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부경대 총장 “소통과 공감의 출발점은 ‘역지사지’, 학내 갈등해결 ‘큰형님 리더십’ 필요”
김영섭 부경대 총장 “소통과 공감의 출발점은 ‘역지사지’, 학내 갈등해결 ‘큰형님 리더십’ 필요”
  • 최창식 기자
  • 승인 2020.08.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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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부경대 총장 이임 인터뷰
“구성원 자긍심 높아지고 대학 평판도 향상된 것 보람으로 느껴”
“대학혁신, 속도보다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방향 전환이 중요”

<이 기사는 김영섭 부경대학교 총장의 이임(9월 1일)을 앞두고 지난 610일 진행된 인터뷰 입니다.>

[대학저널 최창식 기자] 소통과 공감의 출발점은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생각하고 소통하면 항상 좋을 결과가 따릅니다.” 8년 동안 부경대학교 발전을 이끌어 온 김영섭 총장(사진)은 항상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월 김 총장의 퇴임 인터뷰를 위해 부경대 대연캠퍼스를 찾았다. 예년 같았으면 기말고사로 바삐 움직이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했을 캠퍼스는 비교적 한산했다. 대신 총장선거를 앞두고 대학 교직원들이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대학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사회다.

학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형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대학총장은 코칭과 동시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을 지녀야 합니다.” 김 총장은 대학총장의 덕목으로 전문성을 강조했다.

8년 총장 재임기간동안 많은 성과도 있었고 때로는 아쉽고 어려운 일도 겪었을 터이다. 김 총장을 만나 퇴임을 앞둔 소회,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소견, 퇴임 후 계획을 들어봤다. 마침 오늘이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 1차년도 평가 결과 발표된 날이다. 평가결과가 나쁘지 않은지 김 총장의 표정이 밝아보였다.

- 오전에 대학혁신지원사업 1차년도 결과가 발표됩니다. 많은 대학들이 평가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대학은 보통을 받았습니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교육부의 대학평가에 따라 대외 평판도나 재정지원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총장 재직 8년 '조금 더 빨리 갈걸' 하는 아쉬움 남아 

- 부경대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 총장으로 기록됐습니다. 8년 임기동안 성공적으로 대학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퇴임 소회가 남다르실 줄 압니다.

시작할 때는 뭘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지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는 사실 아쉬운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은 다 마무리하지 못해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한 심정이 들 때도 있습니다. 총장으로 취임한 8년 전과 지금의 우리대학이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느냐는 측면이 있겠고, 또 우리나라 고등교육, 특히 국립대학이 8년 전에 비해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느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성과라고하면 눈에 보이는 성과와 보이지 않은 성과가 있을 텐데 우리대학만 보면 외부적으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부적으로 보면 조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시대가 급변하고 지난 8,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국가의 운명, 지구촌 전체의 평화나 안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조금 더 빨리 갈 걸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은 易地思之에서 출발"

- 총장께서는 무엇보다 소통과 공감을 통한 대학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조해오셨습니다. 대학사회에서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란 어떤 것인지요.

소통과 공감의 출발점은 역지사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가 처한 상황을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겠지요. 서로에 대한 배려 없이 대화만 나눈다면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아닙니다. 우리대학만 하더라도 여러 단체가 있고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교수는 직원이나 학생의 입장에서, 직원은 교수나 학생의 입장에서 각 구성원마다 서로 바꿔서 생각하면 많은 부문의 갈등을 줄일 수 있겠지요.

제가 요즘 많이 쓰는 말 중의 하나가 역지사지입니다. 사람들은 서로 역할이 다릅니다. 그 차이 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만족도 크게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게 역지사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대화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그냥 대화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어떤 회의나 만남을 시작할 때, 물 한잔 마시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처럼 역지사지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넣고 소통하면 좋은 결과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형식적인 소통만하면 결과 없는 소통, 영혼 없는 소통만 있을 뿐입니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곧 서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생 성공사례 많이 전해 듣는 게 가장 큰 보람"

- 총장 재임 8년 동안 국책사업 수주, 교육·연구력 제고, 교육 인프라 향상 등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압니다. 재임기간 중 특히 보람을 있었던 일을 꼽으라면.

대학은 무엇보다 학생의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이 행복하고, 졸업생들의 성공사례를 많이 전해 듣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8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학생들의 눈빛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 자신감이 생기다보니 어깨가 넓어졌습니다. 움츠리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인 동시에 기쁨입니다. 또 교수와 직원들도 예전보다 자긍심이 많이 높아진 것 같아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학생들의 입학성적이 높아졌고, 취업의 질이 좋아지고, 교수 연구력 등이 향상되면서 대외 평판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유학생들이 많이 찾고 선호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겨집니다.”

- 어렵고 힘든 시기도 여러 번 있었을 텐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오늘도 대학혁신역량지원사업 평가에 대한 발표가 있었지만 각종 재정지원사업 준비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담당부서나 개인에게 맡겨놓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라 총장이 앞장서서 함께해야 하는데 각기 전문분야의 일이다보니 쉽지 않고, 해보지 않은 일을 할 때 가장 힘들고 답답했습니다. 대학 역량진단평가, 혁신지원사업, 국립대 육성사업, LINC+, BK21 등 여러 사업들의 평가를 준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대외적으로는 교육 인프라 확보를 위한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국립대학이다 보니 정부의 예산을 끌어 와야 하는데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서 실질적인 재정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역시 정신적인 문제인데 지방에 소재하고 일류대학이 아니다보니 이런데서 오는 구성원들의 열등의식, ‘어떻게 하면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의논해 왔습니다. 총장 입장에서는 빨리 바꾸고 싶고 때로는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교육시스템을 빨리 바꿔야 하는데 대학은 교육기관이라는 특성상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못합니다. 구성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정책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속도감이 떨어집니다. 이런 점들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수산대학 운영, 방사선의과대학 설립으로 대학발전 새 동력 찾아야"  

- 다른 조직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대학은 수평적인 조직이라 어떤 사안을 의사 결정하고 바꾸기가 상당히 어려운 조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경대는 항상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학 통합, 세계수산대학, 방사선의과대학 등을 통해 우리가 가보지 않은 영역에 도전하는 대학입니다. 향후에는 어떤 분야에 도전해야 된다고 보시는지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계수산대학은 2년 전에 FAO(세계식량농업기구) 서울사무소가 설치되고 FAO가 직접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3월부터 시작했습니다. 현재 30여 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본부가 있는 로마에서 관계자들이 못 오고 화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여름 FAO 전체 총회에서 UN 세계수산대학 설립이 결정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해양수산부, 부산시, 부경대가 FAO본부와 협력해서 세계수산대학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제없이 잘 추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경대는 기장군과 함께 2012년부터 방사선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기장은 우리나라에 원전이 처음으로 설치된 지역입니다. 부산시와 지역주민들의 요구로 원자력의학원병원이 들어와 있고 암치료를 위한 중립자가속기가 곧 설치됩니다. 또 산업이나 의과학 등에 필요한 연구용 원자로를 기장에 짓기로 했습니다. 방사선을 특성화시킨 의과대학을 설치하는 것은 기존인프라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입니다. 우리대학과 부산시, 기장군이 협력을 해서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입니다.

세 번째로 우리대학은 대연캠퍼스, 용당캠퍼스 두 개의 캠퍼스가 있는데 교육연구 기능은 대연캠퍼스로 이전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용당캠퍼스는 중앙정부, 자자체, 대학의 삼각협력을 통해 국내외 최고수준의 기업 R&D센터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지역대학, 지방도 잘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립대, 선진교육시스템 K-에듀케이션 해외 적극 전파하는 역할 담당"

- 부경대는 부산이라는 세계적인 해양도시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 특히 해양수산 분야에서 국가에 기여해야할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국립대는 인재양성을 통해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수산대학과 공업대학이 부경대의 전신인데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일 때 수산대는 해양수산업분야에서, 공업대학은 공업입국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지금은 대규모 종합대학으로서의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4차 산업관련 첨단과학기술의 개발, 연구가 필요합니다. 변화하는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게 우리대학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인문학 등 보호학문과 물리학 등 기초학문을 계속해서 육성 발전시켜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사립대는 특성상 사회수요가 없는 학과를 없애는 추세입니다. 사립대와 달리 국립대는 4차 산업에 관련된 첨단과학기술의 연구와 인력 육성에 방점을 찍고 보호학문과 기초학문을 조화롭게 육성해야 합니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우리나라의 선진교육시스템 ‘K-에듀케이션(education)’을 해외에 적극 전파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K-에듀케이션을 해외에 보급하는 역할은 부경대처럼 규모가 있는 국립대가 담당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는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보다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 교육환경이 열악한 해외에 우리의 선진교육시스템을 전파해서 세계 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

"국립대 발전위한 장기 계획 아쉬워, 재정지원사업 방향 대학평가시스템 일관성 있어야"

-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오늘날 국립대학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역혁신거점화라고 생각됩니다.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산업의 발전성장을 위한 국립대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은 아직 먼 얘기처럼 들립니다.

국립대학은 정말 교육과 연구를 잘 수행해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명은 같지만 대학별로 방법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전국 200여 개 대학 중 국립대학은 40여 개로 전체 정원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중에서 교육대학, 특수대학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약 20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대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게 아쉽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정지원사업 방향이나 대학 평가시스템이 바뀌면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죠. 그동안의 정부재정지원사업은 토대를 단단히 하고 한 층 한 층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탑을 여러 개 만들어 가는 구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큰 탑을 쌓아가야 하는데 기반이 없어 자꾸 흔들리다보니 힘을 받지 못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정부에서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 참여정부 때부터 누리사업등 지방대 육성을 위한 정부재정지원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지방발전을 위해 비옥한 토양을 가꿀 수 있는 재정지원사업이 되어야 하는데 물주기식 재정지원사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요즘 아직도 대학의 민주를 말하고 있지만 민주보다는 이제는 대학자율이 더 필요합니다. 대학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정은 정부가 도와주고, 그 결과를 놓고 정부가 평가해야지 가물 때 물주기식 재정지원사업은 오히려 내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대학도 이제는 목표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가령 100개 학과가 있으면 모든 학과의 특성이 같을 수 없습니다. 학과마다 성격이나 특성도 있고 산업중심 학과, 교육중심학과도 있습니다. 또는 첨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학과도 있는 등 학과별 특성이 다양합니다. 대학 안에서도 역할분담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대규모 국립대의 경우 과거에는 학부중심의 특성화로 갔다면 이제는 연구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R&D 능력이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정부 정책과 대학자율을 통해서 목표설정을 명확하게 하고 일관성 있게 적어도 10년 정도 밀고 나가는 담대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기업 지역 인재할당제 50%까지 확대"

-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공기업 인재채용 지역할당제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보는데요.

현재 지방공기업에서 지역할당제로 뽑는 인원은 전체채용규모의 20~30% 정도입니다. 채용 비율도 적을 뿐더러 단위를 광역별로 쪼개놨는데 개선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가령 부산지역 학생이 경남이나 울산지역 공기업으로 못가는 실정입니다. 부산, 울산, 경남권의 경우 광역경제권으로 보고 통합 할당제를 적용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지역에서 공부하고 지역에서 사회활동을 하도록 돕자는 취지인데 그 취지에 맞게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합니다. 또 공기업 채용 비율도 현행 30%에서 50%까지 확대해서 졸업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지역대학을 나와도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더 큰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균형위원회지역혁명위원회로 바꿀 정도의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은 정부정책으로 성과를 거뒀지만 현재 지방에는 대기업 R&D센터가 하나도 없는 실정입니다. 공기업처럼 정부가 강제할 수 없지만 정책적인 유도를 통해서 30% 정도는 지방으로 분산배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공부하면 지역에서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까 고등교육의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되는 실정입니다. 지방과 수도권은 결국 같은 생태계입니다. 지방이 무너지면 수도권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강력하게 정책을 유도해서 지역인재들이 지역에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 각종 재정지원사업이나 각종 대학평가에서 국립 사립 구분 없이 대학평가를 하다 보니 국립, 사립대학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취업률이나 신입생 충원율 등 획일화된 수치로 대학을 평가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총장께서는 사립대, 국립대 각각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난해 국공립대총장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유은혜 교육부장관에게 대학평가 때문에 대학총장들이 철모를 쓰고 무겁게 걸어가고 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각 대학마다 역할이 다릅니다. 캠퍼스가 어디에 있는지, 사립대학이냐, 국립대학이냐에 따라 제 각각 역할이 있습니다.

국립대학의 경우 연구에 투입되는 예산이 제일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학평가에서 연구에 대한 평가항목은 없습니다. 우리대학의 경우 교수 1인당 연구비가 1년간 600~700억 원입니다. 그럼에도 교수의 연구결과는 대학평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대신 연구는 안하고 교육을 열심히 하는 대학은 좋은 평가를 받는 구조입니다. 그것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고 다양한 선택을 통해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국립대는 일반평가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국립대는 국가기관인 만큼 매년 국가기관평가를 통해 국립대학끼리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봅니다. 국립대 끼리 평가를 받으면 충원율, 유지율과 같은 평가항목은 반영요소가 낮아질 것이고 기술개발이전이나 국립대의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느냐를 평가 받아야겠지요. 국립대는 정부재정으로 운영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우수한 교육, 연구 인프라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걸맞은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 앞서 잠깐 언급하셨는데 국립대와 사립대의 가치가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는지요.

국립대는 국가의 필요로 만든 대학입니다. 국립대는 어디까지나 지식과 지혜를 만들어 내는 산실입니다. 이런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측면에서는 국립대와 사립대의 가치는 같다고 봅니다. 하지만 차세대를 어떻게 잘 길러내느냐라는 문제에서는 분담하는 역할이 다를 수 있습니다.

부산지역의 경우 물리학과가 있는 대학은 현재 부경대와 부산대뿐입니다. 기초학문과 보호학문은 국가적 차원에서 국립대가 육성해야 합니다. 반면 지방 사립대는 중장기적이고 무게감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그런 부문도 국립대가 적극적으로 담당을 해야 합니다.”

"국립대 총장 선거제도 문제점 해결방안 개선책 찾아야" 

- 2012년에는 직선제로, 2016년에는 간선제로 당선되셨습니다. 직선제의 경우 대학사회의 정치화, 간선제의 경우 대학 구성원 참여 한계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이 있겠습니다만 어떤 제도가 낫다고 보시는지요.

어떤 제도가 낫다고 말하기에 앞서 직선제, 간선제 모두 불신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대학구성원은 구성원대로 상호 불신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선제, 간선제 모두 문제가 있으면 둘 다 제도개선이 필요하겠지요. 직선제의 경우 다른 공직자 선거에 비해서 느슨하게 관리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간선제의 경우 어정쩡한 간선제를 통해 대학구성원들의 불신이 높아졌습니다. 간선제를 하더라도 추천위에 참여하는 범위를 좀 더 확대해야 합니다. 정부, 지역, 내부구성원,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해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또 후보자의 생각, 공약을 구성원은 물론이고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알 수 있도록 하고 후보자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후보검증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두 제도 모두 문제점을 갖고 있는 만큼 총장선거제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우선 문제점이 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여기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 총장선출과정에서 투표 비율을 놓고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총장선거가 대학의 축제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성원들 간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가는 좋다고 봅니다. 후보 압축을 위한 의사결정에는 많은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압축된 후보에 대한 검증 단계에서는 전문적이고 대표성을 띤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단계별로 차등을 두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가령 10명에서 5명으로 줄일 때는 많은 구성원들이 참여해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압축된 후보군에서는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가진 분들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구성원간 비율 조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타협을 통해 단계적 총장선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구성원들 간 줄다리기는 결론 없는 갈등만 지속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교육기간, 교육방법, 교육환경 급변, 새로운 교육제도 도입"

- 학령인구 감소로 많은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학도 이제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코로나19사태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급속한 교육환경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전부터 미래의 고등교육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예측은 미국,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논의가 이뤄졌고 시나리오가 나와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예상보다 빨리 변화가 시작됐다고 봅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오래 전부터 전 세계가 구축해 온 대학, 교육 시스템 자체가 이제는 변화할 때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을 공부하고 대학에 와서 4년을 더 공부합니다. 16년을 공부하는 교육시스템인데 이것은 과거시대에 정해진 틀입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지식의 전달 방법이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보 매체를 통해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12년을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해봐야합니다.

두 번째는 교육방법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학생들은 학교에 출석하고, 교수는 강의를 하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형태의 교육이 이뤄져 왔습니다. 학생이 출석을 해서 강의를 듣는 오프라인 교육에 대한 인식이 워낙 강해 변화가 느렸던 것입니다.

물론 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대학을 통해 일부 온라인 교육이 이뤄져 왔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사이버 교육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교육방법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들의 장점을 잘 섞은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교육환경에 대한 얘기인데 교육의 환경이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스마트 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노트 필기는 사라졌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른 학생들의 변화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거기에 맞는 교육제도의 과감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 존재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잘 변하지 않는 조직 중 하나가 대학사회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코로나19가 사회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대학사회에 던진 화두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교수의 역할에 대해 가장 큰 질문을 던진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전통적 관점에서 교수는 지식인입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논문이나 책을 통해 사회에 내놓았는데 이제는 원격강의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공개하라고 하니 낯설고 두려운 생각도 들었을 겁니다.

공개 강의는 콘텐츠가 훌륭해야 합니다. 콘텐츠의 수준이 곧 교수의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교수들이 그동안 절대적 시간, 공간을 통해 독점적인 교육이 이뤄졌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공개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또 다른 지식 활동의 산물입니다. 수준을 높여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콘텐츠에 설명만 더하는 것은 교수의 기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가르칠 때 레퍼런스(reference),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늘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만 했던 것이 실제로 빠르게 변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이러한 것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과거는 자율적 점진적 혁신,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

- 현 정부들어 교육부는 대학에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혁신은 곧 교육혁신인데 대학의 혁신방향에 대한 의견은.

혁신은 어느 시대나 늘 요구되어 왔습니다. 변화와 혁신은 특정 기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반에 걸쳐 꾸준히 이뤄져야 성과가 나타납니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AI 시대 도래에 따라 시대적 요구와 당위성이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자율적, 점진적 혁신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합니다. 기존의 방향을 180도 바꿔야 합니다. 우리사회 전체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기존에는 동쪽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서쪽이나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혁신입니다. 방향을 바꾸려면 정책적 수단이 필요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모두가 함께 바뀌어야 된다는 것을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각각의 자율성에 입각한 지속적인 방향 바꾸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얘기하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자칫 또 다른 획일화를 일으키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낳기도 합니다. 대학평가 기준이나 예산이 책정된 상태에서 결국 모든 대학이 같은 색을 내며, 같은 방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평균적으로 어떻게 바뀌는지도 중요하지만 조직 사회의 혁신적인 롤모델 구축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롤모델을 미국, 독일 등에서 찾고 있는데 왜 한국형 롤모델은 없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획일화된 혁신과 변화로는 롤모델을 만들지 못합니다.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학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카테고리 속에 전부를 넣어둔 채 평가를 한다면 평균치는 높아질지 모르나, 아주 빼어난 하나의 개별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대학총장은 큰형님 리더십 전체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 가져야"

- 대학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총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대학 총장도 학자형 총장, 관리형 총장, CEO형 총장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총장계서 생각하시는 오늘날 이상적인 총장상이라면.

과거 총장상은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해 왔습니다. 8년 동안 재직하면서 느낀 점은 코칭형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빠르게 분화되면서 대학 내 구성원도 다양해지고 업무도 전문적으로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교수의 역할도 과거의 단순한 가르침, 연구에서 벗어나 이제는 산학협력, 사회봉사, 국제관계 등의 영역으로 확장, 다양화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총장은 대학 운영에 대한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생 구성원, 예산, 시설 등이 있는데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 생각이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교수, 직원, 계약직 직원 등 다양한 그룹이 모여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학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큰형님 리더십처럼 코칭과 동시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을 지닌 총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새로운 총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후임 총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학 총장은 무엇보다 균형 감각이 중요합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함께 가지 못합니다. 앞에서 이끄는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뒤에서 밀어주는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구성원들 주장에 귀 기울여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결국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대학은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입니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참고, 견디면서 대학 운영을 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학을 다니고 있는 청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씀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IMF 시기에도 일명 ‘IMF 학번이 생겨나며 많은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더군요. 졸업생, 입학생 모두 불안한 마음을 갖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목표를 상실하고 좌절하기 쉽지만 그럼에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9월초 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퇴임 후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군 장교를 시작으로 42년 간 공무원 생활을 했습니다. 그동안 82, 73 정도로 일을 중시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반대의 비율로 개인과 가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습니다.

나머지 2~3 정도는 사회봉사에 쓸 생각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와 같은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부모로서, 선배로서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인 지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65세를 퇴임 시기로 정해두기 때문에 이후에는 스스로 의미를 찾고 위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떨지 싶습니다. ‘양 팔 가운데 한 팔은 다른 사람을 위해 써야한다는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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