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으면 '공부 혁신' 가능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으면 '공부 혁신' 가능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2.11.0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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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CH 1학년 윤다섭 씨

“교수나 연구원이 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요. 세계적 진화생물학자이자 통섭의 지식인으로 잘 알려진 최재천 교수님이나 뇌공학 분야 전문가로서 융합 강연으로 유명한 정재승 교수님처럼 책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자 겸 교육자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올해 POSTECH 신소재공학과에 입학한 윤다섭(19) 씨는 “장학금, 연구프로그램, 지원혜택, 대학원 진학 등을 고려해 연구중심대학으로 국내 최고인 POSTECH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윤 씨의 얘기대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POSTECH의 1인당 연구비는 7억9670만 원으로 2위인 서울대(2억3430만 원)와 무려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가장 많은 연구비를 확보한 만큼 국내외 논문 게재 실적도 1위를 차지했다.

POSTECH은 KAIST와 함께 이공계를 지원하려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오고 싶은 대학 가운데 하나다. 그런만큼 POSTECH에서 과학고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꽤 높다. “POSTECH에 들어오기 전 일반고에 다녔던 저로서는 과학고 출신 학생들에 대해 막연한 환상, 즉 저보다 뛰어난 학생들만 들어간다는 편견이 있었죠. 그런데 막상 함께 배우고 생활하다보니 별로 다를 게 없더라고요. 물론 과학고 출신 학생들은 선행학습이 돼 있어서 대학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평균적으로 좋지만 일반고 학생들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고 오히려 일반고 학생이 더 잘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고등학교 3년간 학원, 과외, 인강 경험이 없는 윤 씨는 학교 수업에 충실한 게 전부였다. 대신 자기주도적인 학습은 누구보다 철저했다. 특히 POSTECH은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영재성을 보이는 학생을 전원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윤 씨의 학습 노하우는 눈여겨 볼만하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 '공부 혁신' 가능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혁신(Innovation)’이란 단어다. ‘혁신’ 없이는 경쟁사회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현재보다 더 나은 단계로 발전하기 어렵다. 또한 혁신은 스스로를 한계상황으로 몰아넣고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에 대한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혁신’은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앞서 그 뜻을 충분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단어다.

윤 씨는 수학 공부를 예로 들며 “자신 스스로를 한계 상황까지 몰아붙이고 그것을 극복해야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공부하는 데 있어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정말 어려운 문제를 풀다보면 4시간 이상 한 문제만 붙잡고 씨름할 때가 있어요. 뒷목이 당길 정도로 머리가 어지럽고 ‘내가 왜 이러고 있나, 그냥 답안지를 볼까’라는 회의감도 들곤 하죠. 그래도 결국 제가 배운 걸 총동원해서 끝까지 풀어내죠.”

윤 씨는 분수와 결합된 적분 문제를 예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적분 문제를 풀 때, 처음에는 부분적분이나 치환적분을 시도해본다. 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부분분수 전개가 필요하다. 부분분수 개념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지만 생각해 내는 데에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과정만 놓고 보면 간단한 방법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물론 몇 시간 동안 끙끙 앓으면서 고민하는 게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차라리 답안을 보고 빨리 해결해서 그 시간에 다른 문제를 더 푸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윤 씨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그의 독특한 공부 철학인 ‘그릇론’에 대해 설명했다. “많은 문제를 푸는 것을 그릇에 물을 채우는 일로 비유해 보죠. 현재 자신이 풀기 힘들 것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은 기존의 그릇을 깨버리고 새롭게 더 큰 그릇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릇이 커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물을 쏟아부어봤자 넘쳐 흘러 버려지는 것처럼 문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확신해요.” 자신의 한계 상황을 극복하고 나서야 공부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윤 씨는 모든 사람에게 이런 방법이 적용되지 않겠지만 어려운 문제집 한두 권 정도는 풀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해도 성적이 안 오른다면?… '기초'부터 다시 점검
윤 씨는 “원론적인 얘기로 들리겠지만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운동 선수도 기초체력이 중요하듯 공부하는 학생도 기초를 잘 다져야만 고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수험생들이 착각에 빠져있는 게 있어요. 기초는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문제풀이에만 급급해 하죠. 이런 학생들을 볼 때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기초가 탄탄하다면 성적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건 왜일까?’라는 의구심을 가져봐야 해요.”

윤 씨의 경우에도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이후 영어 과목에서 2등급이 나오자 1학년 때 봤던 문법책과 단어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생물 과목에서 3등급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로 행동했다. 2학년 생물 수업 때 사용했던 자체 생물 교재를 다시 펼쳐 들고 기초 내용을 점검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영어와 생물 과목 모두 1등급 복귀라는 성과를 거뒀다. “극단적인 케이스지만 의대에 간 모 선배는 수리에서 계산 실수가 지속적으로 반복되자 초등학생용 사칙연산 연습책으로 다시 공부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만큼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윤 씨는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출제자가 수험생의 기초 수준을 높게 예상하고 문제를 만든다”며 “언어나 외국어 영역의 경우 수리나 탐구 영역처럼 명확한 범위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초를 탄탄히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미지 연상 학습법으로 "머리에 쏙쏙"
예나 지금이나 고3 수험생들은 과목마다 단어, 개념, 공식 등 암기해야 할 내용들이 너무 많다. 오죽했으면 대표적인 수학 참고서인 ‘수학의 정석’에 삼각함수 값의 부호를 쉽게 기억하라고 암기하는 요령까지 친절하게 설명해놨을까?

이 책의 <삼각함수의 정의>편을 보면 각 사분면에서 삼각함수의 값이 양인 것만을 표시한 내용이 나온다. 제1사분면은 모두 양, 제2사분면은 싸인함수만 양, 제3사분면은 탄젠트함수만 양, 제4사분면에서는 코싸인함수만 양의 값이다. 이를 기억하는 요령으로 각 함수의 앞자를 따서 ‘올·싸·탄·코’, 이를 다시 ‘얼싸안고’로 발음하면 쉽게 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씨는 “이 같은 암기법도 나만의 공부법을 만들어 가는 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의 학습 경험을 토대로 한 암기법에 대해 들려줬다. 윤 씨는 무작정 텍스트를 외우기보다는 그림을 통해 기억하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미지 연상 학습법은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림을 통해 외우면 기억도가 2배 높아진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윤 씨의 이미지 연상 학습법은 이렇다. 상대속도 구하는 공식인 VAB = VB - VA를 단순히 공식으로만 외우는 게 아니라 자신을 A라 생각하고 B를 바라보는 상황을 이미지화해 B의 운동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통해 상대속도의 방향이나 크기를 구하는 것이다.

윤 씨는 또 다른 예로 심장 박동에 대해 공부할 때 어떻게 이미지를 재구축하는지 설명했다. “일단 머릿속에 심장을 하나 그려요. 그리고 심실, 심방의 수축과 이완을 차례대로 재현해 나가죠. 심방이 이완되고 이첨판, 삼첨판이 열렸다 닫히고, 반월판이 열리고 심실이 수축되고… 마찬가지로 신장에서 여과, 재흡수, 분비가 일어나며 오줌이 생성되는 과정도 이미지로 기억해요.”

윤 씨가 이 대목에서 강조하는 게 또 하나 있다. 이미지화한다는 것이 단순히 머릿속으로 그림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동영상이 영상과 소리가 함께 재생되듯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따른 지식으로 떠오르도록 한다는 점이다. “임신이 일어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억함으로써 각 과정에서의 정자와 난자의 변화, 걸리는 시간, 수정란과 호르몬의 변화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어 헛갈리는 경우도 적어지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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