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모른다고 해답부터 찾지 마라
수학, 모른다고 해답부터 찾지 마라
  • 김준환 기자
  • 승인 2012.03.05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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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고 남선주 교사

서울과학고는 ‘영재학교’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남선주 교사(41)는 서울과학고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영재들이 모인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 문구의 조합을 보면 어려운 수학 문제도 쉽게 해결하는 고도의 테크닉이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든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했던 건 바로 학습에 대한 열정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남 교사도 초창기 과학고에 부임했을 때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학생들이 질문하는 것 자체가 불안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수학 공식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는데 어떤 학생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수학 공식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한 거예요. 정말 난감했죠.”

올해로 서울과학고에서 근무한 지도 5년이 다 됐다. 남 교사는 이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교사란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돼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도록 하는 게 교사의 진정한 역할임을 강조한다.

이공계 분야 진출엔 수학이 필수
이공계 진학을 고려 중인 학생들에게 수학은 필수다.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면 수학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공계 분야를 공부하면서 대학 졸업 후 성공적 취업을 원한다면 수학을 잘 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꿈과도 직결된다.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남 교사의 티칭 전략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수학 영재들을 지도하고 교과서와 EBS 등 각종 문제집 집필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남 교사는 수학 과목을 먼저 얘기한 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얘기로 문제의 방정식을 풀고 있었다.

“수학이란 과목만을 볼 게 아니라 인생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우선입니다. 수학이 자신한테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뚜렷한 목표 없이) 수학을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해서 수학자나 수학 선생님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수학을 공부하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가 훨씬 수월할 거예요.”

물리, 화학, 생물, 건축, 기계, 컴퓨터, 반도체 등 각기 다른 분야로 진출하려는 이공계열 학생들에게 수학은 넘어야 할 산이다. 수학을 해야만 이과 계통의 다른 과목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과학이나 공학 연구는 수학을 매개로 수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분야에서 수학을 사용하지 않는 연구는 거의 없다. 특히 과학고 학생들은 대부분 이공계로 진학 후 학자나 연구원의 길을 택하므로 수학은 필요(Need)조건이 아니라 필수(Must)조건이다. 결국 이공계 분야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은 수학을 잘 해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답부터 보는 건 100% 잘못된 습관”
위와 같이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가 있다고 치자. 이런 경우 대다수 학생들은 문제를 포기하거나 해답부터 찾으려고 한다. 어려운 문제를 푸느니 차라리 다른 문제를 몇 개 더 푸는 게 훨씬 낫다고 여긴다. 아니면 풀이 과정을 통째로 외우면 비슷한 문제도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100% 잘못된 습관이다. 

남 교사는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것은 수학공부의 최대 기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많은 학생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접하면 곧바로 해답부터 찾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고민의 과정을 갖지 않으려 한다. 급한 대로 해답을 찾는 습관에 길들여지면 ‘비슷한 문제 유형도 풀 수 있겠구나’라는 착각에 빠진다. “안 풀린 문제의 답을 보는 것은 오히려 실력을 줄이는 지름길이죠.”

혹자는 얘기한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만 봐도 수학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된다’고. 이 말은 전혀 근거가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남 교사는 재차 강조한다. “자신의 진짜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혼자 터득하는 게 중요해요. 우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하는 기본 개념을 완벽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쉬운 내용을 필두로 해서 하나하나 문제를 풀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죠. 시간이 지나면 수학적 원리를 응용할 수 있는 단계가 찾아오고 비로소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과제연구로 자기주도학습법 길러야
그는 “서울과학고엔 일반고에서는 다소 생소한 ‘과제연구’ 과정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과제연구는 1·2학년 학생 모두 2인 1팀으로 구성, 매학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엄연한 정규 교과과정이다. 과제연구를 실행하는 일반고가 있다고 하나 모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러한 과정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최상위권 학생들이 과제연구를 수행하면서 이뤄낸 성과들을 살펴보면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과제연구 결과로 국내외 학술지 등재, 대기업 주관의 공모전 논문 수상, 발명품 경진대회 입상 등 가시적인 성과를 봤을 때 남 교사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과제연구는 학생 스스로 주제를 찾아 연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수학과 관련된 과제연구를 예로 들면‘교차로에서 효율적인 신호체계에 대한 연구’,‘인터넷에서 수식 검색을 어떻게 빨리 찾을 것인가’,‘2차원에서 적용되는 수학이론을 3차원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등 다양한 연구 사례가 있어요.”

과제연구는 비단 수학 과목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다. 여러 과목에서 학문적 원리를 규명해내는 연구로 적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화학구조에 따른 세제의 세정력에 대한 연구(화학)’,‘한 식물체의 양지에서 자란 잎과 음지에서 자란 잎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의 차이(생물)’,‘유리관의 직경에 따라 변하는 물방울의 크기와 물방울에 작용하는 힘들의 연관성(물리)’,‘유기물의 함량과 토성에 따른 수리전도도 차이와 중금속의 흡착정도의 비교(지구과학)’등 과목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제연구의 포인트는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생활 속의 공부를 한다’는 거다.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와 관련된 현상 혹은 사건과 마주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주제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공부하면 자기주도학습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일단 학생 스스로가 연구 주제를 정하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관심도와 몰입도가 높아진다.

또한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므로 다양한 책을 많이 접하게 돼서 그 분야의 연구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쌓일수록 대학 진학 전 희망 전공도 정해진다. 자연스럽게 진로 탐색이 가능하다는 게 남 교사의 설명이다.

“과제연구와 같은 방식으로 한 학기동안 공부하면 누구나 10페이지 정도의 결과물이 만들어지죠. 선생님의 역할은 공부의 방향성을 잡아주고 학생 수준에 맞는 주제를 택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에 불과해요. 주입식 공부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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