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지난 6월 1일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은 진보성향 9명, 중도보수 8명이 각각 당선됐다. 지난 2018년 선거와 비교했을 때 진보성향(14명)은 대거 줄고, 보수성향(3명)이 약진했다. 이에 따라 진보적인 교육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2014년 13명과 2018년 14명에 달했던 진보성향 교육감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보수성향 후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번 당선자 중 보수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출신이 8명에 달한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교총 출신의 교육감 당선자는 ▲부산 하윤수 ▲광주 이정선 ▲대전 설동호 ▲강원 신경호 ▲충북 윤건영 ▲전북 서거석 ▲경북 임종식 ▲제주 김광수 등이다.
지난 2014년 이후로 초·중등 교육은 좌파·진보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동안 진보 교육감이 대부분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부활?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력 저하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두고 갈등이 표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3일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실시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1 수준 학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평가 대상을 3% 표집에서 모든 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신 교육부는 ‘자율 평가’를 오는 9월부터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대상은 초6·중3·고2로, 참여 가능 학년은 내년에 초5·고1을 추가하고 오는 2024년에는 초3~고2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는 전수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은 아니라고 했지만 현행 표집평가 방식을 유지하면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평가방식을 도입해 학력진단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성향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전수평가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전수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 줄 세우기와 일제고사라는 비판에 부딪히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현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두고 갈등이 표면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진보성향 교원단체들은 교육부의 올해 초6부터 희망하면 학업성취도 평가를 볼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한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사실상 초등 일제고사의 부활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일률적 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운영한다면 ‘지원을 위한 진단’이 아닌 ‘진단을 통한 줄 세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성향 교원단체들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초3~고2까지 전수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총은 “학생들의 학력이 더 저하되고 성적 중간층 학생들의 붕괴도 심화된 것으로 우려된다”며 “모든 학생들이 교과별·영역별 성취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 당선자들도 성향에 따라 학력진단 방식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당선자는 “현재 고등학교만 실시하는 전수 학력평가를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실시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 당선자는 “심각한 학력 저하와 편향된 이념, 구성원 갈등으로 혼란에 빠진 강원교육을 바로 잡으라는 도민의 명령으로 이에 반드시 답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성적에 의한 학생들 줄 세우기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학생들을 줄 세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AI(인공지능) 학력평가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고교학점제, 자사고 폐지 등 불씨 남아
오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의 운명도 흐릿해졌다. 이미 수년간 진행해 왔기 때문에 폐지되지는 않겠지만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유예되거나 보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대학처럼 직접 과목을 고르고 일정 성취수준에 도달하면 학점을 받아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학생의 선택권 보장과 다양하고 진로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는 전국 일반고의 약 84%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준비가 부족해 시기상조이며,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책의 기본 틀은 정부가 세우지만 현장에서 학교와 이를 협의하고 시행에 옮기는 것은 교육청과 교육감의 몫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교육감 선거 기간에도 후보들의 토론회에서도 자주 등장한 정책이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17개 시·도 교육감 당선자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보수성향의 당선자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지 않았으며, 진보성향 당선자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자는 “입시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전면 도입은 무리”라며 “지금 환경으로는 다양한 교과목 개설, 교사 및 교실 수급이 어렵다. 취지는 좋으나 보완하면서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당선자는 “고교학점제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제도를 개선해 정책 효과를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 제동이 걸렸는데,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늘어나면서 이들 고등학교의 일반고 전환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등을 통해 고교학점제는 보완해 추진하고, 자사고 등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재검토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자사고 유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큰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른 후보들이 비판적으로 던진 제안을 검토해 혁신교육이 아이들의 지덕체를 보듬는 종합적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자는 부산의 동서교육 격차 해소 방안으로 사상구와 북구에 자사고, 특목고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보수 교육감 대거 당선, 교권 강화될까
보수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교권이 강화되리라는 전망도 높다.
임태희 경기교육감 당선자는 교육감 선거 당시 ‘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교원치유센터 확대, 학교규칙 사항에 대한 교육청의 지나친 간섭 배제, 다수 학생학습권 보장을 위한 전문상담교사, 사회복지사 배치’ 등을 공약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 당선자도 ‘교원배상책임 보험을 통한 교권 침해 소송비용 지원 확대, 교권침해 자문변호사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또한 중기과제로 교권보호책임관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교권 강화 움직임은 정치성향에 따른 판단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교권침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 시·도교육청에서 제공한 교권침해 피해 교사 상담건수는 1만36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교육부 공식 통계의 5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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