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급감에도 정부‧대학 위기의식 부족
학령인구 급감에도 정부‧대학 위기의식 부족
  • 백두산 기자
  • 승인 2019.05.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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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심화→학령인구 감소로 문제 고착화…통계청 "10년새 학령인구 180만 감소"
정부는 대학 자구책만 강조…대학들 "정원 감축 더디고 폐교 대책 부족" 성토
(사진: 교육부)
유은혜 교육부총리 (사진: 교육부)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출생아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만큼 정부와 대학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출생아 수 감소가 학령인구 감소로까지 번져 10년 후에는 학령인구 약 180만 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와 대학 모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교육 관계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내년 학령인구 700만 선 붕괴…대학 직접 타격 '불가피'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2017-2067년)’에 따르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교육인구(이하 학령인구)는 올해까지 가까스로 800만 명대를 유지했으나 당장 내년인 2020년부터 7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통계청이 장래인구특별추계를 통해 예측한 바에 따르면 2025년에는 학령인구가 597만 명, 2033년에는 500만 명 선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 감소를 막는 출산율도 속수무책이다. 지난 29일 통계청이 공개한 '2019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3월 출생아는 2만 7100명으로 1981년 월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적었다. 또한 출생아 수는 36개월째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바로 대학이다. 대학의 위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는 바로 고교 학령인구다. 2017년 171만 5000명을 기록한 고교 학령인구는 2018년 157만 4000명, 2019년 145만 4000명으로 해마다 10만 명 이상씩 줄어들면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학령인구 (자료: 통계청)

특히 직접적인 ‘대입 자원’으로 분류되는 고3 학생 수는 매년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 고3 학생 수는 57만 661명으로 2018학년도 기준 대학 입학 정원 50만 6286명(일반대학 31만 3233명, 전문대학 16만 8014명)을 가까스로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고3 학생 수는 50만 6286명, 내년에는 47만 812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부터는 대입 정원이 고3 학생 수보다 많은 ‘대입 역전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대학들의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또다른 통계도 있다. 바로 대학 진학률이다. 2008년 83.8%를 기록한 이후 10년째 대학 진학률은 감소하고 있다. 2018년 대학 진학률은 69.7%로 10년 사이 약 15%가 줄어들었다. 즉 고3 학생 수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많다 해도 진학률에 따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만일 내년 대학 진학률이 다소 올라 70%가 된다 하더라도 고3 학생 47만 812명 중 14만 1244명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대학 정원 48만 3000명 중 15만 명을 채울 수 없다는 뜻이다.

2008~2018년 국내 대학 진학률

정부 "대학 스스로 혁신해야" vs 대학 "정부 대처 안일해…폐교 대책도 미진"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져감에도 정부와 대학의 대책 수립은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교육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대학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대학이 자기 혁신방안을 스스로 만드는 게 우선 필요하다”며 대학 내부에서의 해결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추계했던 것보다 인구 급감의 위기상황을 수년 내 대응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범정부 부처 간 TF를 구성, 논의를 시작했고, 교육부도 논의를 시작해 6월 말까지 1차 방향과 대안을 부처별로 종합 발표할 예정이며, 학제 개편‧교사양성과 수급체계‧폐교대학 대책 등은 연말까지 대책을 마련,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은 이미 교육부가 지난해 2021학년도까지 38개 대학이 폐교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며 교육부의 이러한 조치는 한 발 늦었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나 대학 모두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너무 늦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 2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의 ‘역량강화형(Ⅱ유형)’ 대학 선정을 통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사업 선정을 통한 정원 감축은 약 3000명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느리다는 것.

교육부는 지난 2013년부터 학생 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지만,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문을 닫은 대학은 16곳 뿐이다. 또한 정부가 강제로 대학 문을 닫게 하거나 부실 대학들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게 유도하는 법안도 미비한 상태다.

"이미 시작된 '대입 역전현상'…'폭탄돌리기' 멈춰야"

대학들 역시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교원 임금을 삭감하거나 긴축재정을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일부 학교의 경우 건물을 매물을 내놓거나 다른 대학에 매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대학들의 위기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조되고 있다.

한 사립대 예산 담당자는 “최근 정부의 압박으로 입학금 마저 폐지하면서 대학들이 재정적인 부담이 한층 커졌다”며 “시간강사 대신 초빙 교원을 늘리거나 외국인 유학생을 늘리는 등 대학들도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가 나서야만 대학들의 퇴로가 마련된다며 법의 개정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한 사립대 총장은 “폐교 위기에 몰린 대학들은 학교 부지나 시설을 현금화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부동산을 처리하지 못하면 교수를 비롯한 교직원들의 월급들을 줄 수가 없을뿐만 아니라 부지는 방치되고, 구성원들은 보상받을 길이 막히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학의 현 상황에 대해 한 사립대 교수는 “폭탄 돌리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대학의 대다수는 학생 수가 줄면 재정에 당장 큰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정원 감축을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언젠가 터질 ‘폭탄’을 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와 대학 양쪽을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대학 모두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빠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이미 학령인구와 대학 진학률을 고려했을 때 ‘대입 역전현상’은 이미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즉 당장 내년부터라도 폐교를 고민해야 하는 대학들이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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