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 빨간불...해결책은 요원
대학 재정 빨간불...해결책은 요원
  • 이승환 기자
  • 승인 2019.10.10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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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 위기 가시화
교육 질 저하, 고등교육 근간 무너질 우려
“등록금 동결 및 규제 획기적으로 풀려야” 목소리 높아
대학 자체적인 재정 투명성 강화도 병행돼야
올해 9월 동부산대학교가 재정난을 이유로 자진 폐교 혹은 타 대학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동부산대와 같이 재정지원제한대학, 낮은 신입생 충원율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사진: 동부산대 전경)
대학 재정난의 최후는 폐교다. 올해 9월 동부산대학교가 재정난을 이유로 자진 폐교 혹은 타 대학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재정지원제한대학, 낮은 신입생 충원율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사진: 동부산대 전경)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올해 취임한 대학 총장들의 취임사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 ‘위기’, ‘난관’, ‘극복.’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행간에는 다양한 요인으로 대학이 맞닥뜨린 ‘재정 위기’가 스며있다. 취임 일성으로 난관 극복을 강조한 것은 바꿔 말해 체감 위기가 한계치에 다다랐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11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많은 대학이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재정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확실시되는 시나리오를 만나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재정 위기는 곧 국가의 미래 인재를 양성할 고등교육의 부실화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크지만 위기를 타개할 정책적 대안 마련은 요원하다.

등록금 동결 장기화...대학 재정 위기 갈수록 심해져

국내 대부분 대학은 재정 대부분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등록금 동결 장기화는 대학 재정 유지의 치명타다. 물가 상승에 따라 인건비 등 고정지출은 매년 증가하는데 수입은 10년 가까이 정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대학등록금이 10년간 동결, 인하돼 오는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2018년 기준 대학 등록금 수준은 국공립대학교는 2005년보다 낮고, 사립대학교는 2001년보다 낮다.

특히 정부의 경상비 운영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대의 경우 1교당 평균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이 반값등록금이 시작되기 전인 2011년 대비 2017년에 명목금액으로는 3.2%(2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금액으로는 오히려 5%(36억원)나 감소했다.

여기에 입학금 폐지와 입시전형료 인하 등도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행 효용성에 의문부호를 남기고 있는 강사법 시행, 주 52시간제에 따른 인력 부족, 최저임금 인상 등은 대학의 어깨를 짓누르는 난제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이 직면한 초대형 악재다. 2020년 대입 가능자원은 올해보다 4만 6,000여 명 줄어든 47만 9,376명. 대입정원인 49만 7,218명(2018년 기준)보다 1만 7,800여 명 적다.

현 대입정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24년에는 대입 가능자원이 12만여 명 줄어든 37만 3,470명이다.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 등록금으로 재정을 유지하는 대다수 사립대학 중 견뎌낼 수 있는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직격탄을 먼저 맞을 지방대학의 40%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 질 저하...고등교육 근간 흔들

대학 재정 위기는 단순히 많은 대학이 경영난으로 폐교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물리적 전망에 더해 교육의 질 저하로 고등교육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는 근본적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교협의 한 관계자는 "대학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위축은 대학교육의 질적 하락과 대학국제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국가경쟁력까지 동반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로 연구비, 실험실습비, 기계기구매입비, 도서구입비에서만도 사립대 1교당 평균 2011년 대비 2017년에 10억 6,000만원 가량 투자 감소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체 사립대의 R&D 예산 규모도 2011년에는 5,400억 가까이 됐지만 2017년에는 4,400여억 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발 빠른 변화에 맞춰 교육, 연구에 관한 투자가 대폭 늘어나야 하지만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대학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도 이에 편승해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IMD(국제경영개발연구원) 교육경쟁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교육경쟁력은 2011년 39위에서 2017년 53위로 14계단 하락했고 같은 기간 국가경쟁력 또한 22위에서 29위까지 떨어졌다.

WEF(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국가경쟁력 순위가 2011년 24위에서 2017년 26위로 하락하는 동안, 대학 시스템의 질은 55위에서 81위로, 고등교육 및 훈련은 17위에서 25위로 떨어졌다.

인재 양성과 학문 연구 최일선에 있는 교수, 교직원 처우도 악화일로다. 최근 국회 교육위 임재훈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의 ‘학교별 교원 급여현황’에 따르면, 사립대 교수의 임금이 국공립대에 처음 추월당했다.

재정 위기가 심한 대다수 사립대가 교수 임금을 줄여온 결과다. 사립대는 임금 지출을 덜기 위해 정교수 비율을 줄이고 무기계약직 형태인 저임금 비정년계열 교원을 늘리고 있다. 고육지책이다.

시설이 노후화된 데다 예산도 부족하고 처우도 개선되지 못하다보니 능력 있는 교수진의 영입도 쉽지 않다. 오히려 해외로의 고급인재 유출이 기정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과 국내 연구 활성화라는 대학의 존립 의미 자체가 송두리째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혁신 지원방안에 등록금 규제 해소 언급 없어...‘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도 시행 요원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른 등록금 동결은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인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오히려 등록금 동결이 장기간 지속되며 대학 교육의 질과 이에 따른 대학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 각종 장학금 혜택이 줄어들고 학습 환경 또한 열악해지고 있다.

대학에서는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 관련 대학이 처한 위기를 검토하고 관련 규제를 풀어줄 것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하지만 지난 8월 6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혁신 지원방안’에는 등록금 인상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등록금 인상이 어려울 때의 차선책 개념으로 대학 측이 꾸준히 요구해 온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교부금법) 시행도 요원하다.

초·중등교육 재원을 위해 걷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처럼 대학에도 교부금을 골고루 지원하자는 교부금법은 18대 국회 이후 19대, 20대까지 매 국회 때마다 입법,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입법과 함께 「사립대학 지원 특례법」을 제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사진: 사총협)

대교협 관계자는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성을 확보하고, 교육의 질 제고를 통한 대학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 단기적으로는 고등교육예산 확보를 통해 대학 재정의 한계상황을 극복하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전했다.

대다수 대학이 마주한 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재정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등록금 규제가 획기적으로 풀려야 한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수도권 모 대학 기획처장은 <대학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위기를 벗어나고자 모아둔 적립금까지 사용하고 있고 몇몇 대학은 적립금 조차 바닥나는 상황"이라며 "등록금 규제 해소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각종 대학평가 등을 통해 대학의 자율적인 활동을 제약하다 이제 와서 학령인구가 줄자 '자율적'이라는 이름 아래 재정 위기 극복의 책임을 대학에만 떠 넘기고 있다"며 "대학이 겪는 총체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등록금 규제 완화와 고등교육 예산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을 통해 대학들이 교육환경 개선과 연구 활성화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본질적인 역할인 학문연구에 구성원들이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 재정 투명성 강화 등 대학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등록금 인상이 매번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는 것은 일부 사립대의 방만한 재정 운영과 사학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도 이유가 있다. 일부 대학에 국한된 사례지만 여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학 수입 구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2017년 기준 사립대의 수입 구조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3.1%. 등록금 동결의 타격이 큰 것도 이에 기인하므로 등록금 외 수입원을 모색하는 노력도 대학 차원에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대학 익명의 한 관계자는 "국내 많은 대학이 지난 수십년 간 설립, 운영돼 왔고 이는 어느 나라 못지 않게 탄탄하게 구축된 양질의 교육 인프라"라며 "고등교육 인프라가 등록금 동결이라는 인위적 조치와 학령인구 감소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대학 고등교육의 앞날을 내다보는 정책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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