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딱딱한 과학 용어, 구술체(口述體)로 바꿔보자!
어렵고 딱딱한 과학 용어, 구술체(口述體)로 바꿔보자!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2.09.26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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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1학년 박철웅 씨

KAIST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다. 최근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KAIST 전체 신입생 중 과학고 등 특목고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8.8%를 기록했다. 올해 12학번으로 KAIST에 입학한 박철웅(19) 씨 역시 과학고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KAIST를 염두에 두고 공부했다. “저는 고등학교 입학 당시 뇌공학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어요. 인간의 감정, 사람 사이의 관계 등 이러한 모든 걸 뇌에서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됐고 대학에 가서 뇌공학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재 무적학과(KAIST 커리큘럼 특성상 1학년은 학과가 없음)인 박 씨는 “대학에 와서 막상 공부를 해보니 입학하기 전과 꿈이 달라졌다”며 “지금은 2학년 공부에 기초가 될 수학과 과학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환경과 관련된 각종 대회에 많이 참여했어요. 또 건축 역사 수업도 듣고 관련 도서도 꾸준히 읽게 되면서 진로에 대해 다른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내년에 2학년이 되면 건설(건축)이나 환경공학 분야를 전공해 대학원까지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공부 잘하고 싶으면 혼자서 공부해라
박 씨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과학고 입시 준비를 하면서도 잠깐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하지만 과학고에 입학하면서부터 사교육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햇수로 따지고 보면 꽤 오랫동안 사교육에 의존한 케이스에 속하네요. 제가 과학고에서 공부하는 동안 얻은 결론은 ‘공부 잘하고 싶으면 혼자서 공부해라’는 거예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이 있듯이 공부하다 모르는 개념은 책을 몇 번이든 정독해서라도 끝까지 이해하고 넘어갔어요.” 그의 공부 스타일은 계속 고민하다 정 모를 경우 그때 답안지를 보거나 친구나 선생님께 어쩌다 한번 도움을 요청하는 정도였다.

박 씨도 대다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원을 그만두면서 초반에는 갈팡질팡했다. 학원에서는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됐는데 혼자 공부할 때는 진도와 시간 관리를 알아서 해야 했다. “물론 사교육이 스스로 스터디 플랜을 짜기 힘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점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사교육은 의존적인 학습 태도가 형성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절대 바람직하지 못한 공부법이라고 확신해요.”

특히 박 씨는 수업에서 배운 내용은 그 시간 안에 소화할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수업 시간 동안 절대 졸지 않고 선생님 말씀에 집중해야 된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50분 동안 집중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집중력도 좋아지고 실제 시험을 치를 때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난다는 점도 덧붙였다.

어렵고 딱딱한 과학 용어, 구술체(口述體)로 바꿔보자!
KAIST 학생에게 과학 과목은 어떻게 정의될까? “과학은 어떤 현상이 있으면 거기에 기반이 되는 원리와 개념이 존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인과 관계가 확실하다는 거죠. 과학 교과서에는 복잡한 수식이 많이 나와 지레 겁먹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데 수식이라고 보니까 어렵게 느껴지는 거지 어려운 내용을 간단히 줄여서 알기 쉽게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좀더 쉽게 느껴질 것 같은데…” 박 씨는 과학 공부를 할 때 어려운 용어나 수식이 등장하면 ‘이야기책’처럼 공부해 볼 것을 제안했다.

가령 생물 과목으로 설명해 보자면 이런 식이다. 생물 교과서에 ‘T림프구가 B림프구에게 항원과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정보를 전달해 줌에 따라 B림프구가 항체를 생성하고 분화된다’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치자. 이럴 경우 어렵고 딱딱한 용어를 구술체의 문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 ‘T림프구가 항원이랑 싸우려는데 자꾸 도망가. 그래서 T림프구가 B림프구에게 항원의 유전정보를 만들어서 막 퍼뜨려. 그래서 B림프구가 퍼지게 되지’라고. 박 씨는 자기만의 언어로 이해한 후 스토리 중심으로 바꿔 기억하는 게 과학 공부법의 포인트라고 얘기한다. 박 씨는 노트 필기를 할 때도 선생님이 자신에게 직접 가르쳐 주는 것처럼 하니까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박 씨는 준비해 온 고등학교 생물책을 꺼내 모세혈관의 혈액에 대해 필기해 놓은 부분을 보여줬다. ‘모세혈관까지 혈액이었던 놈이 조직세포로 스며들어 림프가 되었다가 정맥 끝에서 다시 만나는 거야’라고 이야기체로 씌어 있었다. 어려운 과학 용어로 필기하는 것보다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를 사용해 정리하면 기억하기가 더 쉽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과학 과목을 스토리 위주로 공부했던 박 씨의 습관은 중학교 때부터 비롯됐으나 과학고 수업을 들으면서 확실히 정착됐다. “당시 과학 선생님의 수업 내용이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자구책으로 생각해 낸 게 바로 이런 방법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선생님 수업을 제대로 이해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토리로 풀어내는 학습 능력이 길러진 것 같아요.”

수학, 눈으로 풀지 말고 손으로 풀어라
과학고 학생들은 일반고 학생보다 수학·과학 과목 성취도가 훨씬 높다. 하지만 과학고 출신인 박 씨에게는 남 모를 고민이 있었다. 과학 점수는 잘 나오는데 다른 친구들에 비해 수학 점수가 예상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것. “당시 수학 성적이 너무 안 나와서 수학 초보들에게 흥미를 일으키는 책까지 읽어봤어요. 까딱 잘못하면 KAIST에 가기도 힘들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죠.” 하지만 박 씨는 KAIST에 입학한 후 이제 수학에 대해 웬만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박 씨는 수학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은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그 이유를 들려줬다. 과학고 학생들은 커리큘럼 특성상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 과목 ‘하나’와 ‘수학’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는 과학 과목은 물론 수학, 영어, 국어까지 완벽히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모든 과목에 같은 시간을 배분해 공부하다보니 예상만큼 시험 점수가 안 나왔던 것 같아요. 수학 잘 하는 친구들을 보면 수학에 90% 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 10%를 다른 과목에 투자했더라고요.” 결국 자신의 상황에 맞춰 과목별 시간 안배 전략을 짜는 것도 효과적인 공부법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는 문제 풀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박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공부라기보다는 끊임없는 연습에 가깝다. 만만한 문제가 나오더라도 눈과 머리로만 풀지 말고 반드시 손으로 풀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쉬운 문제는 단순한 계산과 공식에 숫자만 대입하면 해결되는 유형이 많다. 박 씨도 문제 푸는 게 귀찮았기 때문에 해결 과정을 생략, 풀이에 의존한 채 눈으로 문제를 볼 때가 많았다.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 모두 직접 풀어보는 훈련이 정말 중요해요. 쉬운 문제지만 자기 손으로 풀어보지 않으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봐야 해요. 공식 적용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실전에서 실수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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