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원이 푼돈이라고요?
400만 원이 푼돈이라고요?
  • 백두산 기자
  • 승인 2020.05.08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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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편집국 백두산 기자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등록금 400만 원 푼돈 가지고 왜 환불해 달라고 난리냐”

최근 모 대학 보직교수가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해 이같이 말해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대학 총학생회와 가진 등록금 관련 간담회에서 한 것으로 밝혀진 이 발언은 원 취지와 달리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보직교수가 해명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푼돈’과 ‘환불’이라는 단어가 학생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누구는 대학에 다니려고 대출을 받아 학비를 내고 생활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푼돈이라니 화가 난다”, “학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표했다.

그렇다면 400만 원이라는 돈이 ‘푼돈’이라는 말로 표현할 정도로 적은 돈일까? 물론, 소수의 고수익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쉽게 모을 수 있는 액수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2020년 최저시급인 8,590원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 일을 할 경우 한 달에 약 179만 5,000원을 벌 수 있다. 안 먹고, 안 써도 최소 두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액수가 400만 원이라는 돈이다.

더군다나 대학생들은 하루를 온전히 일하는 시간으로 쓸 수도 없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400만 원은 두 달이 아닌 그 이상의 시간을 쏟아야 얻을 수 있는 액수일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요인도 있다. 바로 월세와 아르바이트 자리 감소다. 대부분의 1학기 강의가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면서 학생들은 굳이 학교 근처에 머물 이유가 사라졌다. 그러나 학기 전 방을 계약한 탓에 다달이 월세는 나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되며 줄어든 일자리는 학생들의 생활비 압박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는 일견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생들은 교육을 구매한 소비자이고, 학교는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소비자로서 제공받은 서비스에 불만족을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달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99.2%의 학생이 2020년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대학들 또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학교 운영 자체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통해 이뤄질 뿐만 아니라 교직원 인건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방역활동과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면서도 많은 비용을 썼다.

외국인 유학생 숫자 급감도 대학에 큰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10여 년간 동결된 등록금과 입학금 감소 추세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은 학교 재정에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유학생이 줄면서 대학들은 재정에 큰 타격을 입었다.

대학과 학생의 갈등은 점점 더 격화되는 모양새다. 전대넷은 “5일 기준 서울대, 연세대 총학생회를 비롯해 29개 대학 학생회에서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이번 주 안에 관련 회의를 마치고 다음 주에 대학생 소송단 모집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생들도 그리고 대학도 모두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며 힘겨운 2020년 상반기를 보내고 있다. 그 어려움을 타개할 접점도, 입장의 간극을 좁힐 뾰족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등록금을 둘러싼 최근의 갈등을 중재해야 할 교육부는 발을 빼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등록금 반환은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대학에 어려운 과제를 떠 넘기는 모양새다. 

사회적 갈등이란 눈에 보이는 비용보다 보이지 않게 지출되는 비용이 많다고 한다. 눈 앞에 보이는 갈등 요소를 선제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좋은 해법이다. 교육부의 현명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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