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01년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을 통해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며, 교환가치는 공유가치로 변화하는 새로운 세기의 도래를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은 자동차나 전동킥보드, 책, 여행에서의 숙소에 이르기까지 마음껏 나눈다. 소유의 반대말이 무소유가 아니라 바로 ‘공유’인 시대다. 이러한 ‘공유’의 개념은 학령인구 감소로 큰 위기에 처해 있는 대학사회에 가장 잘 부합한다.
현재 국가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통합 네트워크와 공동학위제 등이 대표 사례다. 우수 자원의 공유를 통해 성장형 대학연합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이러한 대학사회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대학 간 문호를 활짝 열고 시스템을 공유하는 ‘학사교류’를 대학교육의 뉴노멀로 제시하며 거점국립대 간 시행되고 있는 학점교류를 이끌었다.
올해 1월부터 1년 임기의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장을 맡아 학사교류를 기반으로 한 거점국립대 간 공동학위제 등의 이슈를 어떻게 풀어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유의 시대, 대학 간 상생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밑그림을 들어본다.
-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장의 중책을 맡았다. 소감과 포부를 이야기해 준다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 등으로 대학교육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10개 국가거점국립대가 연대를 강화해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고, 고등교육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다양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간 대학 간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공유와 협력만이 대학이 가진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다. 거점국립대학들이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서 공유와 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고등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의 위기, 현장에선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이미 2년 전 입학정원이 수험생 자원보다 많아졌고, 2024년엔 격차가 1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단순 수치만으로 신입생 정원 2천명 정도의 대학 60개가 신입생을 한 명도 뽑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에 10%, 많게는 20%의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한 대학들이 나왔다. 이러한 심각한 현상들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 자명하다.”
- 가장 앞서 ‘학사교류’를 제안했다. 대학의 어려움을 타개할 방안으로 생각하나.
“그렇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더욱 필요성이 증가했다. 대다수 국가거점국립대학들의 생각이 비슷했다. 이러한 대학교육 자체의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대학들이 문호를 활짝 개방해야 한다. 학사제도 자체를 교류하고, 나아가 국립대 간 공동학위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종국에는 국립대학뿐 아니라 사립대학까지 참여하는 학생 및 학점 교류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 학사교류가 정착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나.
“10개 거점국립대학들이 통합 가상캠퍼스를 구축해 각 대학 사이버캠퍼스 시스템을 통합하고,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강의실도 검토돼야 한다. 교양 강의를 시작으로 전공강의로의 확대 등도 필요하다. 현재 학점교류시스템은 단순히 교수가 LMS에 강의자료를 올려놓고 학생들이 다운받아 보는 형식의 시스템이어서 다양한 방식의 학사교류 형태를 지원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최근 디지털 공유대학 혁신사업단에서 고려대를 중심으로 6개 사업단이 공동으로 온라인 포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거점국립대도 하나의 사업단처럼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저비용, 고효율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부와 국립대 간 공동 협의체 운영을 통한 상시 협업체계를 갖추고, 국립대학법 제정 등을 통해 획기적인 행·재정적 지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 지방대학의 위기는 심각하다.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대학 입학가능 자원은 2024년이면 올해 입학정원 대비 10만명 가까이 부족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미충원으로 인해 추가 모집한 대학 중 91.4%가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지역대학의 위기감이 그만큼 높다.
대학 간 공유만이 답이다. 전국 어느 지역에 있는 어떤 대학과도 학점교류나 학사교류, 공동 프로그램 등을 원활하게 운영함으로써 지역적 한계를 넘어야 한다. 즉 국가거점국립대학 간,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 간, 권역별 지역대학 간 상생과 협력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 국가거점국립대의 역할이 큰 동력이 될 것 같다.
“그렇다. 학사구조 등이 비슷한 국가거점국립대학들이 먼저 앞장서 이 중대 과업을 수행하고, 나아가 대학 간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현재 연차적으로 진행되는 교육부의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수도권 대학과 지역의 거점국립대 등이 연합해 신기술 분야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업인데, 이러한 협력 체제가 확대돼야 한다.
여기에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경남형 공유대학(USG)이나, 대전과 충남, 세종시 등과 충남대 등 24개 대학, 현대차 등 81개 기업,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170여개 기관이 모여 ‘미래 모빌리티 혁신생태계’ 조성에 나선 것도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좋은 전략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 전북대와 전남대, 충남대도 이미 2020년부터 서해안권 거점국립대학 공동 화상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교육의 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반대다. 공유성장형 국립대 연합체 구축은 이동성 강화와 교육 콘텐츠나 자원의 공동 활용을 통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학생들은 각 대학의 좋은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고, 앞으로 공동학위제 시행을 통해 2개 이상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수도권과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데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2023년 이후에는 각 대학별 200명 이상의 교환학생이, 2025년 이후에는 각 대학별 500명 이상의 학생이 복수전공, 마이크로 학위 등을 위해 교류할 것으로 예상한다. 교육과 공동연구를 위한 교수 교류도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지역인재 채용의무 할당제가 30%+20% 방식으로 확대되면, 혁신도시 공공기관 취업을 위한 특화 공동교육 프로그램 참여자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대학별 중점교육·연구 분야가 정해지는 향후 3~5년 이후에는 연합대학 체제의 구축이 활발히 추진될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원 강화와 관련 제도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 정부의 지원은 어떤 부분에서 필요한가.
“지역별로 설립된 국가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지역대학들의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행·재정적 뒷받침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러한 노력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때문에 국가거점국립대학에 대한 재정 확대 및 국립대학법 제정, 지역인재 할당제 강화,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과 국가거점국립대학 간 연계체제 강화, 국가거점국립대학 1~2개 특성화 분야에 대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원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국가균형발전 및 지역혁신 거점으로서 국립대학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국립대학법 제정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안정적 재정지원에 대한 근거가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 최근에는 교육부의 대학정원 감축 유도 정책이 발표됐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학령인구의 자연스런 감소세에 맞춰 대학 정원 감축은 미룰 수 없는 숙제다. 대학을 자율혁신 역량을 갖춘 대학과 한계대학으로 분류해 한계대학엔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회생이 불가능한 대학에는 퇴로를 열어줄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특히 그동안 서울 지역 대학에서 정원외 모집을 과도하게 운영하면서 비수도권 대학의 학생모집을 어렵게 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이 나온 것은 지역대학들의 학생 충원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전북권 국가거점국립대학으로서 전북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북대는 지역발전의 ‘플랫폼’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기차역이나 터미널처럼 대학에 사람과 기업이 모여 혁신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대학이 갖고 있는 우수한 자원과 연구 인프라와 지역의 역량이 결합돼 지역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전략으로 지역산업과 긴밀히 협력하는 산·학·관 협력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비 등 270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산학융합플라자’를 통해 대학 우수연구실과 학생, 기업, 지자체, 연구소, 공공기관이 대학에 모여 지역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캠퍼스 유휴부지에 기업 입주시설이나 창업, 문화시설 등을 복합하는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캠퍼스혁신파크’ 사업을 통해서도 산·학·관·연 협력과 융합을 통한 지역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립대 최초로 도입한 ‘학연교수제’가 연구와 교육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1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학연교수 제도 운영 협약을 맺은 뒤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5월 양 기관의 연구진을 학연교수로 임명하면서 본격 시작을 알렸다. 학연교수제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책연구소와 대학 간 공동연구 및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을 겸임교수로 임용, 전북대 교수진들과 함께 융합연구와 인력양성을 공동으로 추진하게 된다. 현재 전북대 5명, KIST 5명의 연구진을 학연교수에 임명했고, 각 1명씩 팀을 이뤄 2년 동안 기능성 복합소재와 탄소 융합소재, 구조용 복합소재 등에 대한 공동 융합연구를 수행한다. 지역 전략산업 분야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고, 지역발전의 우수인력 육성도 기대된다.”
- 올해는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변화가 두드러진 해다. 이런 변화 속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는 어떤 역할을 해나갈 계획인가?
“코로나19로 대학교육 혁신 시계는 더욱 빨라졌다. 특히 지방대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국가균형발전 관점에서의 고등교육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방대 육성을 위한 법안이나 정책에 대해 머리를 맞대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특히 고등교육 분야의 안정적 재정지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OECD 평균 60~70% 수준인 고등교육 재정을 최소한 OECD 평균으로 확보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이나 고등교육세 등이 신설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또한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교육감협의회 등과의 연계와 협력을 통해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을 논의하고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
■ 김동원 총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과 일본 북해도대학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학협력단장과 공대학장,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공학계 명예의 전당인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다. 2019년 1월부터 전북대 제18대 총장으로 재임 중이며, 올 1월 1년 임기의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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