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수시논술 분석 2
한국외대 수시논술 분석 2
  • 대학저널
  • 승인 2010.07.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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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 다문화 시대에 돌아보는 민족의 정체성

















지난 호에 이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2009학년도 수시2학기 논제를 다룬다. 지난 호를 참조하기 바란다. <제시문 A>와 <제시문 B>는 2번, 3번 논제에도 이용된다. 지난 1번 논제는 가장 일반적인 도입부 논제로서, 두 제시문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서술하라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독해력을 확인하는게 목적이다.

2번 논제는 주어진 텍스트(주장, 이론 등)를 다른 상황에 적용하여 설명하라는 것이다. 문일지십이라는 고사성어의 뜻처럼, 하나의 지식과 이론을 배워 응용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와 통합적 사고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번 논제는 창의적인 사고 능력과 논증력 평가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제시문과 자료를 활용하되, 해당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그 논거를 제시하라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카이론의 논술 캠프

<논제의 배경을 고려하라>
논술고사의 논제들은 대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논술고사에선, 현대를 살아가는 건전한 시민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생각해 볼만한 소재를 즐겨 택하는 것이다. 제시문들이 고전인 경우에도 그러하다. 오늘날의 문제와 동떨어진 주제라면 굳이 논쟁의 소재로 삼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역사가인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말한다. 과거 사실의 기록인 역사조차 현재의 눈을 통해서 현재의 문제에 비추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논술고사에서 만나는 문제 상황은 늘 ‘오늘, 여기’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시각에서 역으로 출제의도를 짐작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자체가 논리적, 비판적 사고능력을 함양하는데 도움이 된다. 묵직한 논제의 지시에 주눅들어 겁먹지 말고, 출제교수의 입장이 되어 보란 말이다.

이번 호의 분석 대상 논제가 실례가 될 수 있겠다.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난 ‘남충서’란 인물과 재외동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라는 3번 논제가 그러하다. 많은 답안들을 검토해 본 결과 적지 않은 학생들이 출제의도를 짐작하지 못해, 엉뚱한 견해를 거침없이 제시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참으로 기발한 오답들이 많았다. 한 번 생각해보자.

왜 남충서를 대상으로 삼은 것일까? 우리 말과 글의 세례를 받지 못하고, 이민족 문화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러시아의 고려인, 중국의 조선족, 재미교포들을 새삼 조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래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현실인 다문화가정 현상을 떠올린 학생이 있겠지? 맞아 바로 그거다. 순수 혈통과 단일 민족을 강조해온 전통적인 민족교육이 가진 근본적 한계가 이제 도전받는 시대인 것이지.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는데, 민족의 순수성만 말해선 안 된다는 거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한국인으로 포용하고, 그럼으로써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거지.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한 번 읽어보렴. 어떤 논지의 글을 써야할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이달의 미션
아래 논제를 읽고 논술문을 작성해보자. 출제의도만 포착해도 잘 쓸 수 있는 문제들이다. 독해력과 종합적 사고능력을 검출하기에 적당한, 상당한 변별력을 가진 문제들이다. 아래에 우수 답안과 오답을 함께 실었으니 논제 해설을 충분히 읽고 이해한 후 비교해보기 바란다.

논제 해설
[문제 2]는 하나의 제시문을 선택하여 (자료 1)과 (자료 2)를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한 제시문만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자료 1)의 혼성어는 <제시문 A>로도, <제시문 B>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제시문 A>를 적용하면, 문화융합 개념을 빌면 된다. <제시문 B>를 적용하면 화합물 개념을 적용해야겠지. 이렇게 명확히 특정 개념을 적용하지 않은 글들이 제법 있는데, 그럴 경우 논지의 구체성과 명료성이 떨어지게 되니 조심해서 피해야 한다. 두 개념 모두, 원래의 언어와 다른 제 3의 언어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문제는 (자료 2)이다. <제시문 B>를 적용하면 당연히 혼합물 개념으로 설명해야 한다. (자료 2)에서 다루고 있는 ‘정부간주의’는 ‘유럽 통합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요소들의 성질이 그대로 보존되는 혼합물의 특성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제시문 A>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제시문 A>의 문화동화 개념을 적용할 경우, 위에서 언급한 ‘각국 정부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을 설명할 수 없다. 하위 문화가 상위 문화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문화와 외래 문화가 결합하여 제 3의 문화가 만들어진다는 문화융합 개념은 더욱 거리가 멀다. 따라서 일견해서는, 물리 현상보다는 문화 현상으로 서술하는 것이 나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제시문 B>의 혼합물, 화합물 개념이 더욱 적당한 것이다. 이런 서술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문제 3]은 제시문들을 활용해 (자료 3)의 필자의 관점을 기술하라는 항목과 이를 바탕으로 (자료 4)와 (자료 5)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라는 항목으로 구분된다. 가끔 이 논제처럼 구체적인 요구사항에 각각 번호를 매긴 논제들이 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이것은 구분되는 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문제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30% 가량의 답안들은 각각 번호를 매겨가며 두 개의 문제에 답하는 형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의 취지를 크게 오해한 것이다. 두 부분을 합해 하나의 완결된 글로 답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자료 3)에서 필자는, 디아스포라의 문화적 정체성은 다양한 문화가 섞인 결과 그 자체라고 말한다. 논제로 돌아가서, 제시문들을 활용해 필자의 관점을 기술하라는 것은 무얼 요구하는 것일까? (자료 3)의 필자는 디아스포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제시문 A>에 나오는 문화동화나, 문화융합, <제시문 B>에 나오는 혼합물, 화합물 개념들처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기술하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순수한 문화, 고유한 문화란 없다는 것이다. 민족도 그러하다. 유대인 공동체를 뜻하는 디아스포라는 단일한 정체성으로 규정할 수 없으며, 국가, 가계 혈통, 종교의 각 요소들과 변증법적 긴장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료 4)의 남충서와 (자료 5)의 재외동포에 대한 견해를 취한다면 어떻게 될까? 민족의 정체성이 불변의 순수하고 단일한 것이 아니라면, 두 민족의 피가 섞인 남충서나, 이질적인 문화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재외동포들 역시 우리민족의 일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 서로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전 세계의 유대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바라보는 디아스포라 개념처럼, 우리도 범민족 공동체의 관점에서 이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문제 2 우수 답안 >
(자료 1)과 (자료 2)는 제시문 B의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자료 1)은 <제시문 B>의 화합물로 설명될 수 있으며, 자료 2는 <제시문 B>의 혼합물로 설명될 수 있다. 먼저 (자료 1)에는 혼성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혼성어란 각자의 언어가 다르고 서로 소통할 제 3의 언어도 없는 두 공동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안적 언어이다. 이 언어가 발생할 때는 양쪽의 언어에서 어휘나 통사구조와 같은 부분적 요소들이 각각 섞인다. 이는 화합물이 될 때, 각 개체를 이루는 원자들이 서로 만나 제 3의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리고 (자료 2)에서는 유럽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각 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연합의 집행·입법권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만장일치제를 사용하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현상은 <제시문 B>의 혼합물이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혼합물이 될 때도, 각 개체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결합한다. 이 양상은 유럽연합으로 결합할 때, 각국이 본래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 평가
흠결을 찾기 어려운 정교한 답안이다. 두괄식으로 서술하는 논지가 가독성을 높여준다. 신중하고 꼼꼼한 독해력이 잘 나타난다. <제시문 B>를 선택한 용감성도 칭찬할 만하다. 간략한 자료 내용 요약 후에 제시문의 개념을 적용하는 서술이 매우 자연스럽다.


< 오답 사례 >
(자료 1)에선두 공동체의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때, 이 둘이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언어인 혼성어가 만들어짐을 보여주고 있고, (자료 2)는 유럽 통합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자료 1)과 (자료 2)에서의 통합은 말 그대로 둘 이상의 요소가 합쳐지는 것이지만, 통합이 된 뒤에도 두 언어의 형태가 여전히 보이거나 각 회원국의 독립성과 권력이 인정되는 등 본래의 고유성을 보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고유의 특성의 보존은 <제시문 B>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시문 B에서도, 각 요소가 결합하고 그 결합체의 특성은 새로워도 후에 본래의 요소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고유의 특성은 보존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제시문 B와 자료 1과 2 모두 둘 이상의 요소들이 통합된 뒤에도 각각의 본래의 특성은 유지하는 형태의 결합을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 평가
전형적으로 나무만 보고 숲의 형상은 놓친 답안이다. 미시적인 요소에 집착하다가 논제의 기본 취지와 거리가 있는 답안이 되었다. 제시문 하나를 선택해서 설명을 하라는 것은 제시문의 핵심 개념들을 구분하여 적용하라는 것이다. <제시문 B>를 적용한다면, 혼합물과 화합물 개념을 빌어 설명했어야 한다. ①은 (자료 1)의 내용을 설명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혼성어는 원래 언어와는 달라진 ‘새로운 형태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 문제 3 우수 답안 >
(자료 3)의 필자는 디아스포라를 예로 들며, 문화란 이미 그 자체가 섞인 결과라고 주장한다. 디아스포라의 경우를 보면, 문화엔 그 토착성이나 통합성과 같은 정체성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디아스포라는 여러 군데로 흩어져 살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는 주거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문화가 섞이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제시문 A>에 나온 문화동화나 문화융합과 같은 문화접변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모든 문화란 이미 섞인 결과라는 것도 <제시문 B>의 혼합물·화합물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모든 문화는, 물질들의 결합과정에서 각 개체와 원자가 섞여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듯이, 종교나 국가, 혈통, 언어와 같은 여러 요소들이 섞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자료 4)와 (자료 5)에 나타난다. (자료 4)의 남충서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한국의 문화와 일본의 문화를 동시에 접한 인물이다. (자료 5)에서 나타나는 재외동포 또한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해당 지역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우리민족, 즉, 한국인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민족이나 공동체가 문화접변을 피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물며 이들은 개인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문화접변의 영향을 받은 것일 뿐, 우리와 그 근본은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디아스포라의 경우처럼 이들을 한국인으로 포용할 경우, 세계화 시대에 한민족 공동체의 외연이 확장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순수 혈통,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태도는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태도이다. 따라서 이러한 태도를 지양하고 재외동포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평가
논제의 요구에 충실히 응답하는 글이다. 논제의 두 항목에 균등한 분량으로 답하고 있다. 논지의 통제능력이 잘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출제의도에 정확히 다가서는 논지가 인상적이다. 제시문과 자료를 적절하게 근거로 활용하면서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내용상의 차이에 따른 문단 구분도 적당하여 논지의 가독성을 높여준다. 논제의 두 요구사항에 각각 답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글로 연결되도록 처리하였다.


< 오답 사례 >
(자료 3)의 필자는 디아스포라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하여 서술한다. 디아스포라는 원래 살던 곳에서 흩어져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게 되었지만, 그들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였다.① 하지만 이미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순간 그들의 문화는 변질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화는 지역에 기반을 두는데,① 디아스포라의 문화는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대립하기 때문이다.①

필자는 디아스포라의 문화와,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가 접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아스포라는 그들의 문화의 보존을 위해 접변을 거부하였다.① 이 때문에 이들을 혐오하는 반유대주의자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디아스포라는 이미 그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온 시점에서 그들의 문화는 변하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문화를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에 접변시키면 분해된 정체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①

(자료 4)의 남충서는 한국사람이지만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고 일본 유학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사회인이 된 후 일식 이름을 버리고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여 한국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 (자료 5)는 재외동포 현황을 나타낸다. 미국과 중국에 특히 재외동포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남충서와 재외동포들은 고유의 문화와 타문화가 섞인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은 자신의 문화를 지키면서 타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② 스스로의 문화와 타문화를 적절히 융합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② 만약 타문화만을 강조한다면 고유의 성질을 잃게 될 것이고, 스스로의 문화만을 강조한다면 타지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그 지역민들의 반감을 사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고유한 문화를 지켜내면서 타지 생활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②

<<< 평가
이 답안은 논제 파악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실패사례가 되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논제의 두 번째 요구사항에 이 답안처럼 답했다. 재외동포들에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현지 적응에 힘쓰라고 말한 것이다(②). 쉽게 다시 한 번 말하면, 논제는 우리가 이들(남충서와 재외동포)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묻고 있다. 즉 이들을 같은 한민족으로 봐야 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답안은 논제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 응답이 되었다. 또한 ① 표시한 대목들은 모두 (자료 3)의 내용과 다른 해석들이다. 비교해서 읽어보기 바란다. 이는 독해력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준다(상당한 감점 요인이다). 그리고 원래 이 답안은 절반 지점에서 따로 구분하여 서술하였는데, 하나의 문제를 두 개의 문제로 오인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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