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글꼴 소송에 교사들 '한숨'
무차별 글꼴 소송에 교사들 '한숨'
  • 백두산 기자
  • 승인 2019.05.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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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들, 글꼴업체로부터 줄줄이 소송…정부·교육청 대책마련에 분주
교사들 "저작권 중요하나 방식 지나쳐"…공용글꼴 도입 등 해결책 마련돼야
지난 22일 경남교육청은 초‧중‧고 교원 및 교육전문직원을 대상으로 창신대 대강당에서 ‘학교교육을 위한 저작권 이해 교육’을 실시했다. (사진: 경남교육청 제공)
지난 22일 경남교육청은 초‧중‧고 교원 및 교육전문직원을 대상으로 창신대 대강당에서 ‘학교교육을 위한 저작권 이해 교육’을 실시했다. (사진: 경남교육청 제공)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글꼴(폰트)’ 저작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최근 송사를 겪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특히 글꼴 파일을 사용해 작성한 자료에 대한 소송이 인쇄 및 배포를 넘어 인터넷 게시물까지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글꼴 중 하나인 ‘윤서체’를 제작한 디자인 업체 윤디자인은 각 사립학교 법인에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윤서체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사용금액을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업체는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에도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진행했으며, 1심에서 서울시교육청이 2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항소했다.

사진, 책, 영상, 음악 등과 같이 글꼴 또한 무료제공이 아닌 글꼴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에게 일정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다.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 사람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고, 만든 사람, 즉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글꼴’ 저작권과 관련한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최신 분쟁 사례를 반영해 ‘글꼴 파일 저작권 바로 알기’ 안내서를 개정, 배포했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최신 분쟁 사례를 반영해 ‘글꼴 파일 저작권 바로 알기’ 안내서를 개정, 배포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최신 분쟁 사례를 반영해 ‘글꼴 파일 저작권 바로 알기’ 안내서를 개정, 배포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추가된 주요 사례는 ▲인쇄용 글꼴(폰트)을 사용해 기업 상징(CI, Corporate Identity)이나 상표 이미지(BI, Brand Identity) 등을 제작하는 경우 ▲비영리·개인 목적의 무료 글꼴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외주제작업체가 제작한 피디에프(PDF) 문서를 누리집에 게시하는 행위 등이다. 이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문체부는 글꼴 파일 확인과 삭제 방법, 저작권자를 알 수 없는 글꼴 이용 방법 등도 개정판에 수록했다.

해당 안내서는 문체부,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저작권보호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꼴’ 저작권 분쟁은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4일 광주와 전남교육청의 일선 학교들은 글꼴 디자인 업체 측으로부터 내용 증명을 잇따라 받았다.

이에 따라 각 지역 교육청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경남교육청은 초‧중‧고 교원 및 교육전문직원을 대상으로 창신대 대강당에서 ‘학교교육을 위한 저작권 이해 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글꼴 관련 저작권 분쟁이 확산됨에 따라 교육기관 저작권 인식 제고를 위해 ▲학교교육을 위한 저작권법 ▲폰트 이용과 점검 방법 ▲글꼴 파일 저작권 바로 알기 등 글꼴 관련 분쟁 사례를 공유해 상황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저작권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글꼴 디자인 회사의 대처가 지나친 면이 있다고 항변했다.

경기지역의 한 교사는 “디지털 세상에서 폰트 또한 저작권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유료 폰트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는 한, 두 번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사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교육 현장에서 쓰는 폰트 구매 비용은 좀 저렴하게 판매를 하든가, 교육청이나 학교가 업체와 계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저작권 분쟁이 발생한 윤서체의 경우 글꼴 구입 비용은 250만 원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의 한 교사는 “폰트에 저작권이 있는지 잘 몰랐다”며 “각 지역 교육청에서 학교 현장에서 무료로 쓸 수 있는 폰트를 공유해 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학교 현장에서 쓰는 기본 프로그램에 내장된 기본 폰트들로는 학생‧학부모의 눈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라 공공저작물들(무료 글꼴 포함)은 이용 가능하다. 저작권법 제24조 ①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작성하여 공표한 저작물이나 계약에 따라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보유한 저작물은 허락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법에 따라 이용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해당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사이트(http://www.kogl.or.kr/index.do)에서 검색 후 이용 가능하다.

정부나 관련 기관들 또한 자체적 글꼴을 가지고 있을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저작권 업체 관계자는 “최근 많은 인식 개선을 통해 국민들도 저작권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러나 글꼴의 경우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정부나 관련 부서에서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글꼴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이나 관련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무료 글꼴을 찾아봐도 쓸만한 글꼴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무료더라도 활용도가 높은 글꼴을 만들어 보급하는 편이 이런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각 교육청들은 글꼴 분쟁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일선 학교에 저작권 보호 관련 공문을 보냈으며, 유료 글꼴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게시 자료들을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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