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권 책보다 더 커다란 책은 바로 ‘사람책’
수만 권 책보다 더 커다란 책은 바로 ‘사람책’
  • 이승환 기자
  • 승인 2019.11.08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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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도서관 경험...자유롭고 자발적인 독서인 만들어
예비․현직 교사의 도서관․독서교육 인식 전환 선행...사서 교사 충원도 탄력 받아
학도넷...연수와 다양한 프로그램, 조선족 학교 도서관 지원에도 나서

[ 책 읽는 학교, 학교도서관이 희망이다 ]

③ 인터뷰 – 김경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상임대표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은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이하 학도넷)는 학교도서관을 통한 평등교육과 문화운동을 실천하는 시민단체다. 평등한 독서환경을 추구하는 학부모와 학생, 사서교사와 출판계, 문화계, 일반시민 등 3,500여명의 회원을 둔 학도넷은 학교도서관운영자(교사, 사서, 학부모)를 위한 연수, 학교도서관 운영 우수 사례 나눔, ‘학교도서관 찾아가보기’ 캠페인 등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경숙 상임대표를 만나 학도넷 활동 전반에 대한 내용과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상임대표님 개인 소개를 부탁한다.

학도넷 김경숙 상임대표

1990년 초 ‘어린이도서연구회’에 참여하며 독서환경의 큰 벽을 봤다. 학교 현장은 독서 교육을 홀대해 왔다. 독서의 중요성은 외치지만 막상 독서교육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평가의 잣대만 들이대며 학부모들에게 그 몫을 떠넘겨 왔다.
그러다보니 학부모 저마다 형편에 따라 아이들 독서환경은 천차만별, 불평등했다. 책만큼은 누구나 평등하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했고 학교도서관으로 눈길을 돌렸다. 학교도서관이 살아나면 평등한 독서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1996년 학교도서관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학교도서관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9년 서울 난우초등학교 도서관을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만들고 운영하며 학교도서관에서 희망을 봤다.
2004년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학도넷) 창립과 함께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 독서운동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평등하고 풍성한 독서환경을 바랐던 학부모이고 시민이다.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이하 학도넷)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학도넷은 학교도서관을 통해 평등교육과 문화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다. 불평등한 교육현실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던 학생, 학부모, 교사, 사서(교사), 문헌정보학계, 출판계, 문화계와 일반시민들이 다 같이 모여 학교도서관을 통해서 평등한 독서환경을 만들어 책만큼이라도 차별 없이 누리게 하자는 목표로 2004년 3월 창립했다. 올해 15주년을 맞이했고 현재 일반시민 포함 3,5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학도넷의 2018년 여름 연수 모습
학도넷의 2018년 여름연수 모습

학도넷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공모하고 한 자리에 모여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좋은 사례를 발굴해 알리고 활동을 지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일환으로 ‘아름다운 학교도서관’ 명패와 ‘책읽어주는 의자’ 등을 제작, 전달하며 학교도서관의 활동과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학교도서관 운영자(교사, 사서, 학부모)를 위한 연수도 갖는다. 연수는 한마디로 참가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책’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도서관에 있는 수만 권 책보다 더 커다란 책으로서의 역할을 도서관 운영자들이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학도넷의 연수는 전국 각 교육청의 연수로 확장될 만큼 주목을 받는다.
‘만남과 바람’이라는 학생, 교사, 사서, 학부모 대상으로 문화기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 교사들이 책과 관련된 축제, 답사, 독서교실 등을 기획, 실행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자료를 지원하고 상담활동도 갖고 있다.

캠페인 뿐 아니라 도서관 관련 정책 제안과 입법을 위한 노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의 학교도서관에 배포되는 학도넷 소식지

학도넷은 다양한 캠페인사업도 진행한다. ‘학교도서관 찾아가보기’ 캠페인은 시민들 누구나 가까운 학교도서관을 찾아가 보자는 것이다. 찾아가보는 것 자체가 관심이고 관심이 활성화를 돕는다. 또한 ‘학교소식지 만들기’ 캠페인은 공모사업과도 연결된다.
학도넷은 초창기 학교도서관진흥법 제정을 위해 유관 단체와 함께 열심히 목소리를 냈다. 도서관이나 교사모임 등 단체들만의 힘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서관련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시의에 맞는 사안마다 연대한다.
아이들 책 읽기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던 ‘어린이 독서왕’ 같은 TV프로그램에 우려를 표하고 이를 막는데 앞장섰던 것처럼, 자유롭고 자발적이어야 할 독서를 경쟁으로 몰고 가려는 세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5년 전부터는 중국 조선족학교 도서관 담당교사 연수를 기획해 진행 중이다. 중국 동북3성 조선족학교들은 학교도서관을 통해 민족교육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강하다. 학도넷은 학교도서관 운영을 돕는 연수를 해마다 동북 3성을 직접 찾아 진행하거나 현지 교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를 열고 있다.

조선족학교 방문 연수
조선족학교 방문 연수

학교도서관이 학교 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학교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이 도서관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여 년 전 학교도서관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 아이들이 열에 아홉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열이면 열 모두 도서관을 경험할 수 있다. 가히 혁명적인 일이다.
행복한 도서관 경험이 자유롭고 자발적인 독서인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도서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회를 향해 당당히 도서관을 요구하고 그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교과연계수업, 탐구수업 등 학교도서관 고유영역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역할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학교도서관이 당면한 어려움도 많다.

학교도서관에 전문성과 권한을 갖춘 전문 인력, 전담 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서교사 충원은 지지부진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교사들부터 우선 변해야 한다.
교대와 사범대에 독서교육 관련 커리큘럼이 탄탄히 자리 잡혀야 한다. 교사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국어과 뿐 아니라 전체 교과 영역에서) 도서관과 연계한 수업을 대학에서부터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기존 교사들에게는 끊임없는 재교육, 특별히 도서관과 교과가 별개가 아님을 인식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이 담당 교과의 수업을 더욱 풍성히 할 수 있는 공간임을 인식하는 예비 교사와 현직 교사들이 많아진다면 자연 그들은 학교 도서관에 사서교사가 꼭 있어야 함을 인식할 것이다.
사서교사에 대한 요구도 현장 교사들이 유능한 사서교사의 지원과 협력을 받아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는 것이다. 경험이 우선하지 않은 인식 변화는 쉽지 않다. (사서교사를 늘리는) 이 일은 외부적인 요구보다 도서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내부적 요구가 있을 때 비로소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신분적인 한계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는 비정규직 사서들의 처우 개선 또한 필요하다. 학교 내부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사서가 소신을 지키며 도서관을 키워가기 어렵다. 도서관 운영자의 잦은 교체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지 않고 도서관 운영에도 비효율적이다.

책 읽는 사회, 책 읽는 학교 구현을 위한 조언을 준다면.

책과의 따뜻한 화해는 행복한 경험에서 시작된다. 책을 읽고 한없이 위로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책을 가슴에 품는다. 행복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책을 꼭 붙들고 있지 않아도 책이야말로 나의 든든한 지지자임을 안다. 평생을 사는 활력장치를 장착하는 것이다.
이제 책모임을 통한 함께 읽기로 책 읽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전국 초・중・고 1만 1,000여개 학교에 도서관이 열려 있다. 한 학교에 한 개의 책모임만 있어도 1만개가 넘는다. 교사 책모임, 학생 책모임, 학부모 책모임들이 움직이면서 수 만개의 책모임이 열리고 가정 책모임이 열리면 이웃 아이들을 품어주는 고마운 어른들이 생기고 또래문화가 살아날 것이다.

학도넷의 '만남과 바람' 프로그램
학도넷의 '만남과 바람' 프로그램

희망하는 미래의 학교도서관, 어떤 모습인지.

학교가 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폐쇄적인 생각들을 활짝 열어젖히고 학교장님들이 지역 어른으로 역할을 하면 어떨까. 아이들 교육이 학교 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광풍에 내몰린 학부모들도 마음을 좀 누그러뜨리고 아이들을 함께 품어주는 지역의 어른들도,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도 다 함께 따뜻한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고 안아줄 수 있는 공간이 학교라고 본다.
그 중심에 학교도서관이 있다. 소통의 공간, 만남의 공간,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풀어내는 공간, 이런저런 안 된다는 걸림돌을 내려놓고 이전의 시골학교 같은 공동체가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자리했으면 한다.

학도넷의 향후 활동 방향과 계획이 있다면.

지금까지 학교도서관을 통해 책과 도서관을 경험하는 장을 열었다면 앞으로는 더 주도적으로 책을 경험하고 스스로 탐구하는 자리가 되는 학교도서관을 만드는 데 힘 쏟을 계획이다.
학교도서관 관계자들을 넘어 온 국민이 도서관에 애정 어린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서관 회원 되기 운동’을 펼치고 인식 확장에 힘쓸 것이다.
지난 15년이 그랬듯 학도넷의 구체적인 활동은 앞으로도 변화를 거듭하겠지만, 근본적으로 학교도서관과 아이들이 중심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
우리 책 문화를 올곧게 세워 건강한 독서문화, 출판문화를 이끌 사서 집단이 생겨나도록 준비하겠다.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는 분들이 학도넷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고들 한다.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 교사와 사서, 학부모들에게 따뜻한 언덕이 되겠다고 늘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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