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고우면’ 말고 ‘예의주시’
‘좌고우면’ 말고 ‘예의주시’
  • 이승환 기자
  • 승인 2020.04.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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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코로나19로 세계 각국 학교가 휴업 중인 가운데 덴마크가 지난 15일 초등학교 개학을 단행했다. 이어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5월 11일과 12일 초등학교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세 나라가 초·중·고 중 가장 연령대가 낮은 초등학생부터 등교를 시키는 이유는 우선 어린 아이일수록 부모 등의 도움 없이는 가정에서의 학습이 힘들고 온라인 수업에 따른 계층간 교육 불평등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등교해야 부모들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고 그래야 나라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

초등학생 학습권 보호 차원의 개학 결정은 어느정도 수긍하지만, 경제적 이유로의 초등학교 개학은 학부모 입장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프랑스는 24일 기준 확진자 수가 12만여 명으로 세계에서 여섯번째, 네덜란드는 3만 5천여명으로 열 네 번째로 많다. 덴마크는 비교적 방역에 성공했다곤 하지만 확진자가 8천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390여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많다.

자연 덴마크에서는 개학에 따른 반발이 이어지고 자녀 등교를 거부하는 부모도 상당수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반응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여명 내외를 유지하면서 국내에서도 초·중·고 등교개학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조금은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도 한 몫을 한다.

‘이 정도면 개학해도 되지 않겠어?’부터 ‘선진(?) 유럽도 개학했다던데’ ‘오늘도 온라인 수업은 먹통인데’라는 제목의 헤드라인이 언론을 장식한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등교개학은 안된다’ ‘학생 안전이 우선이다’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라’던 언론이 이제는 등교개학 못 시켜 안달이다. 그리고 그런 언론에 ‘시나브로’ 주도돼 버린 여론은 이제 또 다시 정부와 정치권에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실 지난 봄 내내 이어진 수 차례 초·중·고 개학 연기 발표나, 준비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시된 단계적 온라인 개학도 정부의 정책적 판단 보다는 여론에 의해 결정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는 사안마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라는 말을 수없이 했다.

한 표라도 더 얻어야 할 총선 정국에서 민심 눈치보기가 어느 정도 있었다손 치더라도 과연 교육당국이 보다 적확하고 냉철한 판단과 체계적인 준비를 거쳐 내놓은 방안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결국 그 때문에 ‘대책 미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3월 23일 싱가포르가 개학할 때, 국내 여론도 지금과 다를바가 없었다. ‘(우리도 잘 막고 있는데) 방역 선진국이 개학 했으니 우리도?’라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다행히 방역당국의 냉철한  기다림 덕분에 개학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싱가포르는 개학 이후 확진자가 급격히 늘자 2주만에 온라인 수업으로 되돌아섰지만 그 ‘아차’하는 순간 두툼할 거 같았던 방역 울타리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싱가포르의 확진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개학이 두 달 가까이 미뤄진 탓에 수험생들을 비롯한 학생과 학부모의 피로도가 극에 달해있다. 교육현장에서도 유사 이래 첫 온라인 수업에 대한 혼란이 여전하다.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맹위를 떨치는 바이러스가 학교 담장을 뛰어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이미 지난 2월 중순 ‘믿음’을 방패막이 삼았던 종교단체의 우(愚)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경험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유럽 각국의 개학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우리만의 ‘등교개학’ 시기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교육 당국이 언론과 여론에 휩쓸려 ‘좌고우면’하지 말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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