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대학비리·갑질에 의원들 "자정노력 필요"
여전한 대학비리·갑질에 의원들 "자정노력 필요"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9.10.07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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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서 사학문제 쏟아져…자산 부정이용, 교수갑질, 성적비리 등 다양
전체 76.2% 대학 내 감사조직 없고 징계수위도 낮아…"대학차원 개선 움직임 필요"
교육부의 운영 방만도 문제…"현장 목소리 듣고 '교피아' 문제 해결해야"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사진: 연합뉴스)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에서 대학관련 비리와 갑질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대학의 제식구 감싸기, 교육부의 쇄신 없이는 비리근절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 나누고, 자산 옮기고…대학비리 만연

2016년 기준 4년제 사립대 수입총액 대비 등록금 수입 비율은 54.0%다. 국가지원금을 제외하면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이처럼 대학 재정의 대부분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투명한 운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양상을 띄고 있다.

박용진 의원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년간 전국 339개 사립대에서 총 4,528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비리 규모는 약 4,177억 원으로 지난해 공개된 사립유치원 비리 규모 382억 원의 약 5.5배에 이른다.

이 중 고려대의 경우 약 4년간 3억 3000만 원의 교비를 활용해 교직원들에게 순금을 나눠줬으며, 연세대는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기금을 교직원 가계생활 안정 지원 명목으로 110억 원 이상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여영국 의원

학교 자산을 소리소문 없이 옮긴 사건도 있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영국 의원이 입수한 교육부의 백석예술대 관련 수사의뢰서에 따르면, 해당 대학의 건물·토지가 3자간 교환으로 종교재단에 넘겨진 사실이 밝혀졌다.

학교법인 서울백석학원이 법인 운영 백석예술대 건물과 토지를 학교법인 백석대학교와 교환했으며, 이를 교육부 관련부서가 허가하면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 유지재단에 최종이전됐다. 학교 자산이 종교재단 자산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교육부는 관계자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의뢰를 요청한 상태다.

특히 교육부 담당부서가 3자간 자산이동 문제점을 알면서도 허가를 내줬다는 점에서 사립대-교육부-종교재단 '3각 비리사슬'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건 당시 백석예술대 총장과 학사부총장이 전직 교육부 관료였으며, 학사부총장은 과거 교육부 담당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승래 의원

국공립대 또한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조승래 의원이 공개한 한국연구재단 '연구비 부정사용 및 횡령 현황'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발생한 연구 용도외 사용건 95건 가운데 연구자 소속이 국공립 대학인 경우가 57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가장 많이 적발된 대학은 경상대로 총 7건, 그 다음으로 전북대, 목포대(이상 6건), 경북대, 부경대(이상 5건) 등이었다.

교수 갑질에 학생들 '눈물'…학점도 내 자녀는 A+

2015년 모 대학 교수의 대학원생 폭행 및 인분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럼에도 대학 내 갑질문제는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교육부 갑질신고센터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작년 하반기 신고건수는 총 81건이며, 이 가운데 대학이 35건(62.9%)으로 가장 많았다.

박용진 의원은 국감에서 서울 소재 명문대 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악용,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침해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교수는 대학원생에게 자녀의 개인과외를 지시했고, 자신의 사적인 행사에 지도학생을 동원했다. 또한 대학원생들에게 미국 유학 중인 자신의 딸로부터 유료 영어발음 수업을 듣도록 유도했다.

제자의 논문을 베껴 학회에 게재한 교수들도 있었다. 여영국 의원에 따르면, 모 국립대 교수 2명은 여러차례 지도제자의 논문을 베껴 학회지에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경미 의원

숙명여고 사태와 같은 자녀성적 관련 비리는 대학가에도 만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경미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 '교수-자녀 간 수강 및 성적부여 등 학사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84개 대학 가운데 163개 대학에서 교수와 자녀가 함께 재직 또는 재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수 583명은 자녀 599명과 같은 학과에 소속돼 있었다. 이 가운데 부모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은 376명으로 전체의 62.8%를 차지했다. 타 학과에 재직 중인 부모 교수의 수업을 들은 자녀도 262명에 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부정행위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한 사례로 모 대학 교수의 아들은 아버지의 수업을 총 7과목 듣고 전과목 A+를 받았다. 딸은 총 8과목을 들었으며, 1개를 제외하고 모두 A+를 받았다. 딸의 평균학점은 아버지 수업을 제외하면 3.4점에 불과했다. 이 교수의 자녀들은 전과 후에도 계속 아버지의 수업을 들었으며, 동일과목을 중복 수강하는 형태로 A+를 받았다.

대학들, 비리근절 노력 부족…낮은 징계 수위도 문제

이처럼 대학을 둘러싼 각종 비리와 부정행위는 장소와 대상만 바뀌었을뿐 매년 비슷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의원들은 대학들의 제식구 감싸기와 자정노력이 부족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박찬대 의원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이 2018년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에서 교수가 직계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은 139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학 자체조사를 통해 연구부정으로 판정된 논문은 전체의 7%인 9건에 불과했다. 특히 당시 서울대 등 3개 대학은 교육부 자체검증 요청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자체 조사결과조차 내놓지 않았다. 박 의원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며 대학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대학 내 감사조직 미비도 문제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내부 감사 전담조직이 없는 곳은 전체의 76.2%로 나타났다. 또한 예산 1,000억 원 이상 대학의 50%, 입학정원 2,000명 이상 대학의 48.1%가 감사 전담조직이 미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의원은 "소규모 모임에도 내부감사가 있는 마당에 대한민국 유력 대학들이 내부감사조직을 운영하지 않는 건 큰 문제"라며 "정부가 매년 사립대에 7조 원의 재정지원을 하는데,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대학 자체 감사기관 설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자체 징계 수위가 낮은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서 교수와 자녀가 동일한 대학에 다닌 사례에서 총 5개 학교, 13건의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하지만 주의, 경고와 같은 낮은 수준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 10건에 달했다. 서울 소재 명문대 교수의 갑질사건도 교수 감봉 2개월 처분에 그쳤다.

이마저도 정부 기관의 조정 과정에서 징계가 약화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박경미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최근 5년간 징계 감면 현황'에 따르면, 156건의 감면견 가운데 대학이 50건(30.2%)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소청 제도를 통해 원징계보다 최종 징계를 감면받은 사실이 적지 않았다.

모 대학 교수는 총장이 해외여행 승인을 불허했음에도 무단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학생에게 장학금 출처를 속여 자신의 계좌로 이체를 요구한 행위를 저질렀다. 대학은 해당 교수를 해임 처분했지만, 소청 심사를 거쳐 정직 3월로 감면받았다. 해외여행은 학사일정에 피해를 주지 않았고, 장학금 편취는 30만 원으로 소액인데다 1회에 그쳤다는 점이 참작된 것이다. 박경미 의원은 "위원회가 비위행위를 한 일부 교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봉 2개월에 그친 명문대 교수 갑질사건도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징계서류 미진을 이유로 징계를 취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박용진 의원은 "대학과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용기를 무색하게 만들고, 갑질 문화를 바로 잡는데 오히려 방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의원들 "비리근절 위해 교육부도 쇄신해야"

의원들은 대학비리에 교육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영국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 갑질선고센터 운영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센터에 접수된 147건 중 조사 중인 건수가 71건이며 이 가운데 6개월이 넘도록 조사 중인 사건은 3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 여성차별 발언 등 단순사건들도 포함돼 있어 교육부가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 의원은 "신고건수도 점차 줄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현장에서의 '을의 눈물'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출신 관료들이 일선 대학에 재취업하는 일명 '교피아'도 뿌리 뽑아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찬열 의원

국회 교육위원회 이찬열 위원장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49명의 교육부 출신 사립대 교원이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많았으며, 이 가운데 16명은 퇴직 이튿날 바로 재취업이 이뤄졌다.

이 위원장은 "교육부 출신 관료는 전문성과 경험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인맥을 활용해 정부 감사의 방패막이가 되거나 로비 창구 등으로 전락해 ‘양날의 칼’이 될 우려가 크다"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매서운 만큼, 더욱 엄격한 취업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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