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학교 차별이 존재하는 한 능력중심 사회는 먼 얘기"
"출신학교 차별이 존재하는 한 능력중심 사회는 먼 얘기"
  • 신영경 기자
  • 승인 2019.06.14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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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편집국 신영경 기자

[대학저널 신영경 기자] 소위 지방대학 출신의 성공담은 뜨거운 화젯거리로 떠오른다. ‘지방대 출신 OO 탄생’, ‘지방대 출신 한계 극복한 OO씨’ 등으로 조명을 받는 식이다. 이는 지방대학 출신자가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속에서 성공을 거두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된다. 

출신학교에 대한 차별은 입시와 채용, 승진 과정 등 사회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장 유무에 따른 차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9.3%가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최근 서울의 유명 법학전문대학원은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출신대학·학과에 따라 단계별로 차등 점수를 부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기업의 채용현장에서도 출신학교 차별 관행은 여전하다. 필터링 컷 제도로 특정 대학 출신을 우대하거나 지방대학 출신자를 평가에서 배제하는 등 부당한 차별 사례들이 수차례 반복돼 왔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학벌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는 ‘능력보다 학벌’이 중요하다는 관념이 깊게 박혀있다. 문제는 출신학교를 능력이라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대학 서열화를 과열시키고 차별을 낳는다는 것이다.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는 한 능력중심 사회는 머나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출신학교 차별은 곧 지방대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은 대부분 운영이 부실하고 비리가 많다는 편견이 지방대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방대학이라서 부실하다는 의견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지방대학 출신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잘못된 선입견이라는 입장이다.

2017년 카카오 개발자 신입 공채 결과는 학벌이 곧 능력이라는 기존의 사회 통념을 완전히 뒤집으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카카오 신입직원 첫 블라인드 공채 결과, 국내 대학 합격자 10명 중 4명이 비서울권 소재 대학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능력 위주로 채용을 진행하니 출신학교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정부 역시 학벌로 인한 차별을 없애고 능력 중심 사회를 만들고자 ‘블라인드 채용’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출신학교 차별 관행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왜곡된 학벌주의와 뿌리 깊은 대학 서열화로 인한 폐해다. 출신학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 학력과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학력과 출신학교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학력·학벌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사용자가 모집과 채용, 임금 지급, 교육, 훈련, 승진 등에서 학력과 출신학교를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합리적인 기준 이상의 학력·학벌을 요구할 수도 없도록 규정한다.

김 의원은 "현재 우리 사회는 학력과 학벌이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기능하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학력·학벌에 따른 차별은 개인의 특성을 도외시하고, 지나친 경쟁으로 과열돼 사회 구성원의 심리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과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등 학력·스펙을 배제하는 것이 일부 명문대 출신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지방대 출신을 위한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에 그친다면, 역차별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핵심은 ‘자리’ 제공이 아닌 ‘기회’의 문을 여는 것이다. 출신학교 차별로 인해 기회가 박탈되는 일이 없도록 공정한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능력중심 사회,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야만 실현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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