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학 위한 “공약다운 공약 보이지 않는다”

이승환 | lsh@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1-24 06:00:00
  • -
  • +
  • 인쇄
대선 후보 3인 교육공약, 표심 의식 ‘대입 공정성’ 강화에만 방점

이재명, 건설적 공약 없이 공유대학·산학협력 등 현 대학정책 가볍게 손질
윤석열, 교육공약 공식 발표 없어...후보 입 통해 방향성만 제시
안철수, 수시 폐지 등 비교적 선명한 공약...실현 가능성 의문부호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오는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공약과 메시지를 앞다퉈 발표하며 표심 잡기에 안간힘이다. 교육 관련 공약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전 국민의 관심사라 할 대학 입시제도와 관련한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라 할 20대 청년층을 겨냥한 청년 관련 교육·일자리 정책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대학을 회생시키고, 고등교육의 미래를 설계할 공약은 빈약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대학입학 제도>


대학입학 제도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 ‘공정성’을 화두로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1일 이재명 캠프 MZ세대 4인 인재영입발표에서 청년영입인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1일 이재명 캠프 MZ세대 4인 인재영입발표에서 청년영입인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이재명 – 대입공정성위원회 설치, 공공입학사정관제 도입


이재명 후보는 대입공정성위원회를 설치해 대학별 수시전형의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선발 결과를 분석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하며, 수시 입시부정은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수시전형 선발 인원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대학은 정시와 수시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며, 공공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없애겠다고도 공약했다.


아울러 2028학년도 대입제도를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시 비율은 현 정부에서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이미 40% 선까지 올라갔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또한 올해 이미 개편 논의에 돌입한다. 불공정 수시전형 등을 모니터링할 대입공정성위원회가 교육부나 국가교육위원회 소속으로 구성될지, 독립적 위원회로 역할을 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입학사정관을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입학사정관제 또한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남긴다. 대학의 인재상과 선발방식을 정확히 파악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을 두고 있는데, 이를 국가가 채용, 파견하는 식으로 관리한다고 해서 공정성이 담보될지 의구심을 갖는 현장 관계자들이 많다.


▣ 윤석열 – 대입 정시 선발비율 50%, ‘입시비리 암행어사제’ 도입


윤석열 후보는 아직까지 캠프 차원의 공식적인 교육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부터 산발적으로 언급한 윤 후보의 대입 관련 공약은 학생부종합전형 축소와 정시 비중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윤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시전형의 선발비율을 50%까지 늘리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 시비를 줄이면서 대입 전형유형을 단순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또한 공정한 입시제도 정착을 위해 ‘입시비리 암행어사제’를 도입하고, 불공정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대학 정원 축소와 관련자 파면 의무화 등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실시한다고 공약했다.


윤 후보는 대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학제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윤 후보는 “산업 구조가 엄청나게 변했지만 기존 ‘초6-중3-고3’ 학제가 과연 맞는 것인가”라며 “과거 2차 산업혁명 시절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은 아니라 본다”고 했다. 다만 학제개편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당선 후 교육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5년간 새로운 학제와 교육체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 안철수 – 수시 폐지, 정시 ‘수능’ · ‘수능 + 내신’ 2개 유형으로


안철수 후보는 수시 전면 폐지를 대학 입시 개혁의 골자로 삼았다. 공정한 대입을 위해 수시를 폐지하고, 수능과 내신으로 평가하는 정시로 전면 전환한다는 것이다.


일반전형은 수능 100%와 수능과 내신을 50%씩 반영하는 두 가지 전형방식을 각각 50%씩 적용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정시 수능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서울 강남 등 사교육 혜택을 받는 고소득층 학생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험생들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수능을 7월과 10월 2회 실시해 좋은 점수를 전형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안 후보는 대입 특별전형도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전형 10%와 특기자 전형 10%로 구성하고, 내신평가와 특별전형 과정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독하겠다고 했다.


현행 대입 정시의 군별 지원제도 폐지도 공약했다. 정시모집에서 가·나·다 군별로 3개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는 현행 제도는 폐지하고, 원하는 대학 6곳에 원서를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안 후보 역시 대입 공정성에 무게를 실었다. 내신관리나 스펙 위조가 적발되면 형사처분과 입학·졸업 취소 등으로 강력하게 처벌하고, 해당 대학에 정원 감축과 국가지원 축소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또한 잡음이 일었던 민주화운동유공자 자녀 특별전형 등 사회적 합의 없이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는 전형제도는 폐지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대학 입시 관련 공약은 비교적 꼼꼼하게 짜여져 있다는 평가다. 두루뭉술하게 수시 전면 폐지만 앞세우기 보단 그에 따른 보완책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정시나 내신은 공정하고 수시는 불공정하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로 인해 불거진 대입 공정성 부분을 지나치게 의식해 극단적인 폐지론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11월 KAIST를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캠퍼스를 걸으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1월 KAIST를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캠퍼스를 걸으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학(고등교육) 정책>


▣ 이재명 – 지역대학 혁신 위해 국가재정 획기적 투입, 대학 · 대학원 공유체제 구축


이재명 후보는 지역사회·산업체·대학이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교육에 국가재정을 획기적으로 투입하고, 지역대학 혁신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뜻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산업체·지방정부·대학·청년이 참여하는 지역대학 혁신법인을 설립해 지역대학 혁신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교수・연구인력과 교육프로그램 등을 공유하는 공유대학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같은 공유대학은 지역에 따라 공동입학과 공동학위까지 추진하는 연합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또한 국립대·연구중심사립대·정부출연연구소 간 ‘한국형 대학원 공유체제’를 구축해 대학원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과 수준 높은 성장을 위해 인문사회·문화예술·기초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대학평가제도를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선 재정지원, 후 평가체계로 전환해 대학의 부담을 줄이면서 자율성은 높이는 방식도 제시했다.


이 후보의 대학 교육 관련 공약은 기존 대학정책의 ‘큰 그림’을 앞으로 보다 ‘잘’ 그리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이나 지역혁신플랫폼 등은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고, 기초학문 분야 전폭 투자는 매번 대선 후보의 단골공약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학평가제도 통합과 재정지원제도 개선, 대학 자율성 확대 등은 비교적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한 공약으로 평가된다.


다만 날로 심화되는 지방대 위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교육체제 전면 개편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공약이 제시되지 않은 채 현 상황에서의 대책만 내놓았다는 의견이다.


국민의힘이 마련한 제1차 정책아고라 ‘청년과 함께 공정과 소통의 일터를 말하다’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마련한 제1차 정책아고라 ‘청년과 함께 공정과 소통의 일터를 말하다’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석열 – 교육 중심과 연구 중심으로 대학체제 개편, “지방대, 광역지자체가 관할해야”


윤석열 후보의 대학 관련 공약은 캠프 교육정상화본부장인 조영달 서울대 교수의 최근 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지난 1월 10일 열린 ‘교육체제 혁신과 인재혁명’ 주제 정책발표회에서 “대학의 역할을 교육(학부) 중심과 연구(대학원) 중심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수도권과 거점국립대 등 상위권 30~40개 대학의 학부를 폐지해 6만명 이상의 정원을 줄이고, 대학원은 연구중심으로 전면 개편하자”며 “대신 지역에 위치한 대학은 학부 교육 중심체제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대학서열 구조가 허물어지고, 수도권 대학의 학부가 줄어듦에 따라 지역 대학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전환해 학부 정원이 줄어든 대학은 50~60대와 산업계,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학위과정을 개설해 평생교육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의 제안은 윤석열 후보 캠프 내 정책본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대가 지역 발전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방대를 교육부가 아닌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밝히기도 했다.


윤 후보의 경우 대학 교육 등 교육 관련 공약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윤 후보가 현장에서 발언한 내용을 토대로 공약을 일정 부분 가늠할 수 있는 정도다. 또한 대학이 처한 현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 안철수 – 5개 초격차 분야, AI, 반도체 특성화대학 신설,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안철수 후보의 대학 관련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차세대 원전(SMR), 수소에너지 산업, 바이오산업 등 5개 이상의 초격차 분야 집중 육성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특수목적고를 17개 시·도에 신설하고,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5개 초격차 분야와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등을 특성화한 대학(College)을 신설해 전액 국가장학금으로 인재 50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에 대한 의견도 내비쳤다. 안 후보는 정부가 지출하는 공교육비는 OECD 평균으로 따지면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하고, 국가가 충분한 교육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지 않다며 이를 개선할 뜻을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 열린 ‘위기의 대학, 공유경제를 만나다’ 토론회에서 “사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하고, 교육기관 기부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대학 재정확충을 이뤄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는 몇몇 토론회와 인터뷰에서 지방대 위기와 대학교육 혁신에 대한 뜻을 비춘 적은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학 교육 전반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년 정책>


각 후보들은 2030세대 유권자 1490만명의 표를 얻기 위한 청년정책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9살부터 29살까지 청년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청년 기본 소득’ 정책과 청년의 일자리 탐색 기회를 위해 생애 1번은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를 주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청년 마음건강 상담비 지원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후보는 청년 원가 주택 30만호 공급, 30년 이상 장기 저리 대출을 공약했다. 소득별로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청년 도약 계좌’도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는 군 복무 청년들이 훈련 외 시간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활용해 전문성을 획득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 유관 대학과 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거나 취·창업 등을 위해 사회로 나가는 전역 청년들에게 1천만원을 사회진출지원금으로 지급할 것도 공약했다.


전문대교협,․교총 등 대선 공약과제 발표
“대입 공정성 · 투명성 확보돼야”


한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육 유관기관과 단체는 제20대 대선 공약과제를 발표하고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갈 교육 발전을 위해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말 전문대교협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는 ‘제20대 대선 공약과제(안)’을 발표했다.


전문대교협이 내건 3가지 대선 어젠다는 ▲4차 산업혁명 대응 고등교육체제 혁신 ▲전문대학을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 등이다.


한국교총도 지난 1월 11일 ‘제20대 대통령선거 교육공약 15대 과제’를 발표했다. 15대 과제 중 대입제도와 관련, ▲대입공정성, 투명성 확보 위한 수시·정시 균형 선발 ▲교육양극화 해소 위한 대학 기회균형선발 적정 확대 등이 세부과제로 제시됐다.


아울러 대학교육과 관련 ▲대통령 직속 국가고등교육전략위원회 설치 ▲고등교육재정 GDP 1% 이상 확대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지방대학과 지역인재 지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승환
이승환

기자의 인기기사

관련기사

전문대 맞춤 대선 공약은? "평생직업교육기관 역할 강화와 재정 안정"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