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못 버텨" 정부 족쇄 풀려는 대학들
"더 이상은 못 버텨" 정부 족쇄 풀려는 대학들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9.12.0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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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립대 내년 등록금 인상 결의, "11년 동결로 대학재정 황폐화"
"등록금 인상 없다" 교육부 선 그었지만 사태는 장기화…대학 납득할 정책 내놓아야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그간 정부 정책을 묵묵히 따랐던 대학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등록금 인상과 더불어 각종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기 시작한 것.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대학들의 입장이 확고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지난 11월 15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는 11년간 동결됐던 대학 등록금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사총협은 "장기간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대학재정이 황폐화됐고, 교육환경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교육 내실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정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할 것"이라 밝혔다. 개별 대학이 등록금 인상 추진을 공표한 적은 있지만, 대학전체가 등록금 인상을 결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 예산을 책임지는 전국 224개 대학 사무·총무·관리·재무처(국)장들도 사총협 결의 전인 11월 8일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을 폐지하고, 일반 재정지원을 확대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대학 등록금 동결, 인하에 따른 정부 재정지원은 상당 부분 국고 장학금 지원에 쓰이고 경상비 활용 재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은 대학이 반드시 투자해야 할 연구비, 도서 구입비, 실험실습비, 시설 개보수 등의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교육연구 환경의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매년 12월 말 경 내년도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대학들에게 통보한다.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한도 내 인상이 가능하다. 올해 인상 한도는 2.25%였다.

그러나 그간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유는 국가장학금 및 정부재정지원사업 제한 때문이다. 먼저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학 장학금의 상당수가 국가장학금으로 쓰이는 만큼 이러한 혜택이 사라지면 학생에게 피해가 가며, 대학 이미지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정부재정지원사업 또한 등록금 인상 시 사업 참여가 제한됐다. 전체 사업 규모로 따지면 1조 5000억 원이기에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2019년부터 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 등에서 등록금과 관련된 정책유도지표를 삭제했지만, 대학들은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닥치지 않을까 등록금을 쉽사리 올리지 못했다.

이렇듯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정부정책을 따랐던 대학들이 돌연 단체행동을 벌이는 것은 대학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다. 

실제로 대교협 자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2018년 기준 대학 등록금 수준은 국공립대는 2005년보다 낮고, 사립대는 2001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 1교당 연구비, 실험실습비, 기계기구매입비, 도서구입비도 6년새 10억 6000만 원 가량 감소했으며, 전체 사립대 R&D 예산 규모도 5,400억 원에서 4,400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입학금 폐지, 입시전형료 인하, 학령인구 감소, 강사법 시행,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악재까지 겹치면 제아무리 재정이 건실한 대학이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학들의 요구에도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교육부 측은 사총협 결의와 관련해 "정부의 등록금 부담 완화 노력에도 학생·학부모가 체감하는 등록금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등록금 동결 정책은 유지가 필요하다"며 고등교육 예산을 매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해소시킬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의 입장 발표에도 사총협은 등록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 외 대학들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각종 정책들의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은 고등교육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교육부 및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대정부 건의문에는 사실상 정원감축을 강제화하는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의 획일적 상대평가 폐지,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운용의 자율성 확대, 국가장학금Ⅱ 유형 참여조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확충이 필요하다는 정도만 정부에 건의해왔던 대교협이 정부의 정책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느때와 달리 대학들의 입장이 확고하다보니 교육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대학 전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만큼, 이들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대학들의 가장 큰 요구는 물가상승률 만큼의 등록금 인상이기에 이달 말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에서 이러한 점이 반영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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