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베테랑 교사가 전하는 수준별 수학 공부법
22년 베테랑 교사가 전하는 수준별 수학 공부법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2.09.26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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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영생고등학교 김미정 교사

편집자 주=10월호 대학저널에서는 현재 수학과 별로 친하지 않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수학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기 쉽도록 수원 영생고등학교 김미정 교사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해봤다. 현재 2학년 연구부장으로 있는 김 교사에게 하위권, 중위권, 상위권의 수학 공부법이 어떻게 다른 지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수원 영생고 김미정(47) 교사는 22년째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명품교육 컨설팅 경력과 교육대학원 과정까지 마친 베테랑 교사다. 김 교사는 수학을 가르치기 전에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가?”라고 학생들에게 항상 물어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 보지 않고 무작정 수학책을 펴고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문·이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바로 수학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 교사는 “학창 시절 수학을 공부하는 목적이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배우는 것만은 아니다”며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뇌 용량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목이 바로 ‘수학’이에요. 메가바이트(MB)에서 기가바이트(GB)로, 다시 테라바이트(TB)에서 페타바이트(PB)까지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메모리 용량이 커지듯 수학을 공부하면 뇌 용량이 커지게 돼 있어요.”

“수학을 공부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과 똑같아요.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들을 꺼내서 조합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바로 수학이라는 얘기죠.”

김 교사의 말대로 수학 공부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력을 강화하고 성공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도 배울 수 있다면 보다 깊은 뜻을 음미해 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수학을 누구에게 어느 수준으로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차원으로도 접근해 볼 수 있는 문제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이란 과목을 어떤 방법으로 준비해야 하고 수학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학생들의 공부 방법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하위권 수학 공부법 → “‘수학나라말’에 익숙해진 후 교과서를 소화해라”
수학과 담을 쌓고 지내는 고등학교 2학년 김지희(가명) 양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수학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 내년에 고3이 되는 지희는 본격적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 벌써부터 ‘수학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그렇다고 수학을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지도 막막하다. 지희는 이대로 ‘수포자’의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수포자’를 벗어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있는 것일까?

“‘수포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단 ‘수포자’의 의미를 들어볼까요. ‘수포자’란 ‘수학을 포기한 자’라는 뜻으로 각 음절의 앞 글자를 따 온 말이에요. 이 부류의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먼저 회복하는 게 최대 관건이죠. ‘나는 할 수 없어’라는 마음을 우선 버려야 해요.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으로 노트필기를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노트필기부터 시작하라고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에요. 수학에 관심 없는 학생들은 용어, 기호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죠. 흔히 ‘수학나라말’이 통해야 된다고 하는데 하위권 학생들은 Σ, lim, ∫ 등 수학 시간에 상용되는 용어나 기호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수업 시간에 노트필기를 통해 반복되는 부분들을 계속 받아 적는 훈련을 하면 언젠가 알아듣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돼 있어요.”

자, 그렇다면 지희에게 ‘수학나라말’이 통한 다음에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하위권 학생에게 ‘수학나라말’만 통한다고 해서 바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아닐테고…

“‘수학나라말’에 익숙해지면 문제풀이에 욕심을 내지 말고 먼저 교과서를 소화해야 돼요. 수학 과목은 내용 위주의 교과서와 문제 중심의 익힘책으로 구성돼 있어요. 일단 교과서에 나온 정의와 정리를 충분히 이해한 후 쉬운 문제에 차츰 도전해 나가는 거죠. 쉬운 문제라도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재미와 자신감을 느낄 수 있어요. 언젠가 제자 중 한명이 공부를 전혀 안 하고 찍어서 맞은 점수와 공부하고 문제를 풀어서 맞은 점수가 똑같다고 볼멘 소리를 하지 않겠어요? 그 학생에게 점수 변화는 없어도 알고 풀어서 맞은 점수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었죠. 그러자 그 학생은 ‘그런 것 같다’고 말한 게 문득 생각나네요. 물론 다음 시험에는 점수의 변화가 생길 거라는 분명한 확신과 함께 말이죠. 결국 하위권을 벗어날 수 있는 출발점은 ‘자신감’을 갖고 수학 공부에 임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 중위권 수학 공부법 → “부족한 2%, 응용력을 길러라”
지희는 단짝 친구 은규(가명)가 생각났다. 은규는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듣고 나름대로 공부하는 방법도 터득해서 호시탐탐 상위권 진입을 노리는 친구다. 하지만 수학 과목이 늘 중위권 점수에 맴돌아서 지희에게 속상한 마음을 들키기도 했다. 지희는 나중에 은규를 만나면 들려주고 싶다며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가장 많은 사교육을 받고 부모님의 걱정과 기대가 반반인 성적대가 바로 중위권이죠. 여기에 속한 학생들은 학원 수업이나 과외 지도도 많이 받지만 스스로 다양한 교재를 보면서 공부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중위권 학생들이 결정적으로 부족한 게 바로 ‘응용력’이에요. 대다수 중위권 학생들은 문제 푸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개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2% 부족하다는 거죠. 응용력을 기르려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수학 정보들을 종류별로 체계화시키고 구조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해요. 같은 이론이 나왔을 때 단원에 관계없이 이론을 떠올릴 수 있는 공부 방식이죠. 가령 집합에서 합집합 이론과 사건에서의 합사건(홀수의 눈,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온 사건)이라는 걸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해요. 일종의 정보와 지식을 조직화·구조화시킬 수 있는 통합적 사고력 같은 거죠.”

김 교사는 친구를 생각하는 지희의 마음이 기특하다며 한 가지 조언도 덧붙였다. 수학 문제를 푸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위권과 중위권 학생들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했다.

“중위권 학생들이 자주 실수하는 문제 유형 가운데 ‘끼리끼리’, ‘꼴맞추기’란 게 있어요. 가령 꼴맞추기에서의 실수란 a2-b2=(a+b)(a-b)로 쓸 수 있는데 a와 b대신 다른 숫자나 문자로 바뀌면 잘 적용하지 못하고 헤맨다는 거죠. 이밖에도 수능 수리영역 시간이 모자라서 힘들다는 학생들도 많아요. 실제로 지난 9월 모의수능 때도 수리 영역이 다소 어렵게 출제돼 시간 부족을 느낀 학생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평소 문제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훈련을 하면 실전에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어요. 문제 풀 때 2~3번 정도 꼼꼼이 읽고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거나 단락을 나눠 읽는 방법도 병행하면 좋아요. 지문이 긴 경우 단락별로 잘라서 간단한 식이나 기호로 전환하면 헛갈리지 않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 상위권 수학 공부법 → “독창적·창조적 방법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
지희는 하위권, 중위권 수학 공부법에 대해 들으면서 내친김에 상위권 수학 공부법도 알고 싶어졌다. 비록 현재는 하위권에 속하지만 김 교사가 얘기한 방법처럼 노력하면 내년 3학년에 올라가서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수학 점수가 잘 나오는 학생들을 보면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특징을 보여요. 상위권 학생들은 다양한 문제 유형을 접하면서도 사고력을 넓히고 또 문제 해결과정에서 일어나는 빈번한 실수를 줄이려는 노력도 같이 하는 것 같아요. 수학 과목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는 학생들의 유형을 일반화하는 게 무리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말없이 꾸준히 공부하는 스타일이 많아요. 예전에 경기도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수학영재스쿨에 다니던 학생이 있었는데 ‘대학수학’을 연구하는 과제를 받았어요. 행렬의 곱셈, 행렬의 항등원을 찾아내는 N차 정방행렬의 항등원을 찾는 내용이었죠.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이 학생이 문제를 풀었느냐, 못 풀었느냐가 아니예요. 무슨 문제가 나왔는지도 중요한 게 아니예요. 이 학생의 경우 자습시간 내내 풀이 과정을 생각하면서 독창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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