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뭉쳐야만’ 산다
[기자수첩] ‘뭉쳐야만’ 산다
  • 이승환 기자
  • 승인 2021.02.2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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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종편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 시리즈가 인기다.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최고였던, 하지만 지금은 은퇴한 체육인들이 축구팀을 꾸려 놀라운 성적을 거뒀고 뒤이은 시즌에서는 농구에 도전하고 있다.

자타공인 최고였던 출연진이 처음 접하는 종목에서 헛발질 일쑤인 모습이 코믹하지만, 한편으로 각자의 장점을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팀의 기량을 한껏 올리는 모습은 놀라움을 준다.

대학들도 ‘뭉치고’ 있다. 지난 19일 경희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 서울 동부권 5개 대학은 디지털 혁신 교육콘텐츠·기술의 공유와 협력을 위한 혁신공유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대학 간 울타리를 낮춰야 한다는 것, 지금이야말로 장점을 공유해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상생해야 함을 인식한 데서 나온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16일에는 6개 전문대가 손을 잡았다. 대전보건대와 영남이공대, 울산과학대, 인덕대, 전북과학대, 제주한라대 등은 대학의 특성화된 원격 강좌를 상호 제공하고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 기획 및 개발을 공동 진행하기로 했다. 협의체 ‘6UNICON(6 UNIversity CONsortium)’도 발족했다.

각 대학의 대표 특성화 분야인 공학, 디자인, 인문, 어문, 보건, 자연과학 강좌를 타 대학 학생에게도 열어 지역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강화하고 전문대의 차별화된 교육서비스를 확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권역간 또는 가까운 이웃 대학간 협력사례는 있어 왔지만 서울과 충청, 영호남, 제주 등 전국 곳곳의 전문대학이 지역 울타리를 넘어 협의체를 구성하고 강의 공유와 학점 교류를 추진하는 건 이례적이다.

공유와 협력을 위한 이러한 대학의 ‘뭉침’은, 축구공을 차고 슛을 쏘는 스포츠 예능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데서 의미가 크게 다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예측은 2021학년도 대입 모집을 통해 극명한 현실로 확인됐다. 서울 등 수도권 대학들은 그나마 덜하다곤 해도 학령인구 감소 지속이 확실한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학 간 경쟁을 통해 ‘네임 벨류’를 높이고 우수학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 경쟁력 측면에서도 나무랄데 없는 서울권 대학 조차 문턱을 낮추고 손을 맞잡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대학 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고 타 대학의 우수한 경쟁력을 공유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시기에 왔음을 이번 6개 대학 협력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협력사례를 본보기 삼아 대학들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며 다가올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각자도생’으로 현 위기를 극복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피지컬이 뛰어난 격투기 선수는 몸싸움을 통해 운동장을 장악하고, 점프력이 탁월한 선수는 코너킥에서 우위를 점하며,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는 상대보다 먼저 득점권으로 침투함으로써 ‘뭉쳐야 찬다’의 선수들은 경쟁력을 높였다.

각 대학이 보유한 우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타 대학과의 상생의 길에 나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뭉쳐야’ 산다가 아니라 ‘뭉쳐야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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