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휘력·독해력의 비결은 '영화'와 '독서'
영어 어휘력·독해력의 비결은 '영화'와 '독서'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2.03.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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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매산여고 박창기 교사


순천매산여고 박창기 교사(50)는 ‘영어 교수학습방법개선지도’ 부문에서 전남교육감 표창을 무려 3번이나 수상했다. 진학부장을 맡았던 기간에 상을 받은 거라 진학과 강의 모두 소홀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학생 지도와 강의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박 교사는 어린 시절 선생님보다는 역사학자가 되길 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사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고 당시 담임 교사도 자신의 꿈을 많이 응원해주셨다고 한다. 순천고 재학 시절에는 명문고여서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다른 과목 점수는 별로였지만 국사만큼은 전교 톱클래스에 속했다. “한국사에 관심이 많고 어렸을 적 꿈이 역사학자여서 그런지 한국사와 비교해 영어사를, 한글의 음운체계와 비교해 영어음성학을 가르치면 학생들의 반응이 괜찮았어요.”

박 교사는 영어공부에 대한 몇 가지 편견을 깨는 얘기도 들려줬다. 보통 사람들은 ‘영어 듣기능력 향상을 위해 아예 모르는 외국 영화를 보는 게 좋다’, ‘짧고 간단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너무 쉬우니까 수준이 높은 외국 영화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 교사는 “‘줄거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외국 영화를 봐야 한다’, ‘짧고 간단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를 볼 때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나 문장이 자주 나올수록 외국어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고 듣기 평가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는 게 박 교사의 설명이다.

많은 어휘를 알아야 한다
영어 공부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은 바로 어휘다. 어휘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 모든 영역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어휘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영단어 2000개 혹은 3000개씩을 목표로 정해서 암기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어휘 정복을 위해서 따로 단어집을 사서 무작정 외우는 식의 공부법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어휘집 단어를 외웠다고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영어 단어를 효과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박 교사는 어휘를 공부할 때 따로 단어를 외우기보다는 독해를 하면서 몰랐던 단어를 따로 표시해뒀다가 문맥 속에서 기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처음에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힘들 수 있어요. 독해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으면 암기해야 할 단어에 부담감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표시해야 할 단어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도 붙게 돼요.” 이 때 단어에만 집착하지 말고 숙어, 동의어, 반의어까지 함께 정리하면 금상첨화다.

영어도 반복학습이 중요한 과목 중의 하나다. 보통 반복학습이 필요한 과목으로 수학을 떠올리는 데 영어는 외국어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학습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부의 ‘감(感)’을 놓치게 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영어 단어를 외울 때에도 단어를 공부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동기부여가 될 거예요. 영어 단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결국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위한 거 아니겠어요?” 아는 단어가 많아야 독해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박 교사는 “영어 실력을 쌓으려면 먼저 영어와 친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영어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자주 보고 듣고 말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영어를 공부로 접근해야 하는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영어와 친해지기 위한 방편으로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거나 어원을 따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예컨대 요즘에는 ‘어플리케이션’, ‘트위터’, ‘AR(증강현실)’ 등 스마트폰과 SNS와 관련된 단어들을 많이 쓴다. 이런 단어들을 자세히 보면 ‘apply(응용하다)’의 명사형인 ‘application(응용)’, ‘tweeter’는 ‘tweet(작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서 ‘-er’이 붙은 형태, ‘AR’은 ‘Augmented Reality’의 약자로 ‘augmented’는 ‘증가된’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본래 고대 인도유럽어에서 ‘au’는 ‘새(bird)’라는 뜻이고 ‘aug’는 ‘새가(au=bird) 가다(날다:g는 go를 의미함)’라는 그림에서 ‘증가하다’라는 의미가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원의 뜻을 일부러 찾아가며 공부하라는 게 아니예요.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영어 단어의 의미를 공부하고 어원도 알게 되면 외국어 공부에 더 재미를 붙일 수 있다는 겁니다.” 

‘영화 활용’ 어학 능률 높이자
2010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가운데 영어에 지출하는 비용이 가장 많다. 영어에 엄청난 투자를 많이 하지만 막상 외국인과 대화하려면 간단한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게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현주소다. 박 교사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영화를 활용하면 영어 능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외국 영화를 추천해 줄 때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는 영화나 쉽고 간단한 내용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추천해 주곤 해요.” 박 교사는 영화 선정의 중요한 기준을 ‘내용이 재미있느냐’와 ‘주제가 평이한가’에 둔다. 전문용어나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면 공부할게 많아져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모르는 단어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게 돼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영어 자막을 보지 않고 스토리 위주로 2~3회 정도 반복해서 보는 게 좋아요. 이후 자막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다음번 듣기에서는 어느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죠. 이때부터 해당 부분을 집중 반복해 듣는다면 분명히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영화로 외국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자칫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완벽주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일일이 찾아서 공부하는 방법은 적절치 못하다. 영화로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은 단어를 외우고 문장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함이 아니다.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영어 공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거다. 대신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단어는 찾아서 기억하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영화를 활용한 외국어 공부가 어느 정도 숙달되면 스크린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것도 듣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화면을 보지 않고 듣기에만 집중하면 모든 신경이 청력에만 집중돼 대화 내용을 더 또렷이 잘 들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박 교사는 “기억하고 싶은 영어표현을 기록해 뒀다가 실제 생활에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자주 사용하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영화는 아니겠지만 대부에서 유명한 명대사인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같은 영화 속 표현들은 대명사만 바꾸면 일상에서 언제든지 사용가능한 대사가 되죠. 나중에 외국인과 직접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영화에서 공부한 표현들을 꼭 사용해 보길 권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스키마(schema)를 쌓아두자
최근 수능시험의 공통적인 양상은 배운 것만 그대로 외워서는 쉽게 문제 풀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각 영역마다 비슷하게 발견된다. 각 과목에서 배운 지식을 종합적으로 동원해야 문제 풀기가 수월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다양한 배경 지식을 가진 학생일수록 정답에 가까워질 확률이 높다. 그가 강조하는 부분도 바로 이 같은 ‘스키마(schema)’에 관한 거다. “스키마는 배경지식을 의미하는 말인데 여러 분야의 정보와 지식을 쌓다보면 자연스럽게 영어 독해능력이 향상되죠.”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중요한 방법은 ‘책 읽기’다. 다양한 분야의 스키마를 쌓아두면 독해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 영어 지문이 수필, 논설문, 문학 작품, 실용문서, 시사뉴스 등 다양한 형태로  출제되기 때문에 정치·사회·문학·에세이 등 여러 분야에서 배경지식을 쌓아두는 게 유리하다. “주변의 영어 잘 하는 학생들을 보면 의외로 ‘책을 많이 읽은 덕분’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이게 바로 다독과 영어 독해에 분명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고교 수험생들이 다양한 독서를 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입시 위주의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사교육 시장,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환경에서 다독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일 수 있다. 

박 교사는 대안으로 “교육 환경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안으로 등하교 시간, 쉬는 시간, 점심 시간, 의미 없이 보내는 인터넷 서핑시간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집중력 있는 독서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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