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업무용 휴대전화' 지급 계획에 실효성 논란
교사 '업무용 휴대전화' 지급 계획에 실효성 논란
  • 임지연 기자
  • 승인 2019.05.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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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육청, 교권침해 대책으로 시범사업…예산낭비, 소통단절 등 부작용 우려
교사들 "학부모들 인식개선, 근무시간 내 효율적인 소통방안 선행돼야"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최근 일부 교육청이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거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비공개하기로 하는 등 ‘근무 시간 외’ 교사 부담 덜기와 사생활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한편으론 예산낭비와 소통단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보다는 '학부모들의 인식개선', '근무시간 내 효율적 소통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교육청, 업무용 휴대전화 지급·투넘버 서비스 등
교사 교권침해 해결 위한 대안 제시

지난 21일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3000여 학급을 선정, 담임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근무시간 중에는 학부모 상담 등에 활용하고 이후 학교에 보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경남도교육청·충남도교육청은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번호를 제공하는 ‘투넘버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도내 학교에 공문을 보내 교사들의 개인 전화번호 공개를 제한할 필요성과 법적 근거를 안내해 개인 번호 공개를 원치 않으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교육청이 대책을 마련하게 된 것은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사들은 업무시간 외 학부모들의 민원·상담 전화가 와 휴식에 방해를 받고 있으며, 개인번호와 연동된 SNS를 통해 사생활이 노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된 통계도 존재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지난 2일 ‘2018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 건수가 총 501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이후 3년 연속 사례 건수가 500건을 넘어서는 등 여전히 만연한 교권침해 현실을 보여준 것으로, 2008년(249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여 심각성을 체감하게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례 건수의 주체가 학부모인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이었다. 사례 건수를 주체별로 분석해보니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43건(48.50%)으로 가장 많았으며, 학부모들의 반복·지속적인 악성 민원과 협박, 허위사실 유포, 민·형사 소송 남발 등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교사들에게 주고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최근 1~2년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이 87.4%에 달해 역대 최고로 나타났으며,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에 대해서는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55.5%)를 1순위로 들었다.

‘2018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 조사 결과

교사들 "업무시간 외 전화하지 않도록 인식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

학부모들도 그동안 조사된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초등교장회는 지난 27일 소속 교장들을 대상으로 교원업무용 휴대전화 지원과 학교민원처리시스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5%가 업무용 휴대전화 지원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교사의 사생활 보장(55.6%) ▲휴대폰으로 인한 교권침해 방지(31.9%) ▲교원의 근무환경개선(6.9%) 등이 이유다.

하지만 업무용 휴대전화 지원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35.6%로 나타났다. 이들은 예산낭비를 가장 큰 이유(36.2%)로 들었다. 이외에도 긴급상황 대처 곤란(31.9%), 학부모와 소통단절(12.8%) 등을 이유로 꼽았다.

교사들 역시 업무시간 외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업무시간에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급한 일이 아니면 업무시간 외에 전화를 하지 않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업무용 휴대전화를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하나의 휴대전화로 두 개의 번호를 쓰는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해 실제 그렇게 업무를 보는 교사도 몇몇 봤다. 하지만 교사와의 유대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나 맞벌이 부모 같은 경우, 업무시간 외에 전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학부모가 원한다면 업무시간 외에도 전화는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꼭 필요한 사안이 아니면 업무시간 외에 전화하지 않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며 “업무시간에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업무시간 외 전화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과 관련된 일이 모두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도 긴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업무시간 내에도 교사와 연락이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한 대안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이 배포한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 개정판
서울시교육청이 배포한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 개정판

교육청 "교사들 목소리 듣고 합리적 대안 마련할 것"

교육 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조만간 교사로 구성된 ‘교육활동 보장 정책기획단’에서 의견을 수렴해 방과 후나 현장학습 등 사례별로 효율적인 비상연락망 구축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내년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부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부모 의견도 들어 정책을 보완한다는 것.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 전화 때문에 고충을 겪는 교사들을 위한 대응 매뉴얼을 제작했다. 지난 27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시내 초·중·고교에 배포한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 개정판에는 ‘교육활동 침해 예방 자료’를 포함해 학교 현장에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대상 교육활동 침해 예방교육이 가능하도록 구성했으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약속(가이드라인)’ 추가해 학교 규칙 또는 생활협약의 제·개정 작업에 활용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사안이 발생했을 시 처리 절차 및 대응 요령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져 있다. 또한 교사들에게 교육활동 침해를 하는 학부모와는 시간을 정해 학교에서 면담하도록 했으며, 그래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학교가 나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학부모의 개인 연락을 차단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0월 17일부터 시행되는 교원지위법 개정 내용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가 혼란 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울학생의 학습권·교원의 교육권·학부모의 교육 참여권이 상호 존중되고 보장될 수 있는 인권친화적인 학교 문화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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