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는 만들어 가는 것”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 나의 ‘길’ 찾길
“진로는 만들어 가는 것”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 나의 ‘길’ 찾길
  • 이승환 기자
  • 승인 2019.11.28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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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권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

융합․창의 외치면서도 과학교육 제자리걸음...
과학 한류 이끌 인재 육성 힘 쏟고 싶어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원자와 분자 그리고 생명의 근본이 되는 화학은 매혹적인 세상입니다. 연금술사들과 같은 생각이겠지만 과학의 근본을 생각하고 과학적인 해결방법을 제안해 줄 수 있는 화학이 어릴 적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직을 택한 것은 이러한 화학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희권 교사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명확한 정의가 가능한 과학, 특별히 화학을 공부하며 ‘재미’를 느꼈고 교직의 길에 들어섰다. 물론 부모님이 모두 교사였고, 아버지는 화학교사였기에 교사라는 직업과 화학이라는 학문이 낯설지 않았음도 교사를 택한 계기였다.

 

이희권 교사는 교직에 몸담은 후 30대에 교육청 파견교사로 근무했고 외국으로 건너가 필리핀 한국국제학교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귀국 후에는 충남과학고등학교를 거쳐 현재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에서 화학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교사로서 드문 다양한 경험. 공교롭게도 그의 교육 철학도 이와 맞닿아 있다.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자,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보자’라는 창의성은 세상의 많은 부분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수업 때도 학생들에게 본인의 생각(지식)으로 상황과 이유 그리고 해결방법을 발표해 보라고 강조합니다. 또 나를 보고, 옆을 보고 우리를 볼 수 있는 마음을 갖자고도 당부합니다.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학이, 화학이 해야할 일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그 길을 걷도록 돕는 것이 제 교육 목표라 생각합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영재교육 진흥법을 근거로 2015년 개교한 영재학교다. 과학관과 인문학적 소양교육을 기반으로 우수 과학인재 육성을 위해 문을 연 학교로 교육과정은 대학교처럼 학점제로 운영된다. 매년 20~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과학 영재라면 누구나 오고 싶은 학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개교 당시 부임해 5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곳 뿐 아니라 제가 근무했던 여러 학교의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성취도도 높고 성적도 우수하지만 다양한 경험 없이 (입시를 목표로) 성장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는 교육, 과학을 무기로 글로벌한 이슈를 만들 수 있는 영향력 있는 글로벌 과학인재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입시라는 단편적인 목표에 그치지 않고 인성 함양과 윤리의식 고취, 나아가 세계시민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지속가능발전 교육 등 역량 있는 사회 일원이 되려면 갖춰야 할 것들도 수업에 담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가 부단장을 맡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지원단(KSS)’ 또한 과학영재들이 보다 큰 무대에서 넓은 시야를 갖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그는 2003년 한국과학기술지원단 설립을 주도해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인텔의 도움으로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Intel ISEF’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학생들이 왜 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준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전 세계 80여 개국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대회에 한국 학생은 없었습니다. 이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한국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자는 생각으로 몇몇 분들과 마음을 모아 한국과학기술지원단을 설립하고 ‘한국과학프로젝트대회(KSEF)’를 개최했습니다.”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한국과학프로젝트대회’를 통해 선발된 40~50여 명의 학생들은 매년 열리는 10여 개 국제대회에 참가해 한국 학생들의 과학탐구능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 중에는 벤처사업가로 성공한 학생도 있고, 대학교에 다니며 대회 운영에 도움을 주는 제자들도 여럿 있다. 2018년에는 한국에서 40개국 600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방탄소년단 같은 스타 과학자가 배출돼야 학생 과학교육이 보다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융합, 첨단과학을 수없이 이야기하면서도 국내 과학대회는 여전히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에 그쳐 있어 아쉽습니다. 우수한 재원들이 있지만 과학교육은 몇 십 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기초학문 연구와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안타까움은 학생들과의 진로상담에서도 절실히 느낀다. 과학교육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우리 학생들은 진로 선택에 있어 수동적일 뿐 아니라 제 역량을 꽃 피울 기회조차 입시라는 울타리에 막혀 묻혀 버리고 만다.

“학생들에게 학교 보다는 교수님을 보고 진로를 택하라고 합니다만 부모님을 만나고 오면 금세 바뀌고 맙니다. 한편으로 이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학생들을) 기다려 줄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초·중·고 교육 어느 한 곳에서라도 삐걱거리거나 실패하면 우리 학생들은 그 실패를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자연 마음이 급한 부모님은 자녀의 진로에 관한 각본을 짜고 핸들링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 중 가장 고질적인 것이 바로 대학 입학을 종착지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어떤 걸 좋아하고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모릅니다. 몇몇 알고 있다 해도 사회적인 현실,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꿈을 실현시키지 못합니다. 때문에 소위 명문대를 가고 나면 인생 모든 목표를 이룬 듯 허탈해 하거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정착하지 못한 채 방황합니다. 때론 이기적이고 기고만장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런 교육이 올바른지 반성해봐야 합니다.”

게다가 잦은 입시제도 변화로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완벽한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대학입시와 대학 운영에 있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대학에는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 대학 교육에 투자하는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초·중·고 교육, 즉 국민 공통교육 부분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초·중·고 학생 1인당 실험재료비가 연간 700~900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어떻게 충실한 기초교육이 가능하겠냐는 반문도 덧붙였다.

그는 안팎으로 힘겨운 학교생활을 버티고 이겨내며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잘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혜안과 시간을 갖기 청했다.
“다른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 꼭 정답은 아닙니다. 자신이 만들어 가는 길이야말로 삶에 있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는 데 버거워 합니다. 우리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학생들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조급한 마음 덜어내고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우리 학교에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지원단을 통해 성장한 제자들이 한국의 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원으로 때론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국제 NGO 단체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다는 그는 앞으로도 학생들이 과학이라는 ‘툴’을 갖고 연구하고 발표하며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쏟겠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이 과학이라는 학문과 그에 따른 문화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은 장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아시아 전체로 확장시키겠다는 희망도 품고 있습니다. 과학 한류를 인정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우리 학생들입니다. 저희 교사들은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장소와 시간을 만들어 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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