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은 모든 이의 ‘중심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도서관’은 모든 이의 ‘중심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 이승환 기자
  • 승인 2019.09.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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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학교, 학교도서관이 희망이다 ]

인터뷰 허병두 숭문고 교사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1987년 국어교사로 교단에 선 허병두 교사는 2년 후 모교인 숭문고로 자리를 옮겼다. 학교 도서관과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그때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책을 즐겨 읽었고 ‘수학의 정석’ 보단 수학사나 수학자의 전기가 눈에 먼저 들어올 정도로 책을 가까이했던 그는 학교 도서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부임 후 창고처럼 방치돼 있던 도서관 문을 다시 열었다. 도서반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며 책과 씨름했다. 학교 도서관이 차츰 본 모습을 갖췄다.

“학교 도서관이 없었다면 교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들 정도로 제게 언제나 영감과 에너지를 줬습니다. 보람도 컸고요. 줄곧 어떻게 학교 도서관을 활성화시킬까 고민했고 같은 고민을 가진 여러 교사들과 마음을 모아 결성한 것이 바로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www.readread.or.kr)’입니다.”

‘책따세’는 1998년 결성됐다. 2007년에는 ‘바람직한 읽기 쓰기 문화 정립’을 목표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출범, 오늘에 이르고 있다. 후원회원만 180여명. 그는 올 2월까지 이사장을 맡으며 후원금을 내고 봉사해 왔다. 책따세는 학교 도서관 활성화라는 결성 당시 목표를 바탕으로 책과 관련한 새롭고 다양한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책따세' 홈페이지

청소년을 위한 ‘푸른도서관’ 설립 추진, ‘저작권 기부운동’, ‘책쓰기 교육’, ‘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독서 봉사’ 등이 그것이다. 2013년에는 회원과 후원자 출자로 서울 신촌역 근처에 카페 ‘더나더나’를 열었다. 매주 금요일이면 책따세 회원들은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다.

“‘누구나 책을 많이 읽도록 해보자’는 소박한 바람으로 책을 매개로 한 활동을 끊임없이 시도했습니다. 막장에서 탄을 캔다는 생각이었는데 많은 이의 도움으로 금맥도 발견했죠. 우리 학교에서 시작한 ‘책쓰기 교육’은 ‘책따세’로 외연을 넓혔고 ‘책따세’의 저작권기부운동의 녹음봉사 활동에서 동기를 찾아 숭모고의 학생 봉사활동인 ‘따봉’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책 읽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책 쓰기’를 통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허 교사는 교사나 학부모가 먼저 솔선해 독서가 얼마나 재밌는지 학생들에게 몸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지론이다.

“교사가 책에 머리를 묻고 복도를 지나는 모습을 보면 분명 학생 두세 명은 ‘무슨 책을 저리 열심히 읽지?’ 호기심을 갖습니다. 무슨 책? 어떤 내용? 묻기도 하죠. 심지어 책을 숨기기라도 하면 궁금증은 더 커지죠. 그렇게 시작합니다. 몇몇은 그 책을 찾아 꼭 읽습니다.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책을 펴고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스스로 잘 해내는 게 우리 아이들입니다. 필독도서를 억지로 정해 읽기를 강요하고 논술 연습한다고 글을 쓰도록 시키면 시험은 잘 볼지 몰라도 거기서 한계에 부닥칩니다. 시험을 위한 글쓰기일 뿐 창의적 글쓰기, 자발적 독서는 절대 될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책 쓰기 교육을 한다고 하자 학부모들이 난색을 표한 적도 있었다. 문제 하나 더 풀어도 모자랄 시간에 책을 쓰라고 하니 입시가 최우선인 요즘 풍토에선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아이가 바뀌어 가는 것을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부모였다. 책상에 앉아있기도 싫어하던, 글쓰기도 못하던 아이가 새벽 서너 시까지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더 학습하게 되고 그런 자발적인 필기와 사고가 발전을 이끈다. 허 교사는 ‘둔필승총’, 둔한 필기가 총명함을 이긴다고 단언한다.

학교 도서관도 마찬가지. 수만 권의 장서, 값진 책들을 꽂아 놓는 것으로 학교 도서관이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줄곧 ‘학교의 심장’, ‘우주의 영원한 자궁’이라며 학교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도서관 또한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탈바꿈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 숭문고 학생들은 학교 교정 곳곳에 좋은 글이나 시, 책의 내용을 필사해 걸어뒀다. 교정을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다.

“숭문고 교정 내 메타쉐콰이어길 곳곳에 학생들이 필사한 이육사의 시를 나무에 걸어놓았습니다. 이육사의 시와 함께하는 메타쉐콰이어길이 된 것입니다. 학교도서관의 확장입니다. 나아가 메타쉐콰이어가 궁금한 학생이 모바일로 나무를 스캔하면 학교도서관에 비치된 식물도감의 내용을 모바일로 바로 찾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합니다. 학교 도서관에는 그 학교에서 가장 좋은 PC와 기자재가 들어와야 하고 거기에 더해 그 기기들을 활용할 소프트웨어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 스마트합니다.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도서관 진화에 힘써야 합니다. 사물인터넷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데 학교도서관은 여전히 종이책,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됩니다. 학교 도서관은 학교의 모든 이, 나아가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만드는 ‘중심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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