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스승의 날, 스승들은 불행하다
제38회 스승의 날, 스승들은 불행하다
  • 백두산 기자
  • 승인 2019.05.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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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명퇴 신청한 교원 급증…‘17년 3652명→’19년 6039명
교권침해 3년 연속 연 500건 넘어…48%는 학부모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1. 중학교 교사 A씨는 수업시간에 마음대로 자리를 바꿔 앉은 학생에게 “본인 자리에 가서 앉아라”고 지적하자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경험을 했다. 해당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지X', ’씨X‘ 등 욕설과 함께 담당 교사를 때리려는 시늉까지 해 충격을 줬다.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학생으로부터 욕설과 폭행위협을 당했다. 교사로서 학생에게 부당한 지적을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생으로부터 욕설과 폭행위협, 학부모의 항의까지 들은 후 교사로서 자긍심이 모두 무너졌다. A씨는 그날 이후 심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교사로서 회의감이 커져 교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고민 중이다.

제38회 스승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나날이 추락하고 있는 교권(敎勸)은 더 이상 스승에 대한 존중과 공경을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현직 교사들은 다가오는 스승의 날이 기쁘기 보다는 되려 부담스럽기만 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인 ’스승의 날‘. 스승에 대한 공경과 교원의 사기 진작이라는 ’스승의 날‘의 취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최근 2년간 명예퇴직 신청한 교원 급증…교권침해 심각

지난 1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직무대행 진만성, 이하 교총)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명예퇴직 신청 교원은 6039명에 달한다. 이는 2017년 3652명, 2018년 4639명에서 급증한 수치다. 2017년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증가했다.

(자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자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총에 따르면 교원들이 명퇴를 신청하는 주요인은 ’교권 추락‘과 ’생활지도 붕괴‘다. 실제로 교총이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교원 명퇴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로 89.4%가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을 꼽았으며,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이 73.0%로 1, 2위를 차지했다.

또한 교총이 실시한 2017년 조사에서는 ’학생인권만 강조함에 따른 교권 약화‘와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지도권 부재‘, ’자녀만 감싸는 학부모 등으로 학생지도 불가‘로 인해 과거에 비해 현재 학생생활지도가 더 어려워졌다고 대답한 비율이 98.6%에 달했다.

교원들의 무력감은 교권침해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육부의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교권침해 건수는 모두 1390건이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1257건(90.4%), 모욕‧명예훼손 757건, 교육 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143건, 학부모(관리자) 등에 의한 교권침해 133건, 상해‧폭행 95건, 성적굴욕감‧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93건 순이었다.

또한 학생, 학부모의 폭언‧폭행‧악성 민원 등으로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2007년 204건에서 2017년 508건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 572건, 2017년 508건, 2018년 501건으로 3년 연속 500건을 넘어섰다. 이 중 학부모에 의한 교권 사건은 절반을 넘어 학부모들의 지나친 간섭이 독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교총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의 경우 반복‧지속적인 악성민원과 협박, 허위사실 유포, 민‧형사소송 남발로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많다”며 “교권침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교원 사기 저하 ’역대 최고‘…“교권 확립과 생활지도권 강화 방안 필요”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2. 중학교 교사 B씨는 학원 강사로 이직을 준비 중이다. 더 이상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지도할 자신이 없기 때문. 얼마 전 B씨는 수업 중 떠드는 학생에게 주의를 줬는데 학생이 욕설을 해 교실 밖으로 나가라고 하자 학생은 학생 인권을 언급하며 교실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했다. 다른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줘 혼내기도, 타이르기도 했지만 지도가 되지 않아 교직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교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비슷한 사연이 올라와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글에 1만 5692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처럼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 불균형이 심각해짐에 따라 교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

교총이 13일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근 1~2년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응답한 교원이 87.4%에 달해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했나‘를 묻는 문항에 교원의 87.4%가 ’떨어졌다‘(대체로 떨어졌다 41.6%, 매우 떨어졌다 45.8%)고 응답했다. 이는 2009년 같은 문항으로 처음 실시한 설문에서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인 55.3%보다 10년 사이 32%p나 증가한 수치다. 또한 2011년 79.5%, 2015년 75.0%의 응답률과 비교해봐도 매우 높게 나타나 교원들의 사기 저하가 극심함을 알 수 있다.

교권 보호 실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65.6%(별로 그렇지 않다 37.3%, 전혀 그렇지 않다 28.3%)에 달한 반면, 교권 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대답은 10.4%(대체로 그렇다 9.5%, 매우 그렇다 0.9%)에 불과했다.

(자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자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총은 “교원들의 사기와 교권이 ’저하‘를 넘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학생 지도와 학교 업무에 대한 무관심, 냉소주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부모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가 가장 힘들고, 명퇴의 주원인으로 드러난 만큼 교원지위법의 현장 안착 등을 통한 실질적 교권 확립과 교원들의 생활지도권 강화 방안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교총은 10월 17일 개정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의 시행을 예고했다. 교총에 따르면 이번 특별법에는 ▲학부모 등의 교권침해에 대해 교육감의 고발조치 의무화 ▲관할청의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의무화 ▲교권침해 학부모 특별교육 미이수 시 300만 원까지 과태료 부과 ▲교권침해 학생 징계에 전학, 학급교체 추가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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