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냐, 학종 손질이냐' 고민 커진 교육부
'정시 확대냐, 학종 손질이냐' 고민 커진 교육부
  • 신효송 기자
  • 승인 2019.09.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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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자녀 논란에 대통령 "대입제도 재검토 지시"…4일 이후 논의 계획
국민 상당수 '정시 확대' 선호, 교육부는 '학종 손질' 기조…의견 갈려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입시 논란이 대입제도 공정성으로까지 번지자, 대통령까지 제도의 불공정성을 언급해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정시 확대'가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적용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진 자에게 열린 전형, '입학사정관제'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당·정·청 고위 인사들을 만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입시제도를 여러 차례 개선해왔지만,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앞서 조국 후보자의 자녀 A씨는 고교, 대학, 의학전문대학 모두 별도 시험 없이 입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핵심은 대입 준비과정에서 두 차례 대학 연구에 참여해 인턴활동, 논문 작성, 학술대회 발표 등의 스펙을 쌓았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고려대가 운영한 입학사정관제인 세계선도인재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함이었다.

2007년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등에 담긴 학생의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다. 성적보다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고 선발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비교과활동 특히 '대외활동' 영역의 제약이 없다보니, 당시 A씨와 같은 스펙쌓기가 성행했다. 대학 연구인턴, 해외유학 등 일반 학생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활동이 대입에 반영될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고소득층, 고위층 자녀에게는 상대적으로 길이 열려있었기에 제도의 불공정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대외활동 배제한 학종으로 개편했지만 불공정성 여전

이후 입학사정관제는 2013년 정부 '대입 간소화 정책'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개편됐다. 학종에서는 기존 입학사정관제와 달리 인턴활동, 수상경력 등을 기재할 수 없게 됐다. 열풍이었던 외부 스펙쌓기는 사그러들었지만, 이번에는 교내활동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김해영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내수상 작성지침을 위반한 고교가 2017년에만 197개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자료를 보면 2017년 고교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상위 5명의 상장 수 합계가 총 수상자 수를 넘어서는 등 일부 학생의 독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소서와 면접 등이 중요해지면서 이를 지도해주는 입시컨설팅 학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전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입시컨설팅학원은 2018년 기준 248개로 5년새 4.9배 늘어났다. 서울 강남, 서초 학원가의 경우 진학지도 한 달 동안 600만 원의 컨설팅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7년 송기석 전 의원이 교육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 대학 61개교를 조사한 결과, 11개 대학이 학종 서류 심사와 면접에서 부모 직업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결국 교내수상 몰아주기, 고액 컨설팅, 부모 직업 등 입학사정관제에서 문제가 된 공정성 문제가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학종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염동열 의원(자유한국당)과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이 학부모 30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전체의 84%가 학종을 불공정한 전형으로 꼽을 정도다.

국민들의 염원은 '정시 확대'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정시모집 비율이 70%를 넘었던 2000년대 초반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지난 5월 한 대입제도 토론회에서 중부대 교육학과 안선회 교수는 "학종은 사교육비 증가 유발과 대입선발의 공정성, 신뢰성, 평등성을 무너뜨렸다"라며 "수능 위주 정시전형 비중을 최대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수시·정시 대학신입생 모집 비중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시를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53.2%로 집계됐다. 2018년 진학사가 고3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68.0%가 '정시가 공정하다'라고 응답했다.

2018년 진행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논의과정에서도 정시확대 분위기가 만연했다. 당시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이해관계자, 전문가, 일반 시민들과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의제1인 '정시확대·수능 상대평가 유지'가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바 있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의제 선정 당시

정시 확대 가능성 낮아…제도개편도 2024년 이후 가능할 듯

이처럼 학종 공정성 논란이 지속되고 정시확대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향후 대입제도 개편이 정시확대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 고교학점제 추진과 같은 대통령 교육 핵심공약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확정될 당시, 일부 시민단체는 결정에 반발했다. 공론화위원회가 밝힌 의제1의 경우 '정시 45% 이상 선발'이 담겨있었는데, 교육부가 결정한 비율은 30%였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측은 "이미 상위권 대학 정시비율이 대부분 25% 전후인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들도 정시확대에 소극적이다. 4월에 발표된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현 고2 대상 대입에서의 정시모집 선발 비율은 전체의 23.0%로 확정됐다. 전년 대비 상승비율은 0.3%p에 불과하다. 교육부 정시비율 권고에 맞추려면 연간 3~4%를 늘려야 하는데, 2021학년도 상승비율이 높지 않아, 2022학년도에는 정시 비율을 최소 7%p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심지어 일부 대학은 정시비율을 높이는 대신,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리는 편법을 이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육부도 정시를 대폭 늘리는 것보다 학종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서 학종 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사항을 발표했다. ▲인적사항 내 학부모 정보 삭제 ▲수상경력 및 동아리활동 개수 제한 ▲자소서 문항 축소 및 단순화 ▲자소서 대필·허위 시 입학 취소 등이 주된 내용이다. 

교육부는 3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현장안착을 위해 노력 중이며, 최근 학종 투명성 및 공정성과 관련해 제도적 개선사항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를 시작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 계획이라 했지만, 현재로선 정시확대 관련 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개편시기도 문제다. 이미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확정된 상황에서 제도를 손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입시제도는 입학년도 4년 전에 공표해야 하기 때문에, 빨라도 2024학년도에나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교육부 한상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귀국한 이후인 4일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이미 큰 틀의 계획이 나온 2022학년도 대입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은 단순히 대입만 손본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고등학교 교육까지 다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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