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과형 논술 완전 정복 ⅩⅠ
통합교과형 논술 완전 정복 ⅩⅠ
  • 대학저널
  • 승인 2012.06.2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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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수시 논술고사는 2008학년도를 기점으로 완전히 통합교과형으로 변모했다. 2009학년도 이래 경희대학교 논술고사 문제는 크게 제시문 해석 능력을 확인하는 언어 논술 유형과 수치 데이터로 구성된 자료를 수리적으로 분석하는 수리 논술 문제 유형으로 대별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 두 유형의 조합 방식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나, 수리적 사고 능력을 검출하려는 경희대학교의 의지는 매우 확고한 듯하다. 다만 일부 대학에서 수리논술이라는 이름으로 노골적인 수학 본고사를 도입하는 것과 비교할 때, 수리 논제의 난이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 하겠다. 수학의 여러 영역을 모두 테스트하려는 것보단 말 그대로 수리적, 분석적 사고의 검증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언어 논술 문제들은 대개 통합교과형 문제들에서 널리 채택되는 다양한 유형의 논제들이 고루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전형적인 논지 요약 문제와 제시문 상호 비교 문제, 한 제시문에 근거한 설명 혹은 비판 등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매년 번갈아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논술문제에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유형들 중 특정한 것에 집착하지 않는 유연한 접근자세가 엿보인다. 사실 하나의 정형화된 논제 유형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논술이 갖는 풍부한 속성을 제약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열린 자세는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반면에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사전 대비가 어렵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논제의 다양성이 실은 대여섯 가지 정도의 큰 분류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그리 두려워할 것은 아니다. 게다가 여러 대학의 기출문제들을 포함하는 다양한 논술문제들 역시 이러한 전형적인 유형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하면 여러 상이한 문제들로 논술문 작성 연습을 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경희대학교 문제 유형들에 대해서도 경험한 셈이 된다. 예전에 모 대학교 논술고사 문제에서 요약문을 ‘반드시 기승전결(起承轉結)의 4개 단락으로 구성’하라고 요구한 것이 평범하지 않은 예외에 속한다고 하겠다. 이 문제 유형은 이후 다시는 등장하지 않았다. 기승전결은 흔히 한시의 구조를 논할 때 등장하는 것으로 현대 학문의 논증 방식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논제의 유기적 구성의 수준과 난이도는 매우 적절하게 포지셔닝된 느낌을 준다. 2011학년도 이후의 문제들을 보면 지나치게 어렵지도 않고 너무 쉽지도 않으면서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평가를 내리기에 적합한 문제들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제시문들은 세심하게 발췌했기에, 합리적으로만 독해하면 출제 의도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논제의 지시사항도 분명해 주관적 해석의 여지도 최소화하려는 대학측의 세심함도 느껴진다. 논술고사 출제의 노하우가 축적된 최근 문제들은 채점 기준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2011학년도부턴 제시문 중 하나가 영어지문이다. 영어 독해력을 아울러 평가하기 위함이다. 다만 지문의 난이도는 고교학력 수준에서 이해가 가능한 정도이니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겠다. 지문의 길이와 사용된 어휘의 수준, 구문의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다. 대입 수능시험 외국어 영역 지문 수준을 결코 넘어서지 않으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한 두 단어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문제 자체와 여타 제시문들의 내용을 비교 검토하면 충분히 문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달의 미션

경희대학교 2011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 문제(인문계I)로 연습해보자. 지면의 제약으로 인문계 II 문제를 다룰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꼼꼼히 읽고 어떻게 답할지 가닥을 잡아보자. 논제를 먼저 읽어 제시문들의 주제와 제시문들의 관계를 확인한 다음, 제시문들을 보는 것이 좋겠다. 분량 제한을 고려해 어떤 부분에 어느 정도의 분량을 할애할지 사전에 구상을 정리한 후 작성하기 바란다.

>> 논제 해설

【문제 Ⅰ-1】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제시문들 속에서 대립하는 두 가치가 무엇인지를 추출해내어야 한다. ‘어떤 가치 사이의 긴장 관계’란 친절한 설명이 드러내고 있듯이 상충하는 상이한 가치들로 제시문들을 분류해야 한다. 제시문 [가]와 [라]를 한 축으로, [나]와 [다]를 대립하는 축으로 대별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와 [라]에서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추출하는 것은 쉽게 수행할 수 있겠다. [가] 글에서 A와 C는 모두 유능한 개인은 자신의 경험과 학식, 재능을 사회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있다. [라]에선 유명한 ‘공유지의 비극’을 말한다.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가축의 수를 늘이게 되면, 목초지가 황폐화되어 모두가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핵심 구절들이 모두 드러나 있기에 제시문 해석은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와 [다]는 물론 이와 대립하는 가치를 주장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공익’의 상투적 대립어로 ‘사익’을 떠올리는 것이다. [나]와 [다] 제시문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사익의 가치를 주장하는 구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차분하게 제시문들을 묶어줄 수 있는 키워드를 찬찬히 추출해야 한다. [나]는 공익을 명분 삼아 개인의 기본권과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취지를 말하며 [다]는 ‘사회적 기업’이 지닌 두 가지 속성이 충돌한다는 점을 들어 사적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적 기업’은 자생력과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둘을 묶어 ‘개인의 자유 존중’ 정도의 공통 키워드를 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립하는 두 가치 사이의 긴장 관계’는 ‘공익과 개인의 자유 사이의 긴장 관계’임을 말할 수 있다. 답안을 작성할 때는 이 점을 먼저 밝힌 다음 두 관점을 각각 정리하는 식으로 서술해야 할 것이다.

【문제 Ⅰ-2】

제시문 [마]는 점차 기업화, 영리화되고 있는 대학들이 이러한 추세 속에서도 사회문제의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통해 공공선으로서의 대학의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 이른바, ‘사회적 기업’의 비효율성을 말하며 철저한 시장주의적 해법만을 제시하는 [다]의 주장은 충분히 비판될 수 있다. 인간이 사회에서 공존하는 과정에선 시장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외부성이 발생하며 이것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치적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자원의 효율적 사용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분배적 정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에는 시장주의적 해법과 공익적 관점이 조화롭게 기능할 수 있는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대학을 들고 있다. 여기에서 수험생들은 ‘사회적 기업’의 의의와 존립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마]의 마지막 단락에서 소개하는 저소득계층 자녀들의 대학 교육 지원이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하나의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같은 눈길로 보면 사회적 기업이 취약 계층의 자활과 자립을 도와주는 ‘생산적 복지’의 순기능에 일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 Ⅰ-1 예시답안)

네 제시문은 공통으로 공익과 개인의 자유 사이의 긴장관계를 보여준다. [가]와 [라]는 공익과 개인의 자유 중에서 공익을 강조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가]는 개인의 사적인 삶을 누리는 자유보다는 공직에 봉사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에 보다 중요하다는 논지이다. [라]는 공유지에서 개인에게 자유롭게 방목하도록 허용한다면 결국 공유지의 목초가 고갈되어 공멸한다는 비극을 통해 개인의 무제한적 자유 추구가 공익을 해칠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에 [나]와 [다]는 공익보다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나]는 미네르바 사태를 통해 공익을 고려할 때에도 표현의 자유가 중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라]에서는 공익과 이윤을 같이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의 모순을 지적하고, 정부지원이 사회적 기업가의 자율성을 저하시키고,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민의 일반기업에 취업하려는 자유의지를 포기하게 만든다고 비판한 점에서 공익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다.

(평가)

이 예시답안은 학교측에서 제공한 것이다. 꼼꼼히 논지를 정돈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규정자수에 맞게 효율적으로 제시문들의 논지를 요약했다. 짧은 논제라 하나의 단락글로 제시했다. 각 부분을 살펴보면, 좋은 요약문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대립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두괄식으로 서술하는 것으로 답안을 시작한다. 다음으로 한 관점으로 묶이는 두 제시문의 공통 분모를 묶어서 제시한 후 각 제시문의 해당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당연하게 또 다른 관점의 제시문 요약은 앞의 방식을 따름으로써 형식의 일관성과 가독성을 유지한다.

(문제 Ⅰ-2 예시답안)

제시문 [마]는 대학이 기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연구를 통해 공익에 기여하고 있고 나아가 사회적 봉사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논지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의 내용을 비판하면 사회적 기업이 이윤추구와 사회적 서비스라는 두 기능이 상호 모순되어 부작용을 초래하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치 않다. 이는 사회적 기업의 순기능을 간과한 것이다. 첫째, 대학이 저소득층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고 사회적 난제 해결에 기여하듯이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듯이 기업도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해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데 사회적 기업은 이러한 책임을 수행하는 대표적 기업유형이다. 둘째, 대학이 상업화의 추세 속에서도 사회에 기여하듯이 사회적 기업가는 사익을 축적하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므로 창의적 사업을 통한 이윤을 공익활동에 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두 기능이 상충되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셋째, 취약계층이 일반 기업에 취업하려는 의지를 포기시킨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대학이 저소득층 자녀들을 교육시켜 취업경쟁력을 갖게 하듯이 사회적 기업은 고용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실무교육과 영업경험을 쌓게 하여 취업경쟁력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

이 답안은 말 그대로 하나의 예시답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기 바란다. 주지하다시피 논술엔 유일한 정답은 없는 것이니 말이다. 이 답안이 썩 매력적이진 않다는 것을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비록 학교측 답안이라고는 하나, 그다지 완성도가 높진 않다. 정성들여 쓴 답안이 아닌 듯하다. 논지가 잘 정돈되지 않아 표현이나 내용이 중첩되는 대목들(첫째와 셋째 반박 부분)이 거슬린다. 엄밀히 말해 [다] 주장 비판에는 논제 설명에서 쓴 표현을 빌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 못지않게 분배적 정의도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소금융사업이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뱅크의 성공사례를 언급하는 것도 강력한 반박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시답안 내용 중 반박의 둘째 근거는 충분치 않다. 단지 반대만을 피력할 뿐 논리적 반박으로는 부족한 인상을 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공공선에 대한 전통적인 대학의 관심과 책임’을 강조하는 [마] 글이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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