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늘리겠다" 대통령 발언에 계획 선회한 교육부
"정시 늘리겠다" 대통령 발언에 계획 선회한 교육부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9.10.22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회 연설에서 정시확대 처음으로 언급
교육부, 정시확대 포함해 11월에 개편안 발표 입장 밝혀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대통령이 대입 정시확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자 교육부가 부랴부랴 계획수정에 나섰다. 일각에선 대학에 엄격한 규정을 세워야만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시확대를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가장 가슴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정시확대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일 당·정·청 고위 인사들을 만나 "국민들은 현 입시제도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 대입제도를 재검토해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두 달 가까이 교육부를 중심으로 대입제도 개편안이 검토되고 있다. 개편의 중심은 정시가 아닌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9월 초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과 특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시확대보다 기존 학종 개선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교육부는 학종 비율과 특목고·자율형사립고 학생 선발 비율이 높은 대학 13곳에 대한 입시제도 실태조사를 추진 중이다. 불공정 여지가 있는 비교과 영역은 폐지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여론 반응은 좋지 못하다. 제아무리 학종을 고친다 해도 수능중심의 정시보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9월 조사한 '수시, 정시 대입제도에 대한 국민여론'에 따르면, 응답자의 63.2%가 정시가 더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출처: 리얼미터

학부모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9월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학종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평가항목이 존재하면 편법과 불공정 등의 문제가 있고, 반대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평가항목을 대폭 줄이면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으로 70% 이상 선발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어 학종의 문제점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치계도 마찬가지다.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공정성이 담보되는 정시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고교별 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및 특기적성 현황을 공개하며, 비교과 영역을 폐지해도 또다른 평가영역에 불공정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김병욱 의원은 “대학 입시에서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종이 공정하게 평가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정시를 확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의원이 공개한 고교별 세부능력 및 특기적성(세특) 현황 일부. 학교별 기재 비율에 큰 차이를 보인다. 비교과 영역 폐지 시 동일한 조건의 수험생이라도 세특 기재 여부에 따라 불공정시비가 발생될 수 있다. (출처: 김병욱 의원실)

국회 교육위원회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또한 21일 최고위원회에서 교육부가 정시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발표되자 교육부는 정시확대까지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유은혜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학종 공정성에 우선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사실상 기존 학종중심 개편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22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유은혜 장관. 이날까지도 교육부는 학종 중심의 대입제도 개편안 입장을 고수했다. (출처: 연합뉴스)
22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유은혜 장관. 이날까지도 교육부는 학종 중심의 대입제도 개편안 입장을 고수했다. (출처: 연합뉴스)

교육부 측은 "그간 학종 비율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며 "당정청 또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종 실태조사 결과 및 유관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11월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가 구상 중인 서울 소재 대학 중심 정시확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시확대를 권고했음에도 상당수 대학이 정시확대에 소극적이거나 편법을 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에 따르면,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정시모집 비율 30% 이상 확대가 권고된다.  발표 이전 확정된 2020학년도 대입 정시 비율은 22.7%였다.

그러나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비율은 고작 0.3% 늘어난 23.0%로 확정됐다. 남은 2022학년도에 정시 비율을 최소 7%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간 수험생, 학부모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 정시 비율을 매년 2~3% 수준으로 조정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대의 경우 정시 대신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을 늘려도 된다는 교육부 규정을 이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규정은 정시에서 충원이 어려울 수 있는 대학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규정이다. 

서울대 또한 정시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홍기현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조승래 의원의 정시확대 여부 질문에 "그럴 것 같지는 않다"며 이보다는 학종에서 면접을 강화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출처: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출처: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에 실질적인 정시확대 효과를 보려면 교육부가 대학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내 교과전형 30% 단서조항을 삭제하고, 사업 평가 시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축소 항목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