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통합운영 ‘잰걸음’, 정부지원에는 ‘헛걸음’
대학들 통합운영 ‘잰걸음’, 정부지원에는 ‘헛걸음’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9.12.10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상대-경남과기대 대학통합 확정, 대학위기 시대에 경쟁력 높이는 방안
과거 통합 부작용 사례 없도록 대학 간 균형조절 필요…정부중재·지원도 절실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최근 대학가에는 국립대, 사립대 구분 없이 대학 간 통합 협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같은 대학위기시대에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서다. 그러나 통합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표하는 대학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곳곳 대학통합 움직임…소모적 경쟁 덜고 상생발전 보탬

경상대와 경남과기대는 10일 양 대학 간 통합협약을 체결했다. 2017년 연합대학 구축을 계기로 논의된 대학통합이 2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논의 초기에는 구성원들간 의견이 갈려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해 4월 구성원 조사에서 찬성이 과반을 넘으면서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간 통합관련 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학통합 추진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의견을 조율했으며, 10일 통합을 최종적으로 확정지었다.

경상대 이상경 총장, 경남과기대 김남경 총장은 “양 대학이 통합한다면 동일지역 내 국립대 간 불필요한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 통합시너지 효과 창출 및 상생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대학통합 협약을 토대로 앞으로 통합실행계획 마련을 위해 유사중복학과 통합 등 많은 현안과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원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경상대-경남과기대 간 통합추진위원회 회의 (사진: 경상대)
경상대-경남과기대 간 통합추진위원회 회의 (사진: 경상대)

이에 앞서 상지대와 상지영서대도 통합 상지대 출범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양교 통합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9월 2020학년도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통합형태 신입생을 모집했으며, 2020년 3월 통합 상지대를 출범할 계획이다.

안성에 위치한 한경대와 평택에 위치한 한국복지대도 4월 통합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대학은 통합추진을 위한 통합추진위 구성, 한국융합복지연구원 공동 설립, 교육과정 공동 개발, 교직원 교류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 공동 개발 등을 함께 하게 된다.

‘생존’ 위한 최선의 선택, 과거 통합성공 사례 상당

이렇듯 대학들이 앞 다퉈 통합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입학자원 감소 등으로 대학 생존을 위해 더 이상 통합을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대입 자원은 전년 대비 약 6만 명 정도 줄어드는 반면, 대학별 모집정원은 큰 변화가 없어 지방대학 기피현상이 가중될 것이란 입시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충남, 대전, 충북, 강원, 부산, 경북 등은 올해부터 지역 대학 모집인원 대비 고3 학생수 미달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기본역량진단과 같은 구조개혁평가도 대학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최하위 등급인 재정지원제한대학의 경우 정부사업 지원,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등이 제한된다. 정원감축도 대폭 이뤄진다. 여기에 2021년 시행 예정인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대대적인 정원감축이 예고된 상태다. 경쟁력 있고 특성화된 대학이라도 규모가 작거나 입학자원이 대거 줄면 최악의 경우 폐교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독자적인 생존이 어려워지면서 대학들이 생존전략으로 통합을 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대학통합에 성공한 강원대(삼척대와 통합), 부산대(밀양대와 통합), 인천대(인천전문대와 통합), 한국교통대(충주대+한국철도대간 통합)의 경우, 캠퍼스별 특성화 혹은 지역연계 전략을 펼침으로써 생존은 물론 경쟁력까지 한층 더 끌어올리기도 했다.

부산대는 캠퍼스 발전 특화 전략을 대대적으로 내세우는 대학이다. 밀양캠퍼스는 나노·바이오 특호캠퍼스로, 나노과학기술대학과 생명자원과학대학을 두고 있다. 생명공학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프라운호퍼 IGB와의 공동연구센터를 설립·운영 중이다. (사진: 부산대 홈페이지)
부산대는 캠퍼스 발전 특화 전략을 대대적으로 내세우는 대학이다. 밀양캠퍼스는 나노·바이오 특화캠퍼스로, 나노과학기술대학과 생명자원과학대학을 두고 있다. 생명공학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프라운호퍼 IGB와의 공동연구센터를 설립·운영 중이다. (사진: 부산대 홈페이지)

캠퍼스 불균형 등 부작용 무시 못해…고사위기 놓인 캠퍼스도

그러나 앞선 사례와 달리 대학통합으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수 존재한다.

과거 상주대였던 경북대 상주캠퍼스는 대학 통합 후 학생 수가 급감하고, 본교 중심으로 재정이 집행되는 등 운영 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주민들도 상주대 시절보다 교세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원룸과 숙박 등 지역거주가 감소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과거 여수대였던 전남대 여수캠퍼스도 통합 운영 후 입학정원, 전공이 대폭 감소해 고사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정원은 40%, 재학생 수는 33.5% 감소했으며, 전공 수 또한 38개에서 31개로 줄었다. 반면 전남대 광주캠퍼스는 입학정원 27% 감소, 재학생 수 7.5% 감소에 그쳤으며, 전공 수는 오히려 13개 전공이 증가했다. 

경북대-상주대 통합행사 (출처: 대학 홈페이지)
경북대-상주대 통합행사 (출처: 대학 홈페이지)

이러한 부작용들로 대학통합을 망설이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 경주대와 서라벌대는 지난해 통합계획을 세웠으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서라벌대 측이 흡수통합이 아닌 1대1 통합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통합이 무산됐다. 경상대와 경남과기대 또한 통합이 확정됐지만, 여전히 일부 구성원 간 의견대립이 남아있는 상태다. 

결국 대학통합 이후 부작용이 없으려면, 양 대학간 균형 잡힌 발전계획과 시행이 필요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거나 경쟁력이 약한 대학을 ‘흡수’가 아닌 ‘상생’을 목표로 키워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는 지역과의 연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국회교육위원회 임재훈 의원은 “여수시는 국가산단과 광양항이 위치해 있어 석유공학, 화학공업의 연구 중점대학으로의 육성과 해양·수산 산업, 해양 물류 등 특화 전공을 육성하기에 유리하다. 이 분야 특성화 대학으로의 육성만이 고사위기에 처한 여수캠퍼스를 활성화 시킬 수 있으며, 전남대와 여수캠퍼스, 그리고 여수 지역 사회 모두 win-win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훈 의원 (출처: 의원 홈페이지)
임재훈 의원 (출처: 의원 홈페이지)

대학통합에 정부는 뒷짐만…“안정적 재정확보 해달라”

대학통합은 폐교로 인한 구성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캠퍼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대학생존은 물론 경쟁력까지 높이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대학통합에 대한 정부와 관심과 지원은 요원하다.

지난해 서남대와 대구미래대가 폐교할 당시, 대학가에는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폐교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로 두 대학 모두 대학통합을 적극 추진했지만, 통합하는 대학과의 의견을 좁히지 못했거나, 정상화 계획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통합·인수계획이 반려돼 결국 무산됐다. 당시 서남대 평교수협의회 측은 “구성원들이 국가기관을 신뢰하고 정상화 절차를 기다려왔는데, 교육부는 모든 책임을 구성원에게 전가시키고, 대학을 폐쇄로 몰고 갔다”며 “서남대가 이 지경에 이른 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교육부에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이후 교육부는 ‘대학혁신 지원방안’을 통해 폐교대학 후속지원 및 자발적 퇴로는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대학통합 관련 정책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게다가 대학통합의 일환이라 볼수 있는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도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관심을 집중됐으나, 현재까지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대학총장까지 나서 정부차원에서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상경 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양 대학 통합관련 예산을 122억 8000만 원 요청했으나 50억 3000만 원이 삭감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총장은 “양 대학이 자발적인 노력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만큼, 향후 국립대 통합의 모범이 될 것”이라며 “통합 대학의 적정 규모 보장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필수적이다. 통합 대학 입학정원을 현행 양 대학 입학정원을 유지하거나 감축인원을 최소화해달라”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이상경 총장 (출처: 경상대)
국정감사에서 이상경 총장 (출처: 경상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