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수시논술 분석
한국외대 수시논술 분석
  • 대학저널
  • 승인 2010.05.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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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 한국외국어대 수시2학기 논제

이 달의 집중 분석 대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2009학년도 수시2학기 논제이다. 대입 논술고사에서 영어제시문을 사용하는 용감한 결정을 내려 수험생들과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논제다. 대입 논술의 지형에 상당한 균열을 불러 일으키면서, 통합교과형 논술의 새로운 확장을 시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논제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타 대학들에서도 주의 깊게 살펴보았을 것이다. 영어 제시문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수험생, 학부모들의 반감이 거세면 영어 제시문 카드를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밀쳐둘 것이고,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면 영어 실력 검증의 유력한 수단으로 필요시 사용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한국외대는 학교의 특수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영어 제시문을 시험적으로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학교측은“우리 대학 논술 출제 시스템이 이제 정착 단계에 접어들어, 논술로 우수한 학생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외대는 수시2차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면서 논술 100%로 시험을 치렀다. 2000년대 초,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이전의 대입 수시 논술에 사용되었던 장문의 영어 제시문들과 비교할 때, 최근 한국외대가 연거푸 선보인 논제들의 영어 제시문은 분량도 길지 않고(100~150 단어 수준), 난이도도 그리 높진 않다. 학교측은 현재 고등학교 1~2학년 교과과정에 준하는 정도라고 말하는데, 실제와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영어제시문 없이 정교하게 가다듬어 온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틀에 영어 실력 변별이라는 또 하나의 특수 목적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최근 2년간 한국외대에서 생산한 논제들을 상대 비교하면, 논제의 난이도가 균일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2009학년도 수시2-1(서울-인문) 논제의 경우,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아마도 변별력이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카이론의 논술 캠프
<여러 개의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라>


어떤 문제, 사건, 현상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강구할 때, 늘 가져야 할 것이 분석 대상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 자세이다. 사건과 현상의 여러측면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이(로빈슨이라고 하자)가 비오는 밤에 가로등이 흐린 길 건너편 가게에 담배를 사러가다가, 음주를 하고 운전하던 존스씨의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났다고 하자. 이 사고의 원인은 무어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몇 개의 원인을 찾아내려는 치밀한 사고가 필요하다. 로빈슨의 흡연욕구도 말할 수 있을게고, 그 날의 기상상태도 문제겠고, 음주운전의 위험성도 놓쳐선 안 되겠지. 가로등 불빛의 조도나, 가로등 숫자의 부족, 차량 제동장치의 성능 저하 문제도 또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원인만 찾아내고 만족하는 안일한 태도를 가져선 안 된다는 말이다. 다음엔 이 원인들을 우연적인 것들과 합리적인 것 들로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연적인 원인들은 유효한 일반화를 통해, 미래에 유사한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교훈을 끌어낼 수 없는 것들 이기에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음주 교통사고를 피하기 위해선, 흡연을 해선 안 된다거나 비 오는 밤에는 담배를 사러가선 안 된다고 말해선 안 되지 않겠니? 합리적인 원인이란 유효한 일반화를 통해, 비슷한 조건하에서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원인을 말하는 것이다.

교통량이나, 주택단지의 규모에 비해, 가로등 숫자가 부족하다거나, 건널목 신호등이 없다는 점, 음주운전의 위험성, 자동차 정기 점검제도의 미비 등을 사건의 진정한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E.H.카의『역사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이야기다) 논술고사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도 이러해야 한다. 다각도의 접근자세로 다양한 측면을 고찰한 후 여러 개의 논거를 추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논거들에 대한 엄격한 비판을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논거를 다시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지. 명심하길 바란다.

이달의 미션
아래 논제를 읽고 논술문을 작성해보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논술고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적당한 변별력을 가진 문제이다. 제시문의 전체 분량이 길어서 2회에 걸쳐 해설을 진행할 예정이니 반드시 다음 호 해설도 함께 읽기 바란다.

[문제 1]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요지를 바탕으로 <제시문 A>와 <제시문 B>에 나타난 현상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500자 내외)

논제 해설
<제시문 A>는 문화접변(acculturation), 즉 문화동화(cultural assimilation)와 문화융합(cultural fusion)에 대한 설명 자료로 고등학교 사회 또는 사회문화 교과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어 지문이다. <제시문 B>는 혼합물과 화합물에 대한 설명 자료로 과학 교과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지문이다. 이 문제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형적인 비교 논제이다. 비교의 핵심 요소가 바로 유사점(공통점)과 차이점이다. 이런 유형의 문제에 대처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내용의 유사점에만 주목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서로 상이한 맥락에서, 상이한 주제에 대해 서술하는 글들인 만큼 내용의 관련성만이 아니라, 관점, 시각의 측면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논제가“<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요지를 바탕으로 서술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므로, 논지의 구성상 가벼운 제시문 요약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명료하게 유사점을 서술하고, 마지막에 차이점을 밝혀주는 순서가 바람직하겠다. 이렇게 3부분으로 논지를 구성한다면 각각의 분량은 어느 정도가 좋을지 미리 생각해 두어야겠지.

<제시문 A>는 문화접변을 문화동화와 문화융합이라는 두 하위개념으로 분류하여 서술하고 있고, <제시문 B>는 혼합물과 화합물의 특성을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각각의 두 개념들을 일대일로 짝지워설명하려면 곤란하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만약 문화융합의 특성이 화합물의 특성과 같다면, 문화동화와 혼합물이 같은 성격으로 묶일 수 있어야 하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용상의 유사점을 넘어서서 다른 각도의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어떤 유사점을 추출할 수 있을까? 나열해보자.

각각의 주제를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면 모두, 어떤 것들의‘섞임 현상’이란 것을 지적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섞임 현상을 크게 두 개의 하위 개념들로 분류해서 서술하는 것도 비슷한 접근방식을 보여준다고 할수 있겠다. 두 개의 사물이 섞여, 제 3의 것이 만들어지는 현상도 두 제시문 모두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차이점에 대해 찾아보자. <제시문 A>의 문화는 사회 현상임에 반해, < 제시문 B>의 혼합물, 화합물은 자연 현상이란 점이 크게 구별될 수 있겠지? 두 사물이 섞인 결과물이 원래의 요소나 성분으로 분리되거나, 원래 형태로 환원될 수 있는가 여부에서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겠다. ‘두 사물의 결합과정에서 힘의 우열, 상하관계가 존재하는가’ 혹은‘두 사물간 영향력의 차이가 있는가’여부에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겠지. 자신의 답안을 위에서 설명한 유사점과 차이점과 비교해보렴.

< 우수 답안 1 >
<제시문 A>는 문화접변을 문화동화와 문화융합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그리고 <제시문B>는 순수한 성분으로 환원시킬 수 있는 방법을 기준으로 화합물과 혼합물을 달리 설명하였다. <제시문 A> 와 <제시문 B>가 보여주는 이런 현상들에는 상당한 유사점과 차이점들이 엿보인다. 먼저 <제시문 A>와 <제시문 B>가 설명하는 현상들은 모두, 둘 이상의 개체가 만나 변화가 일어났다는 유사점을 지닌다. 또한 <제시문 A>의 제 3의 문화로의 변화와 <제시문 B>의 화합물의 변화 양상이 유사하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전혀 다른 물이 된 것처럼, 문화들이 만나 제3의 문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시문 A>에 나타난 현상은 <제시문 B>의 현상과 같이 원래대로 환원될 수 없다. 문화는 서로 만나 변화되면서 그 변화가 어떠한 유형이든 양쪽 모두를 변화시킨다. 그러므로 이미 변화된 두 문화를 예전과 같은 독자적인 문화로 분리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시문B>의 현상이 환원 가능한 것은, 화합물로의 변화와 혼합물로의 변화 모두 결합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화합물의 원자와 같은 각 개체의
본래 속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 평가
논지의 구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글이다. 절제된 호흡으로 논지를 다루는 감각이 매우 좋은 인상을 준다. 논제의 요구에 제시문에 근거하여 분명하게 응답하고 있다. 특히 유사점 서술이 간결하고 정확했다.
핵심적인 차이점도 잘 지적하고 있다. 차이점을 하나 정도 더 지적할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다.

< 우수 답안 2 >
<제시문 A>는 문화접변이라는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문화접변은 두 가지로 나타낼 수 있는데, 먼저 하위의 문화가 지배적인 문화로 통합되는 문화동화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문화와 외부로부터 유입된 문화가결합해 새로운 문화로 재창조되는 문화융합이다.
<제시문 B>는 혼합물과 화합물을 설명하고 있다. 혼합물은 균일 혹은 불균일로 구분되는데 이것들은 모두 물리적 방법으로 구성성분의 변화없이 분리가 가능하다. 반면 화합물은 둘 이상의 원소 원자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순물질인데, 혼합물과 달리 화학적 방법에 의해서만 성분 분리가 가능하다.
<제시문 A>와 <제시문 B>는 모두 섞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두 제시문의 섞임은 모두 새로운 특징을 나타내는 섞임 현상이 존재한다. 반면, <제시문 A>와 <제시문 B>는 몇 가지의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첫째로 섞임의 주체가 문화와 물질로 각기 다르다. 또한 <제시문 A>는 섞임 후에 분리가 불가능하지만, <제시문 B>의 혼합물과 화합물은 섞임 후에도 분리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A>에 등장하는, 접촉 하는 두 문화들 중엔 우월한 문화가 있는 반면 <제시문 B>의 혼합물과 화합물 개념에서는 우월성을 논할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 평가
치밀한 독해능력이 잘 드러나는 좋은 글이다. 구성면에선 다소 안일했으나 마지막 단락 서술내용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 구성면에서 볼 때, 요약이 차지하는 분량이 길었다. 유사점과 차이점 서술과정에서도 제시문 내용이 언급되므로 자칫 논지가 중복될 위험도 있으며, 요약보다 더 중요한 유사점과 차이점 서술지면이 부족해질 수 있기에 요약을 압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면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단락에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다각도로 짚어내고 있는 것이 이 글의 강점이다.

< 감점 사례 1 >
 

<제시문 A>와 <제시문 B>는 서로 관련이 없는 듯 보이지만, 두 지문은 대상과 대상의 조합형태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시문 A>는 문화동화와 문화융합이라는 문화접변의 두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 B>에서는 과학적 측면에서 혼합물, 화합물, 그리고 그 둘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시문 A>에서 문화동화는 A와 B가 있을 경우, A나 B가 나머지 하나에 흡수되는 것이라 설명한다. 반면 문화융합은 A와 B가 결합하면 C라는 새로운 문화가 생기는 것이라 한다. 이는 제시문 B의 혼합물, 화합물의 특성에 각각 상응한다. 혼합물은 순물질들이 원래의 성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시 원래의 상태로 분리 가능한 반면, 화합물은 기존의 순물질의 성질과는 완전히 다르며, 화학적 방법으로서만 환원 가능하다.이러한 면에서 두 현상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①그러나 <제시문 B>와 같은 화학적 개념에서는 혼합과 분리가 가능하지만, 문화는 하나의 추상적 개념이므로 분리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는 큰 차이가 있다. 문화는 인간의 삶과 환경으로 된 복잡한 사회현상이므로, 결합과 분리가 정확한 과학적 사고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 평가
논지의 구성과 전개가 자연스러우며, 논제의 요구에도 부합한다. 대체로 ①을 제외하면 약점이 없는 좋은 글이다. 그러나 ①의 실수가 컸다. 성급한 독해로 감점을 당했다. 문화동화 현상을 혼합물의 결합 현상과 유사하다는 판단이 불합리한 해석으로 감점을 유발한다. 대개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차이점을 하나만 지적하는데 그치고 있다. 복수의 논거를 발견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감점 사례 2 >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사회에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의 정착은 한 나라와 또 다른 나라와의 통합을 필요로 한다. ①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곁에서 흔히 보이는 여러 혼합물이나 화합물 역시 두 개 이상의 원소가 합쳐져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문화와 혼합물, 화합물은 두 가지 이상의 것이 합쳐져야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
반면 두 제시문에 나오는 현상간의 차이점도 있다. 문화는 한 번 정착되어 깊은 뿌리를 내리면 본래의 문화를 찾기가 힘들다. 그러나 혼합물과 화합물은 물리적, 화학적 방법을 통해 본래의 원소를 그대로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문화는 서구문화가 유입되면, 서구 방식대로, 아시아문화가 유입되면 아시아 방식대로 문화에 차이가 생긴다.② 그러나 혼합물, 화합물은 구성요소가 항상 같기 때문에 그 형태에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다.

<<< 평가
이 답안은 모호한 문장 표현의 약점을 보여준다. ①, ②의 실수가 컸다. ①“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사회에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의 정착은 한 나라와 또 다른 나라와의 통합을 필요로 한다”라는 주장은 논리적인 진술이 아니며, 불필요한 서론성 글이라는 인상도 준다. ②“문화는 서구문화가 유입되면, 서구 방식 대로, 아시아문화가 유입되면 아시아 방식대로 문화에 차이가 생긴다” 는 표현은 자신의 의도를 명료하게 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유사점을 명료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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