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악화? “대학 곳간 열어라”
재정 악화? “대학 곳간 열어라”
  • 이승환 기자
  • 승인 2021.04.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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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 누적 적립금 8조원 달해, 부자대학 ‘등록금 반환’ 인색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3월 4일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페이스북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3월 4일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페이스북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코로나 국면에 등록금 날로 먹는 대학?’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 입구에 게시된 대자보 제목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의 질적 문제를 제기하며 현행 등록금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학은 대학대로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비대면수업 환경 조성과 방역활동에 지출이 더해졌고 코로나19와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에 의존하던 수입에도 타격을 입었다.
해결책은 없을까. 대학이 연구, 장학 등 경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은 자금, 8조원 가까운 사립대 ‘적립금’ 활용에 자연 눈길이 쏠린다.

거세지는 등록금 반환 요구...대학 “여력 없다”

올해도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수업 위주로 1학기를 시작했다. 일부 실험・실습과목은 대면으로 진행되지만 코로나19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환경은 열악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조절되거나 캠퍼스에서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도서관 등 대학 시설도 이용할 수도 없다. 온라인 강의의 질적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자연 학생들의 볼멘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 모임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가 지난 2월 대학생 41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91%는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비대면수업으로 인한 등록금 반환 금액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학생도 10명 중 8명(매우 불만족 35.1%, 불만족 45.3%)에 달했다.

전대넷은 지난 3월 4일 등록금 반환 및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를 발족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대학은 재정난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등록금은 13년째 동결됐고 코로나19로 인해 휴학생은 늘고 유학생은 줄어 등록금 수입은 더 줄어들었다.

온라인・비대면 수업을 위한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자원이 대폭 줄어들었음을 올해 극명히 체감한 대학은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다. 
 

237개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금 1000억원 vs 1000억원 이상 적립금 보유 대학 20개

상황이 이렇자 자연 8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사립대 ‘적립금’에 시선이 간다. 적립금은 대학이 연구, 장학 등 경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으는 자금을 말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19회계연도 사립대학 결산분석’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학의 누적적립금은 7조9184억원이다. 2018회계연도보다 599억원 늘었다.

누적적립금이 가장 많은 대학은 홍익대로 7570억원이다. 이어 연세대(6371억원), 이화여대(6368억원), 수원대(3612억원), 고려대(3312억원) 순이었다. 누적 적립금이 1000억원이 넘는 대학도 20개교에 달한다.

지난해 교육부가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을 위해 237개 대학에 지원한 지원금이 총 1000억원이다.

이보다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대학이 20개 대학이나 된다는 점에서 적립금의 적절한 활용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적립금이 연구・건축・장학 등 적립 목적으로만 활용하도록 규정돼 있어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학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 또한 법 개정으로 길이 트였다.

지난해 9월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난 시 학생 지원이 필요한 경우 적립금을 학생 지원 목적으로 용도를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적립금 활용 폭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재정난 탓 앞서 적절한 적립금 활용 방법 찾아야

법 개정 등으로 여건은 조성됐지만 대학의 움직임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전대넷에 따르면, 적립금 1000억원 이상 대학 중 올해 등록금을 일부 반환한 대학은 단 한 곳 뿐이다. 

이에 관해 한 지방대 관계자는 “적립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이다.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대학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이 많고 편차도 크다”며 “같은 잣대로 무조건 등록금 반환에 적립금을 쓰라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전했다.

반면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수 충원이나 첨단기자재・시설 투자 등에 소홀한 것을 재정난 탓으로 돌리던 대학들이 많다.

하지만 등록금 수입이 아닌 적립금을 활용해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립금을 활용한 재정 선순환을 통해 등록금 감면이나 반환 등도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이러한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 대학이 문제”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대학 재정악화의 숨통은 등록금 동결 해제와 정부 재정지원 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적립금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합리적 경영을 위한 첫 걸음을 떼는 노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1000억원 이상의 적립금을 보유한 대학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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