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설명하는 수학'으로 개념 다지고 원리 익힌다
'말로 설명하는 수학'으로 개념 다지고 원리 익힌다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2.05.07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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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동고 김재원 교사


부산대동고 김재원 교사(53)는 대동고 수학 교사 겸 부산을 대표하는 대학입시전문가다. 그런만큼 그에게 따라다니는 직함이 많다. ‘부산교육청 대학진학지원센터 입시정보팀장’, ‘부산교육청 진로진학지원센터 정보팀장’, ‘부산교육청 진학지원단 기획팀장’, ‘부산진학지도협의회 회장’, ‘부산대동고 진로진학부장’ 등이 그것. 이렇게 대학입시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26년 동안 강단에서 쌓아왔던 티칭 노하우가 있어서다.

김 교사는 어렸을 때부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수학 교사를 통해 꿈을 이뤘다. 그리고 이제 진학지도 업무까지 맡고 있는 김 교사는 여전히 수학 자체를 공부하며 학생들과 함께 수학 얘기를 나누는 게 정말 즐겁다고 말한다. “학창 시절 ‘수학’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어려운 문제가 해결됐을 때의 ‘통쾌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김 교사는 “암기식 문제 풀이가 아니라 즐거운 이야기가 바탕에 깔린 재미있는 수학이 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매일 일정한 학습량으로 수학 문제를 풀어라
김 교사는 “매일 수학문제를 풀면서 감(感)을 잃지 말라”고 주문한다. 모든 과목에 적용되겠지만 특히 수학은 ‘문제풀이감각’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매일 일정한 학습량을 정해 공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신이 공부 가능한 시간과 학습량을 현실적으로 정해야 한다. “욕심만 앞서 지나치게 많은 양을 공부하려고 하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날 가능성이 커요. 목표한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정한 뒤 수학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해요.”

문제 풀이 계획도 무턱대고 세우면 안 된다. 학생들에게 하루 단위의 수학공부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이런 계획을 내놓는다. ‘매일 1시간 문제풀기’,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수학공부’, ‘매일 소단원 한 개씩 끝내기’, ‘매일 수학 문제 30개씩 풀기’, ‘매일 연습장 10쪽 분량 풀이과정 채우기’ 등. 이렇게 정량적인 계획보다는 ‘그날 배운 내용 문제 풀기’, ‘모의고사 기출문제 풀기’, ‘기초문제 혹은 심화문제풀기’ 등과 같이 가급적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만공부 효과를 기대하기 좋다.

하지만 김 교사는 “취약 단원이나 취약 문제 유형일 경우에 ‘매일 수학 문제를 풀어라’는 규정에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 경험에 비쳐보면 거의 모든 학생은 자신이 어렵다고 느끼거나 자주 실수를 범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런 부분은 매일 문제를 푸는 것보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을 이용해 따로 모아서 푸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이는 자신이 어렵다고 생각되는 단원(문제)에 반복·집중함으로써 문제 유형을 확실히 파악하기가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생활 속 깨알 같은 수학적 재미를 찾아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이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은 외워야 할 공식이 너무 많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수학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어떻게 수학을 가르쳐야 학생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대한민국 수학 교사라면 이런 의문을 한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김 교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김 교사는 자신이 쓴 교단일기를 언급하며 “이슬비에 옷 젖는 것 모르듯이 아이들이 수학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미 수학을 배우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기에서 수학적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지금 학생들과 함께 평범한 원기둥 모양의 파이를 만들어 같이 먹는다고 가정하자. 이 파이는 밀가루, 물, 버터, 이스터, 설탕, 소금 등 여러 재료를 일정한 비(比)에 따라 혼합 반죽해 오븐에 넣어 구워서 완성했다. 여기서 우리가 수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여러 재료를 혼합해 반죽할 때 비율에 관한 학습을 할 수 있고, 다 구어진 파이를 갈라 먹을 때 원 모양인 윗면의 중심을 기준으로 가르면 잘라진 조각으로 분수의 개념을 학습할 수 있다. 또한 파이 윗면의 둘레나 윗면의 면적, 잘라진 한 토막 위의 면적 등을 구함으로써 원의 둘레, 원의 면적, 부채꼴의 면적을 구하는 방법을 공부할 수 있다.”

물론 입시 위주의 고등학교 교육 환경에서 생활 속 수학을 운운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감이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사는 “개념 위주의 수학과 재미있는 실생활 속 수학을 가르치는 게 꿈”이라며 “현재 진로진학부장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이 꿈은 유효하다”고 말한다.

말로 설명하는 수학 “어렵지 않아요”
교육과학기술부(이하‘교과부’)가 올해 초 발표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2013년부터 수학 교과서 일부 단원에 스토리텔링 형식을 도입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김 교사도 “‘말로 설명하는 수학’을 시도하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한다. 수학공부를 하는데 어떻게 문제를풀지 않고 말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증이 몰려왔다. 교과부의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정책의도를 파악하면 그 답을 짐작할 수 있다. 교과부의 이번 조치는 문제를 풀 때 공식을 단순 암기해서 답을 찾는 계산법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수학적 사고력은 ‘결과’에 집중하는 학습법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김 교사가 내세운 수학의 전략적 학습방법도 교과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수학적 사고력은 논리적 사고력을 의미해요. 추리소설로 얘기하면 일련의 사건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되고 설명되지 않으면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과 같아요.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수학과 관련된 정의를 필기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말로 설명해 보는 게 좋다는 거예요. 개념 정리에도 훨씬 도움이 되죠.”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말로 설명하는 수학’을 도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교사가 칠판에 적는 내용을 받아 적고, 학생은 교사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이 전형적인 대한민국 교실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말로 설명하는 수학’은 머릿 속에서 정리하면서 대답해야 하기 때문에 그 차례가 논리적이지 않고 개념이 확실히 이해되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들다.

김 교사도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이 자꾸 말로 수학을 설명하면서 공부해보라고 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니 수학 선생님의 말씀에 수긍이 간다고 얘기했다. 다른 사람에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이 자신만의 논리가 되고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교사는 부분집합의 개수 공식인 2n을 예로 들어 ‘말로 설명하는 수학’이 어떤지 설명했다. “n개의 원소를 가지는 집합의 부분집합의 개수 공식이 2n인데 이는 원소가 포함되고 포함되지 않는 2가지 경우가 있어요. 이 경우가 동시에 일어나야 하기에 2를 n번 곱하게 돼죠. 그러면 ‘특정한 원소 하나를 포함하는 부분집합의 개수는?’, ‘특정한 원소 하나는 제외한 부분집합의 개수는?’이라는 질문을 통해 그 이유도 말로설명할 수 있어요.”

결국 김 교사는 “논리적 사고력을 거쳐 수학의 개념과 명제들을 조합하는 훈련이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을 반복적으로 말로 표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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