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출신학교 차별금지를 주창하나?"
"그들은 왜 출신학교 차별금지를 주창하나?"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9.11.2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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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 간 출신학교 차별금지 국민운동 벌인 시민단체 화제…1만 8,000여 명 서명 받아내
학벌만능주의 부작용 속출…블라인드 채용 성과 높이려면 법 제정이 절실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11월 26일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서명지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16인 의원 전원에게 제출했다. 4년여에 걸친 법안 통과 운동이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이들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출신학교 차별금지를 주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저널>이 그간 단체의 발자취와 법안 제정의 중요성을 되짚어봤다.

4년여에 걸친 국민운동, 1만 8,000여 명 서명 받아내

사교육걱정의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는 정확히 3년 7개월 전인 2016년 4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사교육걱정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운동’을 출범했다. 같은해 5월 24일부터 전국 50여 개 지역 조직과 함께 거리 서명운동 및 온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운동 초기에는 '사회적 관습을 허무는 무모한 도전이다', '해봐야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라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묵묵히 활동에 전념했다. 서명운동 뿐 아니라 국회 앞 1인시위, 지역 공청회, 공공기관 채용비리 정보공개청구, 출신학교 차별사례 모집, 평등선언문 낭독, 국회토론회 등 관련활동을 꾸준히 벌이면서 출신학교 차별의 문제점을 꾸준히 알렸다.

그 결과 현재까지 시민 1만 8,000여 명의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서명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3년 7개월이라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얻어낸 의미 있는 결과라 볼 수 있다.

학벌만능주의 부작용 속출…문제는 '출신학교 차별'

왜 그들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주창하게 됐을까? 이는 학벌주의 사회에서 부당한 차별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사교육 실태조사를 하면서 '사교육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는데, 6년 연속 부동의 1위는 '취업 등에 있어 출신대학이 중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여기에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의 공식적인 채용 과정 속에서 위법적인 행태로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이 탈락이 예정된 SKY대 출신 지원생들에게 면접 점수를 조작해서 합격시킨 사건, 서울대병원이 간호사를 채용할 때 출신학교에 따른 등급표를 사용한 사실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신한은행, 홈앤쇼핑,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수출입은행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한양대 로스쿨 또한 입시에서 출신학교를 등급별로 나누고 점수를 차등 부과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제대로 된 감사가 불가능한 사기업까지 포함한다면 피해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 사교육걱정은 설명했다.

학벌만능주의 폐해의 끝은 죽음이었다. 지난 15일 수능을 마친 한 수험생은 시험 결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앞서 5월에 발생한 서울대 대학원생의 극단적 선택은 서울대 학부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내 따돌림을 받은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사회 학벌주의가 인간의 존엄까지 짓밟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이 깨부순 학벌만능주의에 대한 편견

'출신학교가 좋으니 일도 잘할 것이다' 현 사회에 통용되는 관습 가운데 하나다. 더 나아가 출신학교가 좋지 못하면 업무능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도 상당수 존재한다. 사교육걱정은 최근 의무화된 '블라인드 채용'을 보면, 일련의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하반기, 19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학력・학벌 차별 관행 철폐,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확대'의 일환으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공식 의무화했다.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블라인드 채용은 특권대물림 요소(구직자의 부모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와 편견적 요소(구직자의 출신지역, 혼인여부, 재산, 학력 및 출신학교 등)를 가리고, 기업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능력중심 사회로 향하는 의미있는 제도지만, 실제 현장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였다.

블라인드 채용 추진 2년 후인 2018년 11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한양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 후 명문대 출신 신입사원은 줄고, 지방대 출신 신입사원은 늘었으며, 또한 출신대학의 수도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무와 무관한 출신학교나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이 안착됨에 따라, 기업 또한 조기퇴직자 감소, 조직충성심 강화, 직무전문성 강화 등 인재 선발의 경제적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신입사원도 채용과정과 결과의 공정성 평가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으로 확대하려면 법 제정 절실…"국회가 힘 실어달라"   

이처럼 공공기관의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 성과는 출신학교 서열과 능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출신학교는 객관적 능력 지표가 아닌 간판이며 편견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라 사교육걱정은 평가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의 성공적 시행과 별개로 민간기업으로의 확대하려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학력과 출신학교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정책기본법이 존재하지만, 출신학교 등급제를 적용해도 사기업에 대한 처벌수위는 미미하다. 이를 근절할 수 있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는게 사교육걱정 측의 주장이자 목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채용 문화 확립을 목표로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교육부는 전반기 국정 과제 중간점검회에서 초・중등 교육 내실화하려면 학벌위주 사회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여론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법안은 6개에 이른다. 또한 학력과 출신학교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또한 8개나 발의돼 있다.

사교육걱정은 발의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출신학교로 지원자를 차별하는 관행이 사라져 공정한 선발 경쟁이 진행될 것이며, 우대받는 출신학교를 진학하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 또한 사라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교육걱정 송인수, 윤지희 공동대표는 "우리 단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여 간 가진 힘을 모두 쏟았다. 그러나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국회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 교육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책임이 무겁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국회는 4월을 기점으로 문을 닫게 된다. 이 법이 제정되지 못하면 국민과 함께 한 지금까지의 결실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며 "이제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린 시점에서 20대 국회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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