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경쟁률 하락 폭탄 맞은 지방대, ‘곡소리’
정시 경쟁률 하락 폭탄 맞은 지방대, ‘곡소리’
  • 백두산 기자
  • 승인 2020.01.03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점 국립대 일제히 하락…2018년 반등 후 꾸준한 감소세
지역 사립대 하락세 뚜렷…지난해 대비 경쟁률 반토막난 대학도
충원율에도 영향, 재정지원제한대학은 폐교로 이어질듯
텅 빈 대학박람회장 전경 (사진: 대학저널)
한산한 올해 대입정보박람회 현장 (사진: 대학저널)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지방 대학들의 위기가 실제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2020학년도 정시 모집 종료 후 발표된 경쟁률에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은 곤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방 거점 국립대는 물론이고, 지역 명문 사립대도 경쟁률 하락을 면치 못했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기에 지방 대학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2020학년도 수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수능 응시자가 전년 대비 4만 5,483명 감소해 48만 4,737명이 응시했다. 그나마 2020학년도 정시 모집은 재수생이 많아 경쟁률 하락 정도가 덜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2019학년도 불수능 여파로 2020학년도 수능 응시생 중 N수생이 13만 6,972명으로 전년 대비 7,000여 명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 다수가 올해에는 재수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해 대학들의 암울한 미래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1학년도 수능은 2015 교육과정이 반영되는 첫 수능으로 다소 변화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수학 가형에서는 기하가 제외되고, 수학 나형에서는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이 포함된다.

대학들의 위기는 경쟁률 하락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저널>이 지방 거점 국립대 9개교, 지방 사립대 64개교 2년치 정시 경쟁률을 직접 분석한 결과, 지방 대학들의 정시 경쟁률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2018년 영광은 어디로' 경쟁률 매년 하락 중인 거점 국립대

지방 거점 국립대 9개교의 경우 지난해 평균 경쟁률 4.43대 1에서 4.01대 1로 하락한 모습을 보였으며, 절반 이상의 대학이 3점대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8학년도 정시 경쟁률 5.06대 1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다. 뿐만 아니라 지방 거점 국립대의 정시 모집 인원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도 하락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2018학년도까지는 3점대 경쟁률을 기록한 거점 국립대가 거의 없었던 반면, 2019학년도 이후부터는 3점대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들이 늘어났다. 더불어 2020학년도는 9개 거점 대학 모두 경쟁률이 하락하면서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자료: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 '학령인구 감소 직격탄' 주요 사립대 경쟁률 급하락

지방의 명문이라 불리던 주요 사립대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몇몇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의 경쟁률이 하락했다. 대전대의 경우 경쟁률이 지난해 7.9대1에서 3.93대1로 반토막이 났다. 또한 상당수의 대학들이 경쟁률 3대 1에도 못 미치는 터라 학생 등록과정에서 충원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예견되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3점대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들이 20여 곳에 달한다는 것은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비춰봤을 때, 2021학년도 경쟁률은 그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먼 지역일수록 위기 대학이 많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경쟁률이 3대 1 이하인 대학들이 영·호남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의미는 서울과 먼 지역으로 학생들이 진학하기를 꺼려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특히, 경쟁률이 상승한 대학이 강원 지역에 몰려 있다는 것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더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한데 대학 숫자는 인구에 비해 훨씬 많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며 “그러나 대학 입장에서 학생 1명이 줄어들 때마다 대학 재정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섣불리 정원 조정을 할 수는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일부 대학은 사형선고' 내일을 알수 없는 재정지원 제한대학

재정지원 제한대학은 지난해 9월 발표된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 등급 중 하나로, 정원 감축과 더불어 국가장학금 지원이 제한되는 대학이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Ⅰ유형은 신·편입생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이 제한되고, 학자금 대출은 일반대출 50%가 제한된다. Ⅱ유형은 국가장학금 Ⅰ, Ⅱ, 장학금 대출 모두 100% 제한된다.

4년제 대학 중 재정지원 제한대학 Ⅰ유형은 가야대·금강대·김천대·예원예술대 등 4개교였으며, Ⅱ유형은 경주대·부산장신대·신경대·제주국제대·창신대·한국국제대·한려대 등 7개교다. 이들 대학들은 이번 2020학년도 정시 경쟁률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쟁률이 공개된 대학 중 창신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들이 3대 1 이하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미공개 대학들의 경우 대부분 미달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Ⅱ유형 대학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와 올해 경쟁률을 보면, 신경대를 제외한 한국국제대, 한려대는 경쟁률이 1 이하에 머물고 있다. 경주대, 부산장신대, 제주국제대 등 타 재정지원제한대학들은 경쟁률 자체를 공개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들 대학은 수시모집에서의 성과도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려대의 경우 올해 정시 충원인원이 132명으로, 정시모집인원 172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그만큼의 인원을 수시모집에서 선발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한국국제대는 올해 충원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402명 모집에 394명이 충원인원인 것을 보면, 올해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Ⅱ유형 정시 경쟁률 (자료: 대학저널)

문제는 이들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학 존폐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3년간 정부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된 탓에 신입생 유치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특성상 낮은 충원율은 최악의 경우 폐교로 이어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