 사람들의 희망이라면 수험생에게 있어 장수란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출제 위원급
장수생의 특징은 오랜 연륜(?)으로 말미암아 거의 출제 위원 같은 포스를 풍긴다. 그 실력은, 수능 시험의 역사와 현재의 트렌드까지 마치 작년에 출제 위원으로 참여했다고 말해도 속을 수 있을 정도에 이른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끙끙대는 최고 난이도 수학 문제조차 키 포인트를 얘기하며 단번에 해결하는 내공을 보인다. 심지어 처음 재수하는 수험생들의 생활 상담과 학습 상담까지 능수능란하게 처리하기도 한다. 이렇듯 오랜 경험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가운데 홈즈의 입에서는 나지막이 신음 소리가 베어 나온다. 질문 게시판에 글을 올린 재수생도 혹시나 장수생의 길목으로 들어가지나 않을지…

장수생의 함정
홈즈의 뇌리 속에는 지난날에 만났던 장수생들 모습 하나 하나 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홈즈는 그동안 무수히 봐왔던 장수생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 번째, 수학을 잘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정답을 알고 있다.
두 번째, 자신만의 특유한 수학 해법을 갖고 있다.
세 번째, 대부분의 수학 교재와 강의에 관해 알고 있다.
네 번째, 관대하고 친절하다.

장수생의 특징을 살펴보면 그 자체로 수학이 만점이 나올법하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장수생들은 선생님들이 알지 못하는 수학 공식도 알고 있을 정도로 해박하다. 오랜시간 동안 체득한 수학 문제 풀이법을 통해 지름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이나 직관적으로 풀이가 가능한 비법(?)도 알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관대하고 친절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주변 수험생보다는 수학에 있어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모의고사를 치르고 난 다음 장수생들의 수학 문제 풀이 흔적을 보면 가히 놀랄 만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단 장수생은 흔히 나오는 2점과 3점 문제들은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4점 문제, 그것도 까다로워 보이는 문제들만 마치 금광을 발굴하듯이 온갖 풀이법으로 들쑤셔 놓는다. 어떤 수학 문제는 마치 비행기 설계도면을 연상시키는 듯한 풀이를 전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방,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막힘없이 풀어내는 문제를 혼자서 허무하게 틀린다. 마지막 대단원, 장수생은 자신이 푼 수학 시험지 채점을 하지 않는
다. 그리고 이번 수학 시험에 대한 문제 구성, 난이도, 신 유형 등 몇 가지 요소를 통해 자신의 평가를 주변 수험생들에게 말하고 주변 사람들은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사건 해결
장수생은 결국 수학을 만점 받을 수 있는 정답을 알고 있지만 자신은 그 정답에서는 등을 돌린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우선 시험 결과가 계속 안 좋아지면서 뭔가 특별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출제되는 유형의 수학 문제는 이미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 알고 있다기보다는 ‘익숙’하다는 표현이 맞다. 장수생은 결국 자기의 함정에 자기가 빠진 것이다.

홈즈는 장수생에게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 째, 어리숙하고 우직하지만 고3 수험생이나 재수생의 수학 공부법을 따른다.
둘 째, 모든 개념과 문제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직접 풀이 한다.(심지어 간단한 연산마저도)
셋 째, 수학에 관해 스스럼없이 주변에 질문하는 태도를 가진다.(부끄럼을 버린다)
넷 째, 자신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수험 생활이 길어지는 것은 결국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을 당연시 여기고 소홀히 여겨서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장수생을 보면 고집이 다소 세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시험은 자신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 출제자가 원하는 답에 자신을 맞춰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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