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 없는 출항' 위태로운 공영형 사립대
'돛 없는 출항' 위태로운 공영형 사립대
  • 신효송 기자
  • 승인 2020.05.25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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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국정과제로 선정, 대학 재정 확보와 건전한 운영 '기대'
정부 출범 3년째 성과 없어…예산 95% 삭감에 좌초 위기
상지대·조선대·평택대, 관련 정책연구 수행…마지막 희망에 사활
상지대, 조선대, 평택대가 '공영형 사립대' 도입 의사를 밝히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소극적 지원으로 안정적 도입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이들 대학은 마지막 희망인 '정책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사진은 공영형사립대 도입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교육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공영형사립대 실증연구단이 지난 4월 10일 학교법인 이사회의 공공성 제고 방안 등을 토론하는 첫 공청회를 개최한 모습.
상지대, 조선대, 평택대가 '공영형 사립대' 도입 의사를 밝히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소극적 지원으로 안정적 도입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이들 대학은 마지막 희망인 '정책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사진은 공영형사립대 도입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교육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공영형사립대 실증연구단이 지난 4월 10일 학교법인 이사회의 공공성 제고 방안 등을 토론하는 첫 공청회를 개최한 모습.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상지대, 조선대, 평택대가 '공영형 사립대' 도입 의사를 밝히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소극적 지원으로 안정적 도입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이들 대학은 마지막 희망인 '정책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드시 실현' 약속한 공영형 사립대

공영형 사립대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일정한 운영비를 지원하고 운영을 공적으로 하는 사립대를 말한다. 영미를 비롯한 해외 선진국의 많은 사립대들이 취하고 있는 형태다. 국내에서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서서히 알려졌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학령인구감소와 대학교육 질 관리 차원에서 대학구조개혁은 일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지방 국립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사립대는 지역 내 반드시 필요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대학을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해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공영형 사립대를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고, 2019년부터 공영형 사립대를 선정, 대통령 임기 내 30개 이상을 육성할 것이라 밝혔다.

2019년 기준 교육부가 예시로 제시한 공영형 사립대의 기본 요건으로는 ▲이사 정수 1/3~1/2 이상을 공익이사로 구성(개방이사 포함) ▲설립자·임원 친인척의 개방이사 선임 제한, 이사장 친족 총장 임명 제한 ▲국립대 재정위원회에 준하는 재정·회계투명성 장치 필수 마련 ▲비리 임원 선임 제한 강화 및 외부회계감사 결과에 대해 매년도 감리 실시 ▲의사결정구조에 지자체·시민사회 인사 포함하는 거버넌스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예산 '0'에 시행 지지부진

이처럼 공영형 사립대는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 실현 의지가 확고했다. 그러나 목표로 한 2019년 공영형 사립대는 한 곳도 선정·육성되지 못했으며,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넘어선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2018년 교육부는 2019년 교육 예산 편성안을 통해 공영형 사립대 지원 예산으로 812억 원을 신규 책정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 우여곡절 끝에 '공영형 사립대 기획연구' 명목으로 1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수시배정 예산(예산이 확정돼도 예산배정을 유보한 상태)'으로 묶여, 전체의 5%인 5,000만 원만이 교육부에 배정됐다.

턱없이 낮은 예산에 대학 관계자들은 분노했다. 당시 공영형사립대학추진위원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대학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공영형 사립대 예산 삭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고등교육개혁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공영형 사립대학’ 예산을 전액 삭감한 기획재정부의 경악스러운 작태를 보며, 우리는 문재인정부에 고등교육혁신 의지가 있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 철학은 정책과 예산을 통해 드러나는 법이다.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고등교육 체제개편은 허사"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교육위원회 여영국 의원은 "공영형 사립대가 정부부처 엇박자로 2년째 예산 반영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공약실종으로 교육혁신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교육혁신 동력 상실은 정권 내부에서부터 교육혁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과 동시에 대통령이 직접 교육 현장과 대화하고 강력한 교육혁신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영형 사립대로 '도약' 꿈꾸는 상지대·조선대·평택대

정부의 미온적 대처와 별개로 공영형 사립대에 대한 대학들의 관심과 추진력은 폭발적이다. 공영형 사립대 출범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대학만 세 곳에 달한다.

상지대는 대학 정상화와 동시에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적극 추진한 대학이다. 구재단 중심의 파행적 운행을 마무리 지은 후 상지대와 상지영서대 통합을 추진했으며, 다음 단계로 공영형 사립대 전환에 들어갔다.

2019년 1월 토론회를 시작으로 공영형 사립대 전환에 대해 논의했으며, 지난 4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공영형 사립대 추진을 공식적으로 결의했다. 상지대는 올해 가을 건학 65주년 기념식에서 공영형 사립대학 출범식을 진행하며, 공영형 사립대학 연구팀이 추진 업무를 병행하기로 했다.

조선대는 4월 학교법인 이사회의 공공성 제고 방안을 토론하는 첫 공청회를 열고, 공영형 사립대 도입에 대해 적극 논의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조선대는 시민이 국가를 대신해 기금을 모아 설립한 민립대학이다. 공영형 사립대 도입은 민립대학 정체성에도 부합하고, '시민의 대학'으로서 공공성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달 열린 제5차 조선대 이사회 회의에서는 이사회를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조선대 측은 대학경영이 더욱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설명했다. 

평택대는 최근 공영형 사립대 도입 3호 주자로 새롭게 참여했다. 5월 한 달 동안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심포지엄을 열었으며, 정책협의회 회의를 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평택대 측은 교수, 직원, 학생들이 대학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견을 내줄 것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돛 없이 위태로운 출항', 정책연구가 한 줄기 희망

이처럼 3개 대학의 공영형 사립대 전환 의지는 확고하다. 특히 최근 몇 개월간 관련 논의 및 연구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이는 뒤늦게나마 지원에 나선 교육부의 영향도 있다.

교육부가 2019년 8월 대학혁신지원방안 발표 과정에서 책무성·특성화 기반의 '공영형 사립(전문)대'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 밝히고, 2020년 2월 상지대와 조선대, 4월 평택대를 '공영형 사립대 도입 실증 정책연구' 수행대학으로 선정했다. 기존 공영형 사립대 기획연구 예산 일부를 활용했으며, 대학당 1억 5,000만 원 씩 총 4억 5,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번 연구는 단순 연구가 아닌 대학 내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함으로써 공영형 사립대를 도입했을 때 나타나는 실질적 효과를 확인해보는게 특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연말 공개되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 재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인 상지대 방정균 교수는 "공영형 사립대 도입의 지연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해당 정책이 대학에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냐라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라며 "연구를 통해 해당 정책의 효과가 입증되면 공영형 사립대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명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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