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 대학에 필요한 처방은

이승환 | lsh@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3-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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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특별법 제정 등 안정적 재정지원 체계 마련 시급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대학은 영양실조에 걸린 환자와 다름없다.” 지난 1월 26일 열린 2022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은 현재 대학이 처한 상황을 영양실조로 힘겨워하는 환자에 비유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14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어려움은 해가 갈수록 가중되고 있지만 이를 대비한 정책 대안은 없다는 성토도 덧붙였다. 획일적인 평가로 인한 재정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학 총장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시급한 정책 중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바로 재정지원의 대폭 확대다. 특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한 초·중등교육처럼 고등교육도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고등교육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월 26일 주최한 2022년 정기총회 모습. 대교협은 이날 정기총회에서 고등교육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고등교육세 신설 등 고등교육 재정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사진=대학저널 DB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월 26일 주최한 2022년 정기총회 모습. 대교협은 이날 정기총회에서 고등교육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고등교육세 신설 등 고등교육 재정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사진=대학저널 DB

OECD 유일 초·중·고 보다 낮은 대학생 1인당 교육비
대학 재정지원 부실 → 교육 투자 위축 → 경쟁력 약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고등교육 분야 투자가 열악하고 미흡하다는 것은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부담 공교육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6%로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1% 보다 낮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66.2% 수준인 1만1290달러다. 이 마저도 초등 1만2535달러, 중등 1만4978달러에 비해 낮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초·중등 학생보다 낮은 나라는 37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게다가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에서 R&D(연구개발)를 제외할 경우 8882달러로 더욱 낮아진다. 초·중등 학생보다 턱없이 낮은 교육비로 대학생 교육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국가장학금제도 실시 이후 고등교육예산에서 장학금을 제외한 실질 고등교육예산 비중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0년 92.9%였던 실질 고등교육예산 비중은 2020년 63.7%로 10년 전의 3분의 2 수준으로 하락했다.


또한 국가장학금이 고등교육예산의 36.3%를 차지하다 보니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실질 고등교육예산은 전체 교육예산의 9.7%에 불과하다.


14년간의 대학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실질적 투자도 줄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1인당 GDP 증가에 따른 사립대학 적정등록금 수준은 2020년 1265만원이지만 실제 등록금은 3분의 2 수준인 720만원에 머물러 있다. 등록금 부족은 사립대학 운영난을 불러오고 있다. 학생 교육과 여건에 대한 투자를 악화시키며 고등교육 R&D 투자도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경쟁력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경쟁력은 2018년 25위에서 2021년에는 30위로 5계단 하락했다. 특히 IMD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 대학교육 경쟁력은 64개국 중에서 47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10명 중 7명 대학 진학,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은 필수
내국세 연동, 특별법 제정 등 재정 지원 확대 위한 법적 체계 마련 시급


교육계에서는 대학 전체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경쟁력을 잃는 것은 국가적 위기로 엄중히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고등교육의 경쟁력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투자 확대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법 제정은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제시되는 방안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의원은 지난해 10월 고등교육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을 위한 교부금을 책정하도록 하고, 교부금 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1% 이상이 되도록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확보된 예산은 대학 경상비와 교육·연구 발전 등을 위한 보통교부금과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 지역균형발전 등을 위한 사업교부금으로 구분해 지원하도록 했다.


심상정 정의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도 교육 공약의 하나로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총액교부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균등배분으로 상생발전을 꾀하겠다”는 시행 방안도 제시했다.


내국세 연동을 통한 대학 재정지원은 사회적 합의과정을 위해 당장 시행이 어려울 수 있음을 감안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대체할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유기홍 의원은 지난해 9월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을 발의했다. 고등교육 재정 지원 규모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자는 점에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과 목표는 일치한다.


다만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했던 유아교육특별회계와 유사하게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를 설치해 지원이 시급한 대학에 5년간 한시적으로 재원을 투입,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과 대학운영 여건 개선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에는 여·야 의원 61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대학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각종 심사와 평가과정을 거쳐 연차성 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원 확보 안정성과 재정지원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대학 재정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의 제정을 통해 내국세 일정비율을 연동해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이러한 약점을 대체할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7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 고등 인재양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과도 맞닿아 있다.


초 ·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비합리적 재원 배분 개선
국세 교육세의 ‘고등교육세’ 전환 제안


현행 국세분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해 고등교육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들어 힘을 얻고 있다. 대교협은 지난 1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발표한 ‘2022 대학 발전을 위한 건의’에서 고등교육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고등교육세 신설을 대학 재정지원 확대 방안으로 내놓았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를 합쳐 충당되는데,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해 이 중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해 보다 명확한 목적을 두고 목적세로서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대교협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3조(교부금의 종류와 재원)의 개정을 통해 고등교육세를 신설하고, 이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결손 보존을 위해 내국세 교부율을 1.1% 포인트 상향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2021년 기준 5.3조원의 교육세를 고등교육세 몫으로 대학 재정지원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행 교육세는 목적세로 역할과 기능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속적으로 폐지의 대상으로 지적된 것도 이러한 제안에 힘을 싣는다. 대교협에 따르면 2022년 교육부 예산안 82.9조원 중 유·초·중등교육이 84.2%인 69.8조원이며, 고등교육은 14.2%인 11.8조원이다.


이에 대해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적정 규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감사원은 지난 2020년 4월 교육과 재정여건 변화에 맞춰 교부금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재정당국,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 움직임
고등교육 재정 지원 확대 반영에는 걸림돌 많아


국세 교육세의 고등교육세 신설과 전환은 최근 정부 재정당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 움직임과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교부금 증가추세 및 적정 교부금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교부금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원(KDI)도 ‘2021~2025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 보고서 :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효율화’에서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교육예산 내에서 학교급별 합리적 예산 배분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지방교육세를 고등교육 재정에도 쓸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고등교육재정 확보 의지로 보여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2월 7일 “기재부는 오래전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지난 2011년 반값등록금 도입 논의시 재원 확보 방안이 논란이 되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 예산으로 돌려 쓰자고 한 이후 지금까지 이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고등교육재정 확보가 목적이 아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손보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등교육세 전환 논의가 지속될 경우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간 갈등을 증폭시켜 정작 교육예산을 늘려야 하는 본질적 과제가 사라질 수 있고, 대학 총장들이 초·중등교육은 외면한다는 비판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고등교육세 신설은 초·중·고 교육에만 사용하도록 제한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고등교육 지원에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다.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은 대학 입장에서는 기재부의 이러한 언급이 솔깃할 수도 있다.


다만 고등교육세라는 또 다른 목적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고, 초·중등과 고등교육 간 다툼의 여지도 남아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초·중등 교육예산 수요는 여전함에도 이를 고등교육 예산으로 떼어 사용하게 되면 자칫 제로섬게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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