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취업난 심화와 평생교육 시대 전환으로 고등직업교육과 평생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의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재교육과 평생교육 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전문대가 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들은 평생직업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대, 전문대 간 교육과정 등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제, 까다로운 인증 절차 등 제도적 문제 등이 선결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평생학습 필요성, 재교육 수요 증가로
성인 학습자 전문대 지원율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가 지난 6월 공개한 ‘2021년도 입학전형 결과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일반대 졸업 후 전문대에 진학하는 ‘유턴입학’ 지원자는 2017학년도 7412명에서 2021학년도 1만4215명으로 2배 가량 늘었다. 등록인원도 2017학년도 1453명에서 2021학년도 176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유턴입학 선호계열은 간호와 예체능, 보건, 공학 순이다. 2021학년도 유턴입학 전체 등록인원 1769명의 70%인 1539명이 4개 계열을 선택했다. 간호계열의 경우 전체 등록인원의 50%인 884명이 입학했으며, 등록률도 2017학년도 41.6%에서 2021학년도 50%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악의 취업난과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전문대에 지원하는 ‘만학도’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입학전형 결과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문대에 지원한 만학도는 2017학년도 5997명에서 2021학년도 8150명으로 2153명이 증가했다.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수성대의 경우 2021학년도 전체 신입생의 47%인 633명이 만학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대는 만학도의 비율이 해마다 10%p 이상 증가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만학도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1일 발표된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충청권 전문대 입학생 중 26세 이상인 만학도가 2017년 1341명에서 2020년 1706명으로 365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열 수용, 안정적 학위 취득 가능해
전문대로 성인 학습자 몰려
교육 전문가들은 전문대를 찾는 성인 학습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일반대 졸업 후 전문대를 찾는 유턴학생, 고졸에서 멈춘 학력을 높이려는 직장인과 중장년층 등의 교육열을 수용하기에 전문대가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평생교육기관 역할을 했던 사설 교육기관들이 지속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교육부로부터 직업교육 능력이 검증된 전문대에서 안정적으로 학위 취득을 하기 위해 몰린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갑)에 따르면 2018년도 평생교육기관 학점은행제 신규 시설 36개 중 72%인 26개 기관은 학점은행제 과정이 1년 만에 폐지됐다. 2년차 때는 8개가 추가로 폐지돼 94%에 달하는 시설이 3년 안에 학점은행제를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시설이 1년 만에 폐지된 곳은 2019년 25곳 중 36%인 9곳, 2020년 37곳 중 56%가 넘는 21곳이었다.
박 의원은 “전공과목 연계성을 생각한다면 기관의 지속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가 시설 인증과 관련해 강력한 선정과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학자원 확보 다각화, 마이스터대 운영 등
평생직업교육 활성화 방안 마련
전문대교협은 평생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성인 학습자는 물론 다양한 수요 계층이 입학전형을 쉽게 이해하고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입학전형 단순화를 추진하고 수요자 중심 맞춤형 직업교육 과정을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단위의 평생직업교육 허브 구축을 위한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도 발족했다. 중앙-지자체(광역·기초)-유관 평생교육기관과 연계협력, 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협의회는 기초지자체와 전문대 간 협력체계 부재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지역 수요 기반 평생직업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은 “지역에서 체감할 수 있는 우수 평생직업교육·지역사회와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 등을 많이 개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수요를 반영한 성인학습자 맞춤 교육과정 운영, 성인친화적 입학전형·학사제도 운영 등 성인학습자 전담과정을 운영하는 대학 30개대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문대가 기초지자체와 연계해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가칭)를 운영, 지역주민에게 지역 특화학과와 교육과정 등 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육부는 실무역량이 있는 인재가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고 전문대에서 석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마이스터대도 운영한다. 올해 대림대와 한국영상대 등 5개대를 시범대학으로 선정했으며, 대학당 20억원을 지원해 2022학년도부터 미래자동차와 클라우드 컴퓨팅,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분야 전문석사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고등교육 체제, 대학 재구조화로 명확히 해야
이처럼 정부와 대학, 지자체는 평생교육 수요 충족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평생교육체제 활성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선결 과제로는 명확하지 않은 고등교육의 정체성이 지적됐다. 전문대교협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지난 10월 20일 발간한 ‘2021년 인사이드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 전문대에서 최초 개설한 전문직업인 양성 목적의 학과를 중복 개설한 일반대는 114개대, 520개 학과(석사, 박사과정 포함)다.
일반대에 개설된 전문직업인 양성목적 학과는 보건의료와 안경광학, 치위생, 치기공, 철도, 물리치료, 작업치료, 방사선, 뷰티·미용, 응급구조, K-POP, 외식, 조리, 카지노, 소믈리에, 바리스타, 반려동물, 제과제빵 관련 학과 등이다. 이들 학과는 전문대에서 최초 개설·운영되고 있는 학과들로, 다른 학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 되는 학과다. 이렇다보니 일반대들도 앞다퉈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이들 학과가 일반대에서 운영되면서 취업 목적 기술중심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일반대에 진학하고 있다. 따라서 2년이면 졸업·취업이 가능한 전공을 4년을 공부해야 하는 수업연한 연장이 발생한다.
이에 리포트는 (가칭)직업교육기본법을 제정해 현행 고등교육체제를 기능에 따라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문연구중심대학은 학부 정원을 감축하고 대학원 정원을 증원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육성하는 고등교육 체제다. 직업교육중심대학은 희망하는 일반대와 전문대, 산업대학, 기술대학, 폴리텍대학, 전공대학 등을 포괄하는 실무중심 학문체제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정부 재정지원은 직업교육중심대학은 학부(1~4학년)에만, 학문연구중심대학은 대학원(석사, 박사)에만 각각 지원해 학문중심대학은 학부정원 감축 후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100개 이내로 육성하고, 직업교육중심대학은 전문대, 일반대 포함 200여개 실무중심대학으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리포트는 “재구조화를 통한 고등교육 정체성이 확립되면 공정한 경쟁체제에서 대학의 교육경쟁력과 취업률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학생들이 대학 이름보다는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게 됨으로써 대학 간 서열화를 극복하고, 소모적 경쟁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문상 전문대교협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2022년 대선을 앞둔 지금이 고등교육 개혁의 기회다. 대학의 위기를 고등교육 개혁의 시기로 삼아 대학을 기능에 따라 재구조화해야 한다”며 “내년 대선 이후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고등교육 재구조화를 통한 교육개혁을 실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단계별 절차를 포함한 세부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대 평생교육기관 인가, 일반학원과 동일하게 적용해선 안 된다”
학원이 받는 인가 절차 그대로 적용은 ‘난센스’
교육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립 전문대와 일반학원을 동일한 기관으로 분류해 까다로운 심사 절차 등을 거쳐야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정규 고등교육기관인 전문대의 정체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대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으려면 일반 사설학원이 받는 교육기관의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다보니 학원이 받는 절차를 다 거치려면 대학 기본 체계부터 교수·강사의 경력·질, 교재까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전문대는 주기적으로 대학 평가를 받아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데, 평생교육을 위해 일반학원처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전문대를 일반학원과 동일하지 않은 기관으로 분류해 기본적인 조건만 통과하면 심사 없이 쉽게 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정부가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 사업과 연계해 재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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